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이 언급한 작문법
페이지 정보
본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의미가 단어를 택하도록 해야지 그 반대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산문의 경우, 단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단어에 굴복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상에 대해 생각할 경우 먼저 단어로 표현하지 말고 생각부터 해보자. 그런 다음 머릿속에 그려본 것을 묘사하고 싶다면, 거기에 맞을 듯한 정확한 단어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상적인 무언가를 생각할 경우엔 애초부터 단어를 선택하는 쪽에 끌리기가 더 쉽다.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존의 표현법이 마구 밀려들어 대신 작업을 해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의미가 흐려지거나, 심지어 바꾸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가능한 한 단어 사용을 미루고서 심상이나 감각을 이용하여 전하고자 하는 뜻을 최대한 분명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벙이지 싶다. 그런 다음 뜻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표현을 택할 수 있을 것이고(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 반대로 자신이 택한 낱말들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인상을 줄 것인지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공을 들이면 진부하거나 뒤섞인 이미지, 이미 만들어진 어구, 불필요한 반복, 그리고 허튼소리와 막연함을 대체로 피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글 쓰는 사람이 단어나 문구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느끼는 경우가 흔히 있으니, 직관이 통하지 않을 때는 기댈 만한 원칙이 필요하다. 나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대부분의 경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1. 익히 봐왔던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2.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3. 빼도 지장이 없는 단어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뺀다.
4. 능동태를 쓸 수 있는데도 수동태를 쓰는 경우는 절대 없도록 한다.
5. 외래어나 과학 용어나 전문용어는 그에 대응하는 일상어가 있다면 절대 쓰지 않는다.
6. 너무 황당한 표현을 하게 되느니 이상의 원칙을 깬다.
조지 오웰, '정치와 영어', "나는 왜 쓰는가", pp. 274-275. (강조는 인용자가)
벗님님의 댓글
로..
댓글을 끝내야만 할 것 같은
멋진 내용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