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앙 커뮤니티 운영 규칙을 확인하세요.
X

'14가지 이야기' 중 이야기 #10..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2025.03.05 15:44
분류 글쓰기
66 조회
1 추천

본문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길 건너 건물의 윤곽 정도는 보였었는데,

몇 걸음 앞, 낡고 거칠지만

그래도 아직 꽤 남아 있는 벽에 붙은 마른 페인트 정도는 보였었는데,

이제는..

고개를 숙여도 내 발가락도, 내 무릎도.

앞으로 펼친 내 손바닥도 보이지 않는다.

양 손을 마주 잡고 쓰다듬으면