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인생 첫 번째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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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선수로 살아간다면
아마도 인생의 첫 번째 기로가
고등학교 진학할 때가 아닐까...?
[ 1 ]
저희 강습반에 선출이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중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한 30대,
한 명은 중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한 고등학생.
"선출이시잖아요~ ㅎㅎ"라고 하면
"중학교 선출이 무슨 선출이에요"라며
정말 겸손하게 말씀을 하시는 분.
그럼에도 확연히 잘하는 분들이죠.
[ 2 ]
지난 일요일, 아들이 시합에 나갔어요.
전국소년체전 대표선수 선발전이었는데,
저희 애는 그냥 기록만 재러 나간 거구요 ㅎㅎㅎ
거기에서 저희 애랑 유치원, 초등학교를 함께 다닌,
등록 선수인 친구와 그 어머니를 만났어요.
아이 친구 어머님은 저희 애가 중학생이 돼서도
취미로 계속 수영하고 있다는 데 놀라시네요.
이 나이가 되면 대개 운동 접고 학원 뺑뺑이니까요. ㅎㅎ
제가 "계속 운동 시키실 건가요?"라고 여쭈니
요즘 많이 고민하고 계신 것 같더라구요.
"저희 애는 여전히 너무 재미있다고 하는데,
막상 전국에 잘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 3 ]
아들이 예전에 다니던 수영장에
아들보다 세 살 많은 형이 있었어요.
선수 등록을 하면서 체중으로 진학을 했는데...
한 시합장에서 그 아이의 아버님을 뵀어요.
"어떻게... 잘하고 있나요?"라고 여쭸는데,
현재 다니는 학교의 훈련 방식이 안 맞아서
고민 끝에 전학을 가기로 했다 하시더군요.
그러고 보니 저는 성인이 되어서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을 했던 기억도 나는데,
예체능으로 진로를 결정한 아이들은
훨씬 어린 나이에 자신의 인생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중학교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어떻게 어떻게 버티면서 고등학생이 되면
그때부턴 다른 진로를 찾아 나가기에도
너무나 먼 길을 온 것 같고...
그러니 어쩌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할 때
인생의 첫 번째 기로에 서게 되는 건 아닐까?
삶의 중요한 결정을 그 나이에 해야 한다는 게
아이들에게 참 큰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 싶네요.
그나마 예전보다 나아진 점이라면,
일정 수준의 학력이 되지 못하면
선수 등록을 못하게 한 점이라고 할까요?
예전처럼 운동에만 올인하고
학업을 완전히 등한시하지 못하게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