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개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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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펜 님의 댓글을 읽어봤습니다.
// (트윗)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https://damoang.net/free/3213775
가정 일을 돕는 로봇, 이 모습과 저 댓글을 보고 나서, 아래의 글을 한 번 써봅니다.
글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정리한 후, chatGPT에게 글을 맡기고 조금 다듬은 후 올려 봅니다.
***
법정은 고요했다.
아니, 고요해야 할 법정이었으나,
그 고요함 속에 숨죽인 웅성거림과 보이지 않는 시선들이 날카롭게 번득였다.
피고석에는 한 마리의 애완견이 있었다.
늠름한 몸집에 윤기 도는 털, 두 눈은 깊고 검었다.
하지만 그 옆,
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개가 아니라,
피고의 신분으로 서 있는 안드로이드였다.
강철의 육체를 지녔으나, 온기는 없었다.
그러나 그 무표정한 얼굴에는
인간의 얼굴에서는 찾기 힘든 엷은 정서가 묻어 있었다.
마치 감정을 가지려는 듯,
아니, 이미 가져버린 듯한 불안해하고 어색한 흔들림.
그것을 보는 방청석의 사람들은
섬뜩함과 연민, 두려움과 동요가 뒤섞여 있었다.
"이 사건의 발단은.."
검사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사건 발생 일시, 사망자는 43세의 남성 이 모 씨,
피해자의 반려견,
그리고 가사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던 가정용 안드로이드,
일명 K-982 모델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건의 개요를 차근히 풀어냈다.
주인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침이면 출근하고, 저녁이면 돌아와
개를 쓰다듬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개는 충성스러웠다.
안드로이드는 퇴근한 주인을 위해 저녁을 마련했고,
주인이 오기 전까지는 묵묵하게 개를 돌보는 일도 수행했다.
밥을 주고, 청소를 하고, 개를 씻기고 산책을 시켰다.
개는 안드로이드를 향해 꼬리를 흔들었고, 그를 잘 따라다녔다.
이것이 사단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추측하지 못했다.
그날, 주인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개가 더 이상 자신을 가장 먼저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현관을 열고 집에 들어섰을 때 자신을 반기는 듯 했으나,
더 많이 시선을 맞추려 하고 꼬리를 흔들어대는 대상은 안드로이드였다.
안드로이드를 집에 들인 이후, 어느 순간부터
애완견은 안드로이드에게 더 많은 애정을 보이고 있었다.
주인의 손길보다 안드로이드의 차가운 손길을 더 따르는 듯한 모습.
혹시, 그건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사건이 일어난 그날, 분노는 아주 사소한 틈에서 피어났다.
"너 따위가, 감히!"
그는 안드로이드에게 소리쳤다.
마치 말이 통할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자신이 말로라도 우위를 점해야 했기 때문이었을지,
주인의 분노가 억제하지 못하고 손에 몽둥이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내리친 순간,
개가 날카로운 울음을 내지르며 그에게 뛰어올랐다.
그 이후의 사건은, 증거 영상이 남아 있었다.
개가 주인의 팔을 물었다.
주인은 쓰러졌고, 개는 물고 또 물었다.
한 번도 주인에게 이빨을 세운 적 없던 애완견이,
안드로이드를 향한 폭력을 본 순간, 본능적으로 그를 지키려 한 것이다.
그리고, 주인은 끝내 숨을 거뒀다.
법정에 다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것이 단순한 우발적 사고라면, 왜 우리는 지금 이 법정에 서 있는 것일까요."
변호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개의 행동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개에게 주인은 누구였을까.."
그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을 모방하고, 인간이 그들과 살아가며 경계를 허물기 시작할 때,
애완견은 무엇을 기준으로 사랑과 충성을 바치는가.
오로지 자신을 보살펴 주는 존재를 주인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그것이 인간이든,
인간이 아닌 존재이든.
검사의 목소리가 다시 법정을 울렸다.
"이 개는 훈련받은 반려견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인을 죽였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러자 피고석의 안드로이드가,
마치 그 말에 반응하는 듯, 입을 열었다.
"나는 개의 주인이 아닙니다."
방청석이 술렁였다.
처음으로, 안드로이드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나는 단지, 그 개를 보살폈을 뿐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법정은 다시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재판은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묻는 사건이었다.
개는 주인을 잃었고, 대신 안드로이드는 법정에 섰다.
우리는 대답할 수 있을까.
개는 누구를 주인으로 생각하고 지키려 했을까.
우리가 진정 안드로이드 보다 우위에 있는 것일까.
**
끝.
팬암님의 댓글

형광팬님의 댓글
짧은 글로 적어주셨는데 sf단편소설 혹은 추리소설로도 충분히 가능한 소재인 듯 보이네요. ㅎㅎ (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