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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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이 웬만한 질병은 거의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혹은 원인은 알더라도 치료하지 못하는 불치병이 수 천 개도 넘어.
환자의 수, 사례 건수가 많지 않으면 그냥 방치하고 있는 실정인거지.
기껏해서 수 백 건에 불과한 질병을 치료하고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으니까,
'안타깝지만, 이런 운명으로 태어나셨습니다.' 라며 눈을 돌릴 수밖에.
시장 논리가 그렇잖아.
극소수의 환자를 치료할 것인가, 절대다수의 환자를 치료할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래서 우리는 발상을 바꿔보기로 했어.
'치료'라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을 시작한 거지.
그리고 그 결과로 이렇게 '암이 정복되었다' 라고 선언할 수 있게 된 거지.
정말 놀라운 발전 아니야?
몸이 허약해지면 가장 약한 곳부터 무너지지 시작하지.
둑이 무너지는 거야. 그 시작점은 항상 암이었지.
건강할 때야 자가 치유되지만, 약해지면 결국 거기서부터 나사가 부러지는 거지.
그래서 암을 정복한다는 건 생명 연장, 영생에 이르는 첫 번째 관문으로 여겨졌었어.
드디어 우리는 이 첫 번째 관문을 넘게 된 것이고.
뭐.. 인정은 해.
치료라기 보다는 대체.. 라고 부르는 게 더 합당하긴 하지.
인공 신체들도 하나씩 바꿔 끼우는 것이니까, 그래도 암이 발병하지는 않잖아.
이러면 되는 거 아닌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오랫동안 사용하고, 또 새로운 기술로 도입된 걸 사용하고.
이 정도면 영생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원하는 시간만큼 아주 오래 살게 되는 거지.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흠.. 그런데 말이야.
이 완벽한 의료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더군.
여전히 100% 혹은 0% 라는 건 꿈의 수치인지도 모르겠어.
말하자면 감기,
이 인공 신체들에도 감기가 들고 있어.
처음에는 쉽사리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판단 자체가 착오였지.
하나의 원인을 발견하고 조치했다 싶으면, 또 다른 원인이, 또 다른 부분에서 터져 나왔어.
끊임없이 나타나는 새로운 원인과 증상들, 창과 방패의 싸움은 끝나질 않더군.
인류가 감기를 정복하지 못했던 것처럼,
인공 신체들에서도 여전히 감기를 정복하고 있질 못하지.
어찌 보면 이건 신의 노여움이었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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