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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모험가 - 마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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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yleDev 112.♡.76.76
작성일 2024.07.1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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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멀지않던 과거, C#을 배운 끝에 좋은 회사에 취직하게된 혜정이 있었습니다. 이 회사가 얼마나 좋았냐면, 사람과 대화할 필요도 없이 인트라넷에 연차를 신청하면 누구도 묻는 사람 없이 다음날 승인이 나는 회사였습니다.

'이거 자동결재인가? 이 회사는 AI가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데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연차는 쌓여만 가고 단조로운 자신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홀로 여행을 떠난다는 게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이젠 일년에 네 번씩 해외로 떠나느라 연차가 부족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녀는 이번엔 필리핀이라는 나라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이 나라는 7000개가 넘는 저마다 다른 이야기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였습니다.

필리핀의 번화한 수도 마닐라에 도착한 혜정, 웅웅대는 오토바이소리와 성가신 호객 상인들이 가득한 마닐라 거리를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필리핀 역사에서 300년이나 지속된 스페인 식민주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인트라무로스의 유서깊은 거리였습니다.

청동조각과 스테인글라스로 꾸며진 화려한 마닐라 대성당의 모습에 이끌린 그녀가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기도를 올리는 몇 몇의 신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식민시절에 구원의 기도를 올리던 필리핀 국민들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스페인의 지배하에 지배자들이 세운 성당, 그들이 전한 우상에게 구원을 노래했을 아이러니는 해방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성당에서 나온 그녀가 광장에서 성당 건축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있을 때 였습니다. 지나가던 마차를 끄는 마부가 혜정에게 말을 걸었지만 필리핀 토착 언어인 따갈로그어였던 탓에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No soy Filipina.”
혜정이 자신은 필리핀 사람이 아니라며 지배자의 언어로 짧게 답했습니다.

마부가 이번엔 영어로 말했습니다.

"You look so Filipina. Why don't you live here?"

그는 그렇게 그녀의 모습이 현지인 같다는 말을 하고 혼자 웃더니 마차에 타라며 보챘습니다.

딱히 목적지는 없지만 박물관에서나 본 것처럼 생긴 마차를 타고 돌아다녀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던 그녀는 마부가 끌고온 칼레사 마차에 올라 탔습니다.

그들은 자갈길을 따라 카사 마닐라 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박물관에는 식민시대의 가구와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한켠에 마련된 기념품 매점에서는 빈티지 제품을 팔고 있었더랬죠. 이런 건 해외직구 쇼핑몰에서도 비슷한 모조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혜정은 환율계산기로 가격표를 비교해보고는 쇼핑몰에서 마음에드는 기념품을 주문했습니다.

'내일은 바다에 가봐야지.'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에도 바다는 있습니다. 필리핀은 온통 바다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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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게 재미없게 생각하면 힘들고 재미없고 별거 없지만 일기처럼 저만의 이야기를 기록한다는 느낌으로 여행하네요.

꼭 신나고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여행은 아니겠죠. 저희는 별일없어도 마실나가듯 밖을 나섭니다.  인생사 다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느낌을 담아 글을 써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4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72.♡.95.40)
작성일 07.12 04:10
눈에 쏙 들 만큼 멋진 기념품들은 아니었지만, 그 중 하나가 시선을 사로 잡았습니다.
원주민 소녀의 모습으로 빗어놓은 한 손에 잡히는 아담한 크기의 토기. 저렴한 비용에 하나 구입했습니다.
숙소로 향하는 동안 주머니 속에 넣어둔 그 기념물을 만지작 거렸습니다. 촉감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런데..

잘 쓰셨습니다. ^^

KyleDev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KyleDev (112.♡.76.76)
작성일 07.12 22:20
@벗님님에게 답글 동남아 한번씩 가면 공산품 품질이 참 안좋더라고요. 가끔 아주 가끔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거 정도나 사는 편입니다.

적운창님의 댓글

작성자 적운창 (42.♡.63.161)
작성일 07.12 21:29
예전에 베트남에서 혼자 밤에 시클로를 탄 생각이 문득 났습니다.

KyleDev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KyleDev (112.♡.76.76)
작성일 07.12 22:21
@적운창님에게 답글 저는 베트남 한번 가봤네요. 친구들과 함께 가서 좋긴했지만 호치민 도시에만 있어서 아쉽긴 했습니다. 그래도 맛집은 여기저기 다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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