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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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누군가가 기침했다.
“기침이다!”
“감기야?”
“잡아!”
기침한 남자의 주변에서 깜짝 놀라 소리치는데 남자가 손사래 쳤다.
“아야! 아야! 목에 뭐가 걸려서 그래! 감기 아니야!”
남자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은 남자의 팔을 꺾어서 제압했다.
“아니야! 난 아니야!”
출입구 앞에 있던 나는 자연스럽게 두꺼운 철문을 열었다.
“내 보내!”
남자가 몸부림을 쳤지만, 사람들은 문밖으로 남자를 내동댕이쳤고.
“아니야! 아니라고! 사, 살려…!”
냉정하게 문을 닫았다.
우리는 모두 아무 말 없이 벽에 기대어 앉았다.
한 시간 동안 바람을 쏘이며 바깥의 공기와 먼지들을 털어내고 나서야 안쪽의 문이 열렸다.
그러는 중에도 우리가 바깥에 내보낸 남자는 문을 두드렸지만 우린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정체 모를 어떤 존재가 감기 바이러스에 무슨 짓을 했다.
감기에 걸린 사람은 시름시름 앓다가 갑자기 폭발해 버린다.
그렇게 바이러스를 퍼트려서 또 사람을 감염 시킨다.
다행히 감기에 걸리지만 않으면 아무 일 없다.
그래서 외부와 내부를 철저히 분리하고 의심되는 사람은 이유를 막론하고 밖으로 내보낸다.
밖으로 나간 사람은 방독면 필터가 버티는 시간이 한계가 있으니 조금 버티다 결국 터져 죽는다.
오해라도 어쩔 수 없다.
피신처의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조처이고 모두가 동의해서 이 안에 들어 온 것이다.
이윽고 안쪽의 문이 열리자, 다들 방독면을 벗고 마스크를 꼈다.
다음으로 장갑과 신발 입던 옷과 속옷까지 빨래 주머니에 넣어서 제출하고 샤워를 하고 나서야 새 옷을 받아서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위이이잉!
지하에 만들어진 도시이지만 깨끗했다.
그리고 환기장치 소리가 계속 들렸다.
거리 중간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는 이 피신처는 감기 예방에 미친 인간들만 모인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손 소독제가 보이면 지나가지 않고 자서 손을 소독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몸이 터져서 죽고 싶지는 않다.
수시로 손을 씻고 면역력 강화를 위해 골고루 먹는다.
특히 지금 같은 시기엔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에는 겉옷을 항상 챙기고 충분히 자고 가습기를 사용한다.
감기에 걸려서는 안 된다.
벗님님의 댓글
변이된 감기 바이러스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었지만, 정확한 원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극심한 대기 오염이 감기 바이러스를 폭주하게 만드는 요인이었을 수도 있고,
체내 미생균들이 변이된 감기 바이러스와 접촉하게 되면 끝없이 자가복사를 반복하며
이런 폭발을 일으키는 요인일 수도 있었다. 뚜렷한 답은 없고, 추측만 무성했다.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가장 손쉬운 해결책으로 감기 걸린 이들을 쫒아내는 비정한
방법을 고수했다. 몇이나 될 수는 알 수 없으나 감기에 걸리지 않는 이들도 퇴출되었다.
멀쩡한 이들이 오염된 대기 환경에 노출되면 결국 감기에 걸리게 되었을 것이다.
그들도 결국 폭발이라는 결론으로 끝맺음이 되었다.
이는 생사람을 내쫒았다는 죄의식에 시달릴 이들을 위한 선물이었을까.
폭음이 들릴 때마다, 폭발이 감지될 때마다 안에 남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자신들은 죄를 짓지 않았음을 확인받는 듯 했다.
멀쩡한 사람들, 감기에 걸리지 않고 살아남은 이들이 구축한 이 작은 세계가
점차 안정이 되더 갈 즈음, 이들의 거주지의 천장이 뜯겨 나가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모두들 사색이 되어 천으로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오염된 대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이 하늘에 떠 있었다. 거대한 규모의 비행선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