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형성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자! (개념으로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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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알 141.♡.167.159
작성일 2024.04.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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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는 전문가가 아님을 밝히고 글을 시작합니다.

 

1. 은하의 형성은 빅뱅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어마어마한 밀도와 압력의 한 점이 대폭발을 하며 순식간에 확장해 나갑니다. 그 압력이 광활한 공간으로 퍼져나가며 밀도와 압력이 굉장히 균일하게 떨어지지만, 우리가 수학에서 상수라고 부를만한 수준으로 균일하지는 않습니다. 아주 약간의 밀도 불균형이 존재하는거죠. 예를들면 평균 밀도가 1 이라고 가정하면 1 과 1.00000000001 은 거의 같은 숫자이지만 완전히 동일한 숫자는 아닌거죠. 그렇게 밀도 불균형으로부터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2. 아주 약간의 밀도 불균형은 중력의 불균형을 만들어서 근처에 존재하는 다른 질량을 끌어들이기 시작합니다. 밀도가 높은곳이 다른 밀도가 높은 곳들을 서로 끌어당기고, 그러다보면 점점 높은 밀도의 무언가가 서로 뭉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밀도가 높은 곳들은 더더욱 높아지고, 밀도가 낮은 곳들은 점차 빈 공간이 되어가게 됩니다.

 

3. 높은 밀도를 가진 지역은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빠른 회전운동을 하게 되고, 뭉쳐지고 충돌하고 뭉쳐지고 충돌하는 과정을 거치며 은하가 형성되게 됩니다. 은하의 주 구성물질은 항성과 가스, 그리고 암흑물질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머리로는 잘 상상이 되지 않는 단계로 접어들기에, 혹시 이곳에 계실 다른 전문가들께 설명을 맡기겠습니다 ㅎㅎㅎ

 

그렇다면 잘 알지도 못하는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무엇이냐 하면..

 

저는 천문학이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인데, 그런데 제가 아는 전문분야가 의외로 천문학에서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2년 즈음 전부터 천체물리학을 연구하는 연구자와 함께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현생이 바쁘고 그분도 현생이 바빠서 각자 자기분야 연구가 우선이기는 한데, 그래도 간혹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연구거리를 계속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1. 우주는 밀도가 거의 0 에 가까운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밀도가 0 은 아닙니다. 우주는 굉장히 낮은 압력으로 인해 이온화된 가스들로 차 있고, 또 항성 등의 물체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밀도가 0은 아니고, 게다가 밀도가 균일하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2. 밀도가 균일하지 않은데 0은 아닌 공간.. 이게 또 어디서 발견되냐 하면.. 항공공학에서 압축성 유동이라 불리는 분야가 있는데 그 분야가 다루는 현상이 바로 이 똑같은 현상입니다. 다른말로 하면 아음속, 천음속, 초음속, 극초음속이라 불리는 그 분야.. 이렇게 음속의 변화가 일어나는 흐름의 공간이 바로 압축성 유동 공간입니다.

 

3. 압축성 유동 공간에서의 특징은, 밀도에 의해서 음속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음속은 340 m/s 라고들 많이 배우는데, 이거는 15도C 대기압 밀도의 공기 중에서의 음속입니다. 밀도가 높으면 음속이 빨라집니다. 해수면 근처 물에서는 음속이 1500 m/s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반대로 밀도가 매우 낮다면 음속은 어떻게 될까요? 굉장히 느려지겠죠. 그리고 아마 밀도가 0에 수렴해가면 음속도 거의 0에 수렴해 갈겁니다.

 

4. 초음속, 극초음속 이런 얘기들이 나왔으니 아마 또 떠올리시는 개념이 있을겁니다. 마하 라는 단어일겁니다. 저는 전공자라서 평소에 마하 라는 용어보다는 마크넘버라고 부릅니다. 한글로는 마하수 라고도 하는데, 정확한 원어 발음은 마흐 에 가깝습니다. 마크 와 마흐 의 중간쯤 되는 발음이랄까요.. 그리고 마하 1은 음속으로 이동하는 물체의 속도를 지칭합니다. 그렇다면 똑같은 속도로 이동하는데 음속이 낮아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 대기중에서 마하 1로 비행하는 물체가 그 속도 그대로 우주에 갔다면.. 극초음속을 넘어서 말도 안되는 마하 수의 속도로 날아가는 무언가가 되겠죠. 물체의 이동 속도는 그대로인데 음속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졌으니까요.

