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페이지 정보
본문
아래 자제분들을 몇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하시는 글을 보고 저도 생각나서 씁니다
이모들과 자매간 우애좋은 엄마를 모시고 살며 어떻게 든 만나실 수 있게 노력을 합니다만..
지방 산골 오지에 사시는 두 이모님댁을 작년 봄에 다녀올 때 헤아려보니 5년만이더라구요.
우린 코로나+모친의 투병으로 인해 지방으로 내려가는게 어려웠고, 지방 80대노인들이신 이모들은 자력으로 서울에 올라오실 능력도 의지도 없으시니 우리가 가는 수 밖에 없어서..
엄마 상태가 그럭저럭 되었을 때 급 추진해서 오빠와 함께 엄마 모시고 이모님댁+본가큰집(비슷한 지역에 포진)을 다녀왔어요. 그때 이모들이랑 그런 얘기를 했거든요.. 80대 노인이신 이모들이 앞으로 살아서 몇번이나 엄마를 더 보시게 될거 같냐.. 자주 자주 만나시자.. 라 했지만 또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 올 봄에 만 1년을 꽉 채우고 다시 한번 다녀올 수 있었어요.
진짜 산골에 몇집 안되는 집에 띄엄띄엄 떨어져있고 길에서 만나는건 사람보다 길고양이가 더 많고..
밖에 솥뚜껑 걸고 삼겹살이라도 구울라 치면 이게 얼마만의 기름내냐.. 같이 좀 먹자며 냥이들이 좀 달라고 어찌나 치대는지.. 고기 구우라 먹으라 마시랴? 냥이 챙기랴 벅차고..
아침이면 동네자체가 산허리라 안개가 자욱한 시야가 펼쳐지는 곳.
어릴적 방학때마다 놀러갔던 지라 가면 저도 아련해져요…
그렇게 이모집을 다녀오면 한동안 이모들과 엄마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에 시달려요.
하루가 멀다 전화와서 가까이 살면 자주 얼굴보며 그렇게 맛있는게 해먹고(그렇습니다 엄청나게 해먹습니다) 옛날 얘기하며 살면 좋을텐데… 하시며 이산가족이라도 된 양 안타까워 하십니다.
그래서 "엄마 이번주는 제가 일이 있고요 담주나 그담주나 한번 이모집 갈까요?"
했더니 엄마 눈이 화등짝만하게 커지며
"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법이다"
여름에 남의 집 가는거 아니다..하시는데 푸학 웃음이 터지네요.
서로 그렇게 그리워 안타까워 하시며 또 그럴땐 여름, 남의집, 손님 선을 쫙! 그으시네요 ㅋ
어른이랑 살면 어른들의 옛스런 표현들을 하나씩 듣게되고.. 또 들어보면 옛날 옛적 어렸을때 들어본 듯한 기억도 나고.. 재미나요..
음.. 뭐라고 끝내지??
경로당어르시니앙님들 맛점 하세요~~~
뒤늦은 수정..
저위의 눈이 화등짝만하게 커지다…를 써놓고 보니 뭔가 이상해요..어색해요
네이버에 검색을 해봅니다.. 화등짝.. 안나옵니다.. 화들짝 정도..
포기하고 다시 업무를 하는데 역시나 거슬립니다.
화등+짝으로 보자.. 싶어 화등을 검색합니다.
그렇습니다.. 화등잔이었습니다.
- 1.
등잔(燈盞).
- 2.
놀라거나 앓아서 퀭하여진 눈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는 거였습니다
무식함을 용서하세요 흑흑..
여름숲1님의 댓글의 댓글
시간을 내서 엄마를 보러가세요..
까만콩애인님의 댓글
점심 맛있게 드세요
여름숲1님의 댓글의 댓글
까만콩애인님은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저는 불고기덮밥을 한그릇 뚝딱 했답니다.
Java님의 댓글
명절 당일에 제일 싫은 것이 아침부터 바쁘게 하나둘씩 서울로 도시로 떠나가는 가족들이었지요.
바삐 떠나려 준비하는 모습에 서운함이, 떠난 후의 빈자리에는 허전함이 몇일 남았었지요.
그런 것에 익숙해서인지?
지금은 어느 정도 초월했네요~
여름숲1님의 댓글의 댓글
즈이 가족은 부모님 결혼으로 서울로 살림을 났지만 지방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명절에 자식이 우루루 몰려왔다가 우루루 떠나는걸 슬퍼하셨어요.
아빠는 슬퍼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마지막에 떠나지 않기위해 명절 당일
"처갓집도 들러봐야 하고 처형도 혼자 있고.. 늦게 올라가면 차가 밀리고." 이런 묻지도 않은 내용의 혼잦말씀을 하시며 서둘러 나서셨거든요.
마이너스아이님의 댓글
고향 떠나와서 엄마 보러 고향을 일년에 몇번 가는지 ... 뭐가 그리 바빠서 그랬는지...
이러고도 쉬 가려는 마음을 먹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