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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여행지] 베를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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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달콤오렌지 221.♡.28.92
작성일 2024.06.23 22:39
18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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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길이 제한이 있는지 오류가 나서 나눠봅니다.)

  •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 Kaiser-Wilhelm Gedächtniskirche - (16)  

베를린에 와서도 제 마음 한켠은 뭔가 잃어버린듯 허전하면서도 괴로움이 숨어 있어 돌아가기 전까지 다 털어낼 수 있다면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 마지막 둘러볼 장소로 패키지여행 때는 해볼 수 없었던 성당 안에 가만히 앉아있기가 하고 싶어 폰 검색해서 찾은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

굴곡진 역사가 많은 만큼 베를린은 도시 곳곳에 추모와 기억을 위한 노력들이 보이며, 과거와 현재, 영광과 상처가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둘러본 곳 중 숙소 기준에서 서쪽으로 그나마 멀리 있던 곳으로 택시를 타고 내리니 시내 한복판에 현대적 건물들과는 이질적으로 부서진 상태로 서있는 교회의 모습은 가히 경외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독일 제국의 마지막 황제이자 1차 세계대전의 주역(?)인 카이저 빌헬름 2세가 독일 통일의 위업을 이룬 자신의 할아버지 카이저 빌헬름 1세를 기념하기 위해 1895년에 지은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는 2차 세계대전 폭격으로 파손되었는데,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의미로 교회를 보수하지 않고 파괴된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옆에 육각형의 종탑과 팔각형의 신예배당을 세우는 안으로 재설계되어 평화와 화합의 상징이 되었다고 합니다. 구교회에 들어가면 기념관으로 운영중인 예배당과 화려한 천정의 모자이크 그림을 볼 수 있으며, 평화를 위한 촛불 기부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평화를 위해 저도 촛불 하나 밝혀 올렸습니다.

신교회는 팔각형 모양의 심플한 외관이 이색적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온통 푸른빛을 내뿜는 벽과 중앙의 십자가 형태의 황금 예수상이 압도적인 느낌을 줍니다. 구교회의 웅장하고 엄숙했을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신교회는 심플하고 캐주얼한 분위기로 대형 파이프 오르간도 있으며, 음악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평일 낮 교회는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드물어 매우 고요했습니다.

비치된 카드에 기도 내용을 적어서 함에 넣으면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기도해주는 서비스가 있어 소심하게 남겨 보았습니다. 정신승리겠지만, 기도 카드를 넣고 나니 마음이 어루만져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도문을 쓰고 나서 내부를 둘러보는데 뒤쪽의 두 개의 전시품을 보며 또 한번 위로를 받았습니다.

하나는 십자가의 예수상이고, 다른 하나는 '스탈린그라드의 성모'라고 불리우는 그림 입니다. 독일군 한 야전 군의관이 2차세계대전 중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수많은 부상병들을 수술하는 처절한 상황 속에서 그린 성모 마리아 초상인데, 소련 지도 뒷면에 숯으로 그린 그림으로 우측에 '빛(Licht)', '생명(Leben)', '사랑(Liebe)', 좌측엔 '1942년 포위망 속의 크리스마스(1942 Weihnachten im Kessel)', 하단엔 '스탈린그라드 요새(Festung Stalingrad)' 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 메세지를 담아 정성스럽게 그렸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습니다. 3월 한동안 저의 카톡 프사였던 그림.. 지금도 가끔씩 돌려놓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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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당

기간이 타이트한 자유 여행이니 음식에는 큰 욕심없이 둘러보다 발길 닿는 대로 식당을 가게 될 걸로 생각했습니다. 독일 스타일 음식, 이태리 식당, 한식당, 카페 가본 곳 중 기억에 남는 곳을 소개해 봅니다. 

