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갈깔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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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1.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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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입었던 노랑색의 갈깔이는 아니고 10여년전에 사서
아직도 입고 있는 까만색의 깔깔이..
이걸 얼마에 샀더라 하는 가격에 대한 기억은 없고
기억 나는건
저는 한번에 두개의 같은 옷을 산다는겁니다..
입고 다니면서 한벌은 입고 한벌은 세탁해서 햇볒에 바짝 말려서 보관하며 입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은 니는 옷이 그거 하나밖에 없나 하고 말하곤 합니다..
아닌데 라고 말하기도 싫고 해서
저는 이렇게 말 하곤 했었습니다
"이거 퇴근 하고 매일 빨아서 건조기에 말려서 입어~~~"
여기서 거짓말
저는 살면서 건조기를 사용한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심지어 본적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얼굴 색 하나도 안붉히고 뻔뻔하게 거짓을 말 하는
할아재입니다^^;;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그 날, 작업장의 저녁 공기가 사뭇 달랐다.
지친 숨소리가 섞여 흐르던 한낮의 공기와 달리,
어둠이 밀려오는 시간 속에서는 무언가가 이윽고 내게 다가올 듯한 미묘한 정적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까만 깔깔이를 몸에 두르고, 묵묵히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옷깃에 배어든 습도와 내 손끝에 와닿는 텁텁한 작업장의 공기,
머리칼 사이로 스치는 미세한 바람 한 줄기조차 지금 이 순간에 모조리 스며들어 있었다.
그 때였다.
문득, 그가 나를 빤히 쳐다보던 눈길이 떠오른 것은.
한 번은 가벼운 농담처럼 던졌던 물음이었다.
“옷이 그거 하나밖에 없어요?” 라는 말에 내뱉었던 답,
“이거 퇴근 하고 매일 빨아서 건조기에 말려서 입어~~~”
그 대답을 들으며,
그가 눈을 찡긋하며 눈짓을 보냈던 그 순간이.
건조기 한 번 본 적도 없으면서
얼굴 하나 안 붉히고 태연하게 말을 내뱉던 내가 스스로도 웃겼다.
사실을 감춘다기보단,
어쩐지 일상 속 농담 하나쯤 던져보려는 기분이었달까.
그런데 그날,
그가 바로 내 옆에서 넘어졌다.
그의 몸이 느닷없이 옆으로 기울며 물건들이 쏟아져 내렸다.
뭔가 날카롭게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얼른 몸을 굽혀 그를 부축하며
그가 쏟아놓은 짐들을 서둘러 제자리로 올려놓았다.
마음 한 구석이 묘하게 두근거렸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냐”는 말을 건넸다.
그는 애써 괜찮다는 듯 웃었고, 나 역시 묵묵히 작업을 마쳤다.
그런데 다음 날,
그가 조용히 내게 다가와 입술을 살짝 떼며 낮게 속삭였다.
“오늘 입은 옷은 어제 입었던 옷이 아니네요.”
마치 나를 알아챈 듯한,
그 순간의 분위기가 날 살짝 흔들었다.
나도 모르게 놀라 눈을 깜박였고, 그러자 그가 이어서 말했다.
“어제 넘어질 때, 입고 있던 깔깔이의 오른쪽 귀퉁이가 살짝 찢어졌더라고요.
표시가 안 날 정도로 작게,
그렇지만 오늘 그 자리에 흔적이 없는 거 보니까...”
말끝을 흘리며, 그는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 크게 울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단순한 옷이 아니라
그동안의 시간이 새겨진 옷,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함께 담아낸 시간의 흔적이 있는
그 옷이 찢어졌다는 그의 말이 왠지 모르게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에게 아주 낮게 속삭이듯 말했다.
“사실.. 건조기도 없지.”
침묵이 찾아왔다.
짧지만 깊게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사소한 거짓이 깨지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그와 내가 함께 경험한 어떤 시간들이 무겁게 침묵 속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내가 그에게 한 조각의 진심을 꺼내 보인 것 같다는 느낌을.
잘 쓰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