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에 대한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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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보드에 대한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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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XT, AT.
낭창낭창한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가 무려 두 개씩 달려 있고,
딱딱한 3.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까지 달려 있으면
그 자체에서 뿜어내는 포스 자체가 대단했습니다.
모름지기 PC란
시대의 혁명, 놀라운 신기기라고 부를 수 있었습니다.
그린 모니터에서 몇 가지 색상으로 눈을 뜨게 만들었던 CGA, EGA, VGA,
와..
이제는 픽셀 자체가 너무 작아져서
어떤 이미지라는 걸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발전 속도 자체가 천장을 뚫을 듯 했습니다.
이런 기술 발전에 발맞추며 키보드들도 점차 다양해졌지요.
초창기 케이블이 달린 키보드는 말 그대로 기계식 키보드였던 것 같습니다.
키보드를 누를 때의 키감은 그리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멤피스 키보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손에 익어서 쓸만했습니다.
그러다 나왔죠, 멤피스 키보드.
얇은 두 개에 키를 누를 때 확실히 소리가 줄어들었습니다.
키보드를 연타할 때도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보니, 좌라락 키보드를 치고 있으면
옆에서 '오~' 하는 감탄이 들려왔습니다.
크, 영화에서나 나오는 그런 멋진 모습의 주인공이 나로구나 하는
혼자만의 착각에 빠지는 순간들이었지요.
아래아한글 1.5까지는 단축키를 그리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한글815 즈음에는 단축키로 못 하는 게 없었습니다.
마우스는 거의 들러리처럼 표를 만들고,
글자 모양을 바꾸고 하는 걸 휘리릭 하고 있으면
주위에서 정말 사람을 달리 본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냥 단축키의 연속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있어 보였습니다.
한메타자교사, 한컴타자연습.
그리고, 마지막 스테이지를 깨며 드디어 끝을 봤던 '신의손' 타자연습.
이런 프로그램들이 키보드와 친숙한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독수리 타법으로 모니터와 키보드를 번갈아 보며 얼마나 느린 생활을 했었을지.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계속 쓰겠습니다.
끝.
팬암님의 댓글
제 타자속도를 컴퓨터가 못 따라와줄 정도로 똥컴이었거든요. 표, 그림, 끼워넣기(당시엔 표 안에 표를 넣기가 어려워서)
50이 다된 아직도 특수문자를 단축키 코드번호로 쳐냅니다.
한글 97이후 815였나요? 단축키와 매크로의 제왕급이었죠.
그 이후 버전을 쓸데없는 기능에 오히려 단축키 쓰기가 어려워 졌던것 같아요.
당구장표시 3438, 하얀 동그라미, 검은동그라미... 343c, 343d... 검은세모, 하얀세모
대학교땐 컴맹이었던 내가 일하다보니 특수문자 코드번호까지 외우게되더라구요~
요즘 어떤 치킨집 가니까 한글96, 한글97 시작음 종료음을 배달 주문음으로 쓰는걸 봤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