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개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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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폼 잡지 마!”
클럽 입구에서 반짝이는 인공피부를 달고 여자를 꾀는 오거리파 막내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인공피부에 돈을 얼마나 들였으면 물광 피부가 빛에 따라 반짝임이 다르다.
그래도 주먹깨나 쓴다는 놈이 저 모습이 무언가.
“죄송합니다.”
대충 고개를 숙이는 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숙이는 각도가 너무 뻣뻣하다.
내 밑에 있는 놈이었으면 저 피부를 다 뜯어 버렸을 텐데 아쉽다.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놈이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저리 뻣뻣한 거다.
그 생각이 나니 열이 뻗치고 콧김이 씩씩 났다.
푸쉬쉬!
코에서 하얀색 김이 나왔다.
그제야 놈의 눈이 커지고 허리를 급히 숙였다.
“죄송합니다! 형님! 피부 교체해야 하는데 다른 제품이 떨어졌다고 해서 며칠만 임시로 쓰는 겁니다. 다음 주까지 바꾸겠습니다!”
“흥! 다음에 올 때 볼 거다.”
“예! 꼭 바꾸겠습니다!”
화가 좀 풀려서 열이 식었다.
나는 옆에 있던 여자까지 노려 보고 다시 콧방귀를 뀌고 아래로 내려갔다.
―오빠! 저 아저씨 뭐야? 오빠 윗사람이야?
―조용히 해! 저 형님이 불광동 코뿔소야!
―그게 누군데?
―몰라도 돼! 무서운 형님이야!
다 들린다.
신체를 교체할 때 서비스로 인공 고막을 받았는데 너무 잘 들린다.
저런 소리까지 너무 잘 들려서 화가 많아졌다.
특히 이런 클럽에 올 때는 너무 소리가 커서 채널을 몇 개 닫는데 그게 또 사람의 말소리가 이상하게 울려서 은근히 불쾌하다.
미간을 찌푸리며 인사하는 부하들을 무시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닫힌 채널을 열고 소파에 앉아서 럼을 마시고 있는 흑표 형님에게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형님!”
“어, 그래. 앉아라!”
“알겠습니다.”
별명대로 온몸이 검은색 피부이고 눈이 노란 흑표 형님은 마시던 럼을 한입에 털어 넣고 자기가 마시던 잔에 럼을 가득 따라서 내게 주었다.
웬일로 여기까지 부르나 싶었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
“받아라.”
“감사합니다, 형님!”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럼을 꿀꺽꿀꺽 마셨다.
뜨거운 독주의 기운이 죽 아래로 내려와서 뱃속까지 후끈거렸다.
고개를 숙이고 잔을 건넸다.
“제가 한 잔 따릅니까?”
“아니. 일 이야기 마치고.”
형님은 받은 잔을 거꾸로 탁자에 내려놓고 태블릿을 건네줬다.
태블릿에 나온 사람의 얼굴은 나도 잘 아는 인물이다.
“서대문 쌍칼….”
별명은 쌍칼인데 어깨에 화염 방사기를 달고 다녔다.
저놈이 흑표 형님을 불태웠고 겨우 살아남은 형님은 저 시커먼 피부로 전신을 교체해야 했다.
저게 폼으로 저러는게 아닌데 그걸 모르는 아랫놈들이 개폼 잡느라 피부를 바꾸는 거다.
잠깐 기다린 형님이 입을 열었다.
“도망갔던 놈이 나타났다. 거기 좌표로 가서 놈을 잡아 와라. 애들 끌고 가면 눈치 빠른 놈이라 금방 눈치챌 거다.”
“어떻게 잡아 옵니까? 말할 수 있는 머리만 가져와도 됩니까?”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최대한 살려서 데려와라. 살을 하나하나 포를 떠 줄 생각이야.”
“알겠습니다.”
대답하고 나니 묘한 흥분감이 들었다.
서대문 쌍칼이나 나 불광동 코뿔소나 비슷하게 유명했는데 유독 싸워 본 적은 없다.
지금은 조직을 나와서 해결사 노릇을 하느라 제대로 싸운 적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굳은 몸을 좀 풀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니 몸이 뜨거워지면서 피가 돌았다.
그리고 코에서 하얀 김이 새어 나왔다.
“아직 아니야!”
흥분한 나에게 형님이 소리쳤다.
시커먼 인공피부 안쪽이 뒤집히며 방패를 만들어 몸을 가린 상태였다.
나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길게 콧김을 내쉬었다.
푸쉬시시!
하얀 김이 쑥 빠져나갔다.
“호승심이 생겨서 저도 모르게 흥분했습니다.”
“그래. 그 실력은 놈에게 발산하라고.”
다시 냉정해진 형님은 펼쳐진 방패를 접고 다시 피부로 되돌렸다.
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서 꾸벅 인사했다.
“빨리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와서 시끄러운 클럽을 지났다.
사실 보조 심장과 보조 폐 두 개를 달 때 옆에 냉각기를 같이 달아도 됐는데 폼 잡느라 빼달라고 했다.
그래서 피가 빨리 돌고 흥분할 때면 코에서 하얀 김이 나오는 거다.
이것도 개폼 잡는 거지만 덕분에 불광동 코뿔소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씩씩대면서 달려드는 게 폼이 나기는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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