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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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말라서 갈라지고 피가 흐르다가 다시 말랐다.
나뭇가지 위에 올라와서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고 가만히 앉아서 움직이지 않고 숨만 쉬고 있었다.
사냥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나는 부족에서 제일 인내심이 강하다.
그래서 나는 사냥을 제일 잘한다.
―에엥!
모기가 귀 위에 앉았다가 날아갔다.
개미가 발등 위에 올라와서 돌아다니다가 깨물어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인내심이 강하니까.
―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숲에서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린다.
방금 소리는 100걸음 정도 거리에서 들린 소리다.
선명했다.
그리고 가까워지고 있다.
누군가 다가오는 게 느껴지니 발등과 귀가 갑자기 간지러워졌다.
무심결에 손이 위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참았다.
나는 인내심이 강하다.
―철컥!
허리에 검을 찬 남자가 두리번거리면서 걸어 오는 게 보였다.
걸을 때마다 허리에 찬 검이 들썩거리면서 소리를 냈다.
사냥꾼은 이동 시에도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남자는 그러지 못했다.
남자는 사냥꾼이 아니다.
내가 사냥꾼이고 남자는 내 사냥감이다.
―찰싹!
남자는 자기 뺨 위에 올라간 모기를 잡으려고 자기 뺨을 때렸다.
모기는 도망갔고 빨개진 뺨만 남았다.
멍청했다.
모기를 잡으려면 더 참았어야 했다.
남자는 계속 걸어서 내가 올라와 있는 나무 아래를 지나쳐갔다.
나는 아주 천천히 손에 쥔 대롱을 들어 올렸다.
대롱을 입술에 물고 남자의 목덜미에 조준했다.
―피웃!
“악!”
독침이 남자의 목덜미에 박혔고 남자가 놀라서 목에 박힌 독침을 뽑았다.
뽑아도 소용없다.
이미 독을 퍼졌다.
남자도 느꼈는지 휘청이며 검을 뽑았다.
“어디냐? 나와라!”
남자가 주변 나무 위를 훑어보며 소리쳤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당황한 남자는 대롱을 입술에 물고 있는 나를 발견하지도 못했다.
―피웃!
다시 한번 독침을 발사했고 고개 들어서 나를 찾는 남자의 턱밑에 꽂혔다.
“크헉!”
남자가 서둘러 독침을 뽑았지만 움직임이 느려졌고 헛손질까지 했다.
휘청이던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지금 정도면 시야도 좁아져서 내가 내려가도 나를 보지 못하지만 나는 한 번 더 참았다.
“크으윽! 나, 나와!”
남자는 눈앞이 흐려지는지 눈을 비비고 인상을 쓰며 검을 휘둘렀다.
잠시 더 기다리자, 남자의 검을 쥔 손에서 힘이 빠지고 검을 놓쳤다.
검을 다시 잡으려고 바닥을 더듬었지만, 눈앞이 흐려져 찾지 못했다.
나는 그제야 나무 아래로 내려갔다.
발걸음 소리도 내지 않고 바닥에 내려간 나는 대롱을 허리에 꽂고 뼈를 날카롭게 간 뼈 칼을 꺼냈다.
독침의 독은 강력하지만, 마비만 가능해서 숨통을 직접 끊어야 한다.
적에게 가까이 접근할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서 나무 위에 있을 때보다 더 조용히 다가갔다.
엎드려 쓰러진 남자의 뒤로 돌아가서 남자의 목덜미를 향해 칼을 찔러넣었다.
“큭!”
남자의 손이 내 목을 잡았다.
“크윽! 이, 고블린 따위가!”
“케륵! 죽어라!”
칼을 힘껏 휘둘렀지만, 남자에게 닿지 않았다.
남자는 내 목을 잡고 분지르려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부들 부를 떨기만 했다.
나는 남자의 팔에 칼을 팍 찔러 넣었다.
“악!”
남자가 나를 놓치자 나는 남자의 등에 달라붙어서 계속 칼을 찔렀다.
“으억!”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팔다리에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남자는 어설프게 허우적거릴 뿐 나를 막지 못했다.
“크…윽…!”
입술에서 피거품을 토해내던 남자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빳빳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키륵.”
나는 이제야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입술에 묻은 피가 달콤했다.
벗님님의 댓글
이 녀석은 어떤 걸 가지고 다녔을까.
가죽 주머니 속을 열어보니 어떤 식물의 잎들과 가지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낯설다. 이 숲에서 자라는 식물이 아니다. 잎 모양이 생소하다.
이 녀석은 도대체 어디서 이걸 가지고 온 거지.
우리가 탐색한 숲을 넘어, 도대체 어디까지 이 고블린들이 점령하고 있는 것일까.
가죽 주머니를 챙기고 마을로 돌아가려는 순간, 숲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녀석들이다.
급하게 나무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잘 쓰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