 

5. 다시 앞서 말씀드린 개념 중에 우주의 밀도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주의 밀도는 0에 가깝지만 완벽히 0은 아닙니다. 그 얘기는 우주의 음속도 0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우주에서도 소리가 전달된다고?? 상식에 반하는 얘기라서 저도 여기서 인지부조화가 좀 오기는 하는데요 ㅎㅎㅎ

 

6. 아무튼 우주에서 중력에 의해 은하가 날아다니고, 날아다니다가 서로 부딧히고, 또 충돌해서 합쳐지고 쪼개지고 하는게 사실은 유체역학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3차원 나비어-스톡스 (Navier-Stokes) 방정식으로 우주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은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나타낼 수가 있습니다. 은하의 형성 과정은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극초음속 유동이라는 얘기입니다 ㅎㅎㅎ

 

7. 물론 나비어-스톡스 방정식만으로는 안됩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주에 존재하는 가스는 그냥 가스가 아니라 이온화된 가스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전자기장의 영향을 굉장히 강하게 받습니다. 이러한 가스를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으로 풀기 위해서는 전자기장을 해석할 수 있는 방정식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Magneto-Hydrodynamics (자기유체역학, MHD) 라 불리는 방정식이 필요합니다. 암튼 그래서 종합하자면.. 우주를 지배하는 지배방정식은 총 3개입니다. 중력방정식 + 나비어-스톡스 방정식 + 자기유체역학 방정식. 이 세가지가 가장 기본적으로 "무조건" 들어가야만 하는 방정식들입니다.

 

8. 게다가 항성과 가스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암흑물질도 존재하고 블랙홀도 존재합니다. 이들을 나타낼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도 저에게는 인지부조화가 오는 분야라.. 그냥 그런게 있다더라 정도 까지만 적고 넘어가겠습니다 ㅎㅎㅎ

 

9. 유체의 유동을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으로 푼다고 하면, 여기서 중요한 개념 하나가 더 추가되어야 합니다. 난류 (Turbulence) 입니다. 기본적으로 난류 유동을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으로 푼다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아주 작은 제한된 크기의 공간 안에서 제한된 경계조건으로 풀 때에도 수퍼컴퓨터 등의 고성능 병렬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주를 시뮬레이션 하는데 나비어-스톡스 방정식만으로 난류를 푼다? 인류가 백만번 다시 탄생하고 진화할 만큼의 시간이 지나도 불가능합니다.

 

10. 그래서 난류는 모델링으로 다룹니다. 흔히들 공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난류모델이라는 것을 이용해서요. Large Eddy Simulation (LES) 및 Sub-grid scale (SGS) 모델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난류 유동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은하 형성의 흐름은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으로 예측을 하는거고요. 앞서 8번에서 말씀드린 암흑물질이나 블랙홀이니 이런 것들도 Sub-grid scale 모델로 표현이 된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전 모르니 도망가겠습니다.

 

11. 아무튼 제가 말씀드린 이 LES + SGS 방식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은하 형성을 시뮬레이션 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지만, 컴퓨터로 계산하기에 너무 어려운 방법이라 (수퍼컴퓨터로 굉장히 거대한 연산을 해야합니다)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는 않는 방법론입니다. 그 얘기는 은하 형성을 나타내는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을 푸는, 좀더 인기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얘기죠. Smoothed Particle Hydrodynamics (SPH) 라는 방법입니다. 이게 사실 더 재미있습니다만..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한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질문하셔도 대답할 자신은 없습니다 ㅠㅠ

댓글 4

파키케팔로님의 댓글

작성자 파키케팔로 (218.♡.166.9)
작성일 04.15 13:38
그렇게 시뮬레이션 해서 MIB가 되는건가요...?

조알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조알 (141.♡.245.10)
작성일 04.15 14:14
@파키케팔로님에게 답글 MIB 세계관(?) 우주관(?)은 잘 몰라서 ㅎㅎㅎ
암튼 은하 형성을 시뮬레이션 하는건 은하 형성과정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한 방편이지
인간의 힘으로 은하를 직접 만들려고 하는건 아니지 말입니다 ㅎㅎㅎ

필도기님의 댓글

작성자 필도기 (12.♡.68.66)
작성일 04.16 09:27
신세계를 창조한 신이 되신거군요.
어쩌면 우리가 아는 우주는 문명이 매우 고도로 발달한
실제세계 과학자들의 시뮬레이션이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해봅니다.

조알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조알 (141.♡.167.159)
작성일 04.17 06:04
@필도기님에게 답글 저는 우주는 잘 모르지만, 연구분야가 computational science 이다보니,
천체물리학의 신이 디지털 우주를 창조하려 재료 때려넣고 있을 때 옆에서 후추만 조금 쳤을 뿐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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