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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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불안석.
굳이 꼭 저렇게 해야 하나.
몽둥이를 가져왔다.
땀을 한 바가지는 쏟은 것 같은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흠씬 두들겨 패는 게 무슨 운동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제 그만.. 하시죠?'
'아니야, 봐봐, 아직 멀었지.. 저 봐..'
한쪽 다리가 불편한 것인지 괴상하게 부들거린다.
아프다. 귓구멍을 막고 싶다.
고통으로 내지르는 것 같은 그 소리..
다시 몽둥이를 휘두른다.
충격에 견디다 못해 거칠게 구겨지고, 나사 몇 개가 튀어나온다.
'이제 좀..'
'아냐, 아직.. 망가지려면 아직..'
몽둥이를 힘껏 내리친다. 두 동강이 나며 부러지는 몽둥이.
모질게 내려치는데도 센서가 아직 살아 있는지 여전히 버둥거린다.
'충분하잖아요. 이 정도면..'
'그.. 그래?'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내려놓고는 땀을 닦는다.
'하아..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도 풀리고..'
'...'
어느 정도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지,
테스트라고는 하지만 로봇 개에게 몽둥이질하는 게 이거 아닌가.
높은 계단에서 굴려보고, 급하게 달려오던 자동차에도 받쳐 보고,
전기로 지지고, 굽고.. 다른 건 그래도 그런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지 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데, 우리가 하는 건.. 이건 그냥 고문 아닌가.
'너.. 너도 한 번 해봐? 이거 살아있는 것도 아니잖아.'
'저는..'
'그냥 자동 반응에 불과한 움직임들일 뿐인데, 뭐.'
'...'
그냥 옆에서 몇 가지만 체크해준다면 된다고 해서 덜컥 받았던 일자리,
아무래도 나는 이 일과는 맞지 않는 듯 하다.
한쪽은 까맣게 불이 나갔고, 잔뜩 찌그러진 남은 한 쪽 붉은 눈으로
나를 바라고는 저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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