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글을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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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4.♡.100.54
작성일 2024.06.17 04:39
분류 살아가요
11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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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 라는 표현보다는 적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머릿속에서 이미 잘 정리된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얽히고 설킨 실타래의 한 끝을 잡고 조심스럽게 끄집어내듯 적어내고 있으니

그저 꺼내어지는 대로 적어내고 있다.. 정도로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하다.

이렇게 한정없이 꺼내진 글들을 문장으로 문단으로 배치하고 보면 어색한 부분들이 한 둘이 아니다.

적절한, 적합한 단어도 아니고,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여기 저기 입 안에서 작은 돌맹이들이 겉돈다.

문장이 영 어울리지 않는 거다.

어쩔 수 없지. 그냥 뱉어내듯 적어냈으니 어찌 착착 입에 감기겠는가.

엉망일 수 밖에 없지.


문제는 이렇게 적어내려가다면 머릿속의 생각과는 달리 손가락은 전혀 엉뚱한 글자를 치고 있는 거다.

은는이가.. 조사가 항상 틀린다. 분명 제대로 신호를 보낸 것 같은데, 손가락 부근으로 그 신호가 가면

‘응.. 알아 알아.. 이거를 치라는 말이지’ 라고 대충 알아듣고는, 전혀 엉뚱한 조사를 적어놓는다.

은을 적야할 곳에 을을 적고, 에를 적어야 할 것에 의를 적고.. 아주 자기 마음대로다.

어느 정도 글이 마무리되었다 싶으면 글을 올리고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

여지없이 조사가 틀렸다. 잘못 적은 곳이 한 둘이 아니다.

다시 적어놓은 글을 수정하기 위해 들어가는데, 적어도 몇 명, 이미 수 십 명은 그 글을 읽었다.

몇 문장조차 제대로 적지 못한 그 문장을 이미 읽었다. 아.. 창피하다.

퇴고는 불구하고 오탈자도 제대로 잡지 못한 부족한 글을 올려놓고, 또 자조한다. ‘괜찮아, 괜찮아’

오프라인이고, 내 얼굴을 내비취며 글을 적는 것이 아니다보니, 이번에도 또 얼굴에 철판을 깐다.

그리고 슬쩍 오탈자를 잡으러 몇 번이나 다시 글 속으로 자맥질을 한다.

나중에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글의 구멍처럼 오탈자들이 박혀있는 그 부끄러움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많이 부족하다. 부족하다는 걸 인식하면서부터 더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적는다. 최소한 글을 적어야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있으니까, 체감할 수 있으니까.

적다보면, 오탈자도 잡다보면, 퇴고 비슷하게 조금씩 바로잡다보면, 언젠가는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적는 것이 아니라, 정말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정말 쓰고 싶다.

단 한 줄, 단 한 단어 조차도 빛나는 글을, 글을 쓰고 싶다.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남은 동안 한 번 쯤은 할 수 있겠지.

그저 이런 희망 하나로 오늘도 글을 적어본다.



끝.





댓글 2

아라님의 댓글

작성자 아라 (49.♡.11.6)
작성일 06.17 07:52
이 글을 읽다보나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에 나오는 모닝페이지가 생각나요. 오래된 책이라 다들 한 번쯤은 보셨으려나 싶지만.. 최근에(6월부터) 다시 하고 있는 모닝페이지에 제가 쓴 일기들도 다르지 않거든요 ㅎㅎㅎ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튼 잘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잡일전문가님의 댓글

작성자 잡일전문가 (39.♡.211.151)
작성일 06.17 09:45
글의 맞춤법, 비문도 그렇지만
또 머리속에 있는 생각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지도 참 막막하긴 합니다.

머리속에는 훨씬 웅장한 이야기가 있는데
글로 풀다 보면 웅장했던 이야기의 1할도 표현 못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지우고 다시 쓰고
또 그렇게 지우다 보면 처음에 썼던 마음에 들던 문장이 사라져있고
또는
앞의 문장과 뒤의 문장이 호응하지 않고

다듬다 보면
군더더기라고 생각했던 문장과 표현이 오히려 핵심이었고

등등

평범한 단어와 문장으로 머리 속에 있던 것을 제대로 표현하면서도
읽는 사람들이 글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력을 가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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