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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디가니 211.♡.198.76
작성일 2024.09.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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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조회
1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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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이박 씨는 기분이 무척 좋다.


지잡대 출신인 미생 씨는 믿음이 영 가진 않았다. 하지만 다른 직원들은 이미 한두 개씩 일을 진행 중이라 다른 대안은 없었다. 사실 자신이 진행해야 할 일이었지만 솔직한 말로 이젠 '관리'에만 충실해도 될 직급이 아니겠는가! 리스크가 전혀 없는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김이박 씨는 '믿음에 걸맞는 성과를 기대한다'는 말과 함께 중요 프로젝트를 미생 씨에게 미뤘다. 일이 틀어지면 미생 씨에게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니까.

그런데 미생 씨는 의외의 능력을 보이며 어제 임원 프리젠테이션까지 잘 해냈다. 이유 없이 얄미워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말미에 어려운 사업이었지만 김이박의 믿음과 검토, 충고를 통해 완성할 수 있었다는 말을 … '참 사회생활을 할 줄 아는 친구'라 할 만했다. 더군다나 미팅이 끝나고 건너건너 들은 말로는 임원들이 김이박의 안목과 인력 운용술을 칭찬했다고 하니 말이다. 대안 없는 외통수가 말 한 마디로 '탁월한 선택'으로 바뀌었니 더욱 기뻤다. 말마따나 외통수도 그걸 선택하는 거니 그조차 자신 능력이라고 자신했다.


김이박 씨의 이 좋은 기분은 얼마 가지 못했다. 메일과 전자문서 체크로 업무를 시작하던 중 걸려온 아내의 전화 때문이었다. 별일이었다! 딱히 사이가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침마당'에 나올 만한 잉꼬부부도 아닌 터였다. 그런데 오전부터 전화라니. 역시 중년 부부 사이에 할 말이라는 게 자식 문제, 돈, 돈, 돈.... 이 아니겠는가? 애들 학원비며, 양가 부모님 용돈, 그리고 본인이 다니는 문화센터 비용, 학부모 모임비, 무슨 비, 무슨 비, 그놈의 비 때문에 김이박 씨 마음까기 젖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짜증낼 수도 없다. 요새 세상에 아내에게 짜증을 낼 간 큰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방법을 찾아봐야겠다'할 도리밖에.

우울해진 김이박 씨는 시작하려던 업무를 미루고 웹 검색을 시작했다. TV며 SNS며 모두 여유롭고 힙하게 사는 거 같는데 자신만 이런 전화나 받으며 구질구질하게 사나 싶었다. 40~50대 직장인 평균 연봉 관련 기사들을 검색했다. 20년도부터 올해까지 기사들을 훑고 나니 영 미심쩍다. 기자나 블로거들이 써놓은 숫자들이 영 미심쩍었다. 결국 김이박 씨는 통계청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의 연령대의 연봉, 순자산과 부채액을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하고서야 다시 흐뭇해졌다. 통계를 모르는 기레기나 블로거 따위의 분석보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시트의 결과에 더 신뢰가 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김이박 씨는 '안심'케 했다. 최상위는 아니라고 하더라고 자신의 연령, 직업 등을 고려해 볼 때 요새 그 희귀하는 '중상층'임이 증명되었으니 말이다.



다시 쾌활해진 김이박 씨는 손목시계를 흘깃 봤다. 곧 점심시간이다. 그는 근처 복어집에 신선한 민어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떠올렸다. 오늘은 미생 씨를 불러 어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턱을 내라고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9.12 17:14
룰루랄라 김이박씨는 미생 씨가 앉은 자리에 가서 말했다.
"오늘 한 잔 찌그려야지?"
"김 팀장님, 오늘은 제가 시간이.. 다음으로 미루면 안될까요?"

"프로젝트를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했는데, 한 잔 해야쥐!"
"오늘은 좀.."

항상 예스맨의 자세를 취하던 미생 씨의 낯선 모습이었다.

"아 왜? 선약 있어?"
"네.. 오늘은 아버님 호출이.."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자주 부르시나?"
"아니요, 가끔.. 뭐.. 다음에 제가 찐하게 한 번 대접해드리겠습니다."

"크.. 역시 좋아요! 1차만 쏘라고, 내가 뒤는 다 알아서 할테니까!"
"네, 멋지십니다. 팀장님!"

그때는 몰랐다. 이 빠릿 빠릿한 미생 씨의 아버님이 그런 분인지는.
한 해가 지난 후, 그의 아버님과의 자리에서 김이박 팀장은 얼어붙었다.
미생 씨에게 그 동안 했었던 자신의 행동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식은 땀방울이 흘렀다. 미생 씨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 팀장님, 조.. 조금 긴장하신 것 같습니다."


잘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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