< 독일식 식당 Alt-Berliner Wirtshause, Berliner Kindle - ⑤ >

여행 출발 전 주말에 소화 장애가 있어 출발 당일 병원 들러 약처방 받아서 왔던 터라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상태 였지만, 첫 식사는 독일 스타일로 하고 싶어 홀로코스트 기념공원 지나 길가다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섰습니다. 독일은 특별히 맛있다는 음식은 없고 굳이 꼽자면 맥주, 학센, 소시지 정도라고 하더군요. 베를린 여행 블로그 검색해서 추천하는 메뉴로 수제맥주, 흑맥주, 슈바인 학센, 슈니첼을 시켰는데.... 입맛도 없었기도 했지만, 제 입맛에는 우리나라 족발과 돈까스가 생각나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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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당 호도리 - ⑭ >

나름 이탈리안, 프랜치 등 유럽음식도 잘 먹고 좋아하는 편인데 제가 3일만에 한식을 찾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독일 학센, 슈니첼은 느끼했고, 이탈리안 파스타는 퍽퍽하고 밍밍했으며 피클이 없었습니다. ㅠㅠ 호텔 조식도 메뉴가 한정적이니.... 결국 한식당을 찾게 되었는데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는 한식당이 없어 검색했던 두군데 중 그나마 좀 더 가까와 보이는 곳으로 택시를 타고 갔는데, 된장찌개와 두부김치로 며칠간 쌓인 한식 갈증을 모두 해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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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콜렛과 향수

< 라우쉬 초콜릿 하우스, Rausch Schokoladenhaus - (17)>

나이들며 치아와 잇몸이 안좋아져 달달이들을 별로 안좋아합니다. 둘째날 호텔로 돌아오면서 보니 한블럭 사이에 고풍스런 건물에 패셔너블 하면서 아기자기한 초콜렛 시즌 제품 디스플레이가 되어 있는 초콜렛 가게가 있어 흥미가 생겨 찾아보니 1863년부터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150년 전통의 유럽에서 가장 큰 초콜렛 상점 이었습니다. 

1층엔 다양하고 예쁘고 고급스런 초콜렛 제품들이 가득하고 베를린의 명소들을 제작해놓은 거대한 초콜렛 조각품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2층엔 작업장과 홍보관, 3층은 핫초코와 아기자기한 초코케잌과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도 있어, 역시 전통이 오래된 만큼 매장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잘 운영되고 있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럭셔리함과 자부심이 느껴져서 선물용 제품을 고민없이 이곳에서 해결 했습니다. 가족용으로 초콜렛을 많이는 먹지 않을 듯 하여 조금만 사서 호텔 돌아와 맛을 보니 달지 않으면서도 달콤한.. 뭔가 결핍을 채워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마법같은 맛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초콜렛을 칭찬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베니스 산마르코광장의 300년 전통의 카페에서 맛보았던 핫초코과 티라미수 만큼 자꾸만 생각나는 맛이다 보니 다음날 공항 가기 전 꼭 다시 들르리라 다짐했습니다. 

또한 Rausch 제품은 시중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지점도 없이 본 매장과 온라인으로만 살 수 있어 공항 면세점에서도 구할 수 없을 듯 하여 조식을 먹고 바로 가서 오픈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10시 오픈... 12시 40분 뱅기라 오픈런해서 빠르게 둘러보고 더 살 수 있었을텐데, 쓸데없이 서두르는 반려댕댕님을 40분 넘게 주저앉혀 놓기 귀찮아서 아쉽지만 공항행 택시에 태워질(!) 수 밖에 없었네요 흑흑...     

먹고 나서도 이가 욱신거림이 전혀 없을 만큼 달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며, 제품 원료도 가장 품질좋은 카카오를 사용하여 함량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으며, 베를린 베어 등 모양도 베를린을 상징하는 제품들이 많아 로컬 특산품의 가치가 있으며, 포장과 디자인, 쇼핑백까지 하나하나 요소가 모두 명품 샵처럼 완벽하다고 평가합니다. 이 초콜렛 전문점을 알게된게 감사할 정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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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우 토니스 향수, Frau Tonis Parfum >

독일 베를린에만 있는 특별한 향수점이 있다고 하여 콕 집어 들러보았습니다. 

향수는 단순하게 좋은 향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대변하는 매개체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 프라우 토니 

설립자는 할머니 프라우 토니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할머니 이름 그대로의 향수 브랜드를 런칭했다고 합니다. 천연 유래로 독자적으로 제조한 향수들을 조향하여 자신만의 향수를 만들어 이름을 붙여 갈 수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저 전문가가 매장에 제조해놓은 향수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이름에 베를린이 들어가는 2개의 향수를 선택했습니다. 10번 린데 베를린, 21번 베를린… 둘 중 하나는 지인 선물로 드려서 향이 가물가물 하네요. 매장에서 시향했던 게 전부.. 

린데 베를린은 라임 꽃과 허브 꿀, 나무잎이 어우러진 향으로 호불호가 있다고 하여 제가 쓰는 향수로 남겨 두었습니다. 3개월 넘게 써본 소감은 용기도 뭉툭하니 맘에 들고, 향이 첫날은 좀 어색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함이 친숙해져 출근길에 깜빡하면 1층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올 정도 입니다. 1개만 더 살걸 후회도 되기도 하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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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항

< 브란덴부르크 공항 > 

발권하고 수하물 수속까지 마쳤는데도 1시간 넘게 여유가 있어 Rausch 초콜릿 못사게 한 반려댕댕님 보고 투덜투덜.. 브란덴부르크 공항은 1991년 베를린이 통일 독일의 수도로 확정된 이후 15년 동안 계획되어 2006년 9월 착공, 2011년 10월 개항 예정이었으나 잦은 설계변경과 부실공사, 부패 및 비용 증가로 인해 9년 늦은 2020년 10월 개항한 신공항 입니다. 신공항 개항 이후 구공항인 테겔 국제공항과 쇠네펠트 국제공항은 폐쇄된 상태이고, 운항편 규모를 봤을 때 베를린 직항 수요가 크지 않아 중단거리 위주로 운항 중이라고 합니다. 수도에 직항편이 없어서 살짝 의외였던 부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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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크푸르트 공항 >

한국쪽 악천후로 인한 착륙 지연이 있어 인천행 이륙이 2시간반 지연이 되어 프랑크푸르트 공항 안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곳저곳 둘러보다 탑승구 찾아 걷다가 뜬금 아인쉬타인(1879.3.~1955.4.)이 앉아있는 벤치를 발견..... 베를린의 굴곡진 역사의 단면을 둘러보고 특히 2차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의 아픔과 상처의 기록들을 살펴본 후라 독일의 국제공항에 아인쉬타인 포토존이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독일인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위인들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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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덴부르크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캠프팀과 출발시간이 두시간 정도 차이가 있었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행 뱅기는 같은 편으로 예약.. 드뎌 아이와 같이 이동을 하는 건데, 체크인 좌석 지정에서 아이가 혹시나 우리와 앉고 싶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긴 했습니다. 택스리펀드 신고 하느라 조금 늦게 탑승해서 자리로 간 순간…. 아이가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우릴 향해 옅은 미소를 짓어보이고 있는데 뭔가 팽팽했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팍~ 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는 동안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보니 아이는 그저 자라는 과정인데 제가 너무 몰아부치고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아이가 엄마가 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위장(!)하고 있었던가 의심했던 며칠동안의 생각을 반성 또 반성했고, 아이는 변한게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자꾸 확인하려 들지말고, 믿어주고 존중해주고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마인드로 집으로 돌아오니 며칠간의 여행이 아주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안식을 찾은 듯 마음이 편안하더군요.


  • 일상으로 돌아와서

캠프 일정과 겹쳐서 초등 졸업식도 참석 못해 담임쌤과 연락하여 학교에 찾아뵙고 졸업장,앨범 받고 사진도 찍고 덕담도 나누고 6년동안 정든 교실과 교정을 둘러보았지요. 당시 가장 권위있고 객관적일 담임쌤으로부터 **는 잘 할 거야~ 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었고 주변에서 아이를 믿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초등 졸업이다는 걸 실감하며 중등 3년을 잘 보낼 것을 서로 다짐해 보았습니다.

끝.  * 쓰다보니 저로서도 여행 정리하는 글이 되어 길어졌습니다. 긴글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1

sanga78님의 댓글

작성자 sanga78 (173.♡.151.177)
작성일 06.24 01:24
이렇게 정성스러운 여행기라니!!! 일단 추천하고 갑니당. 잘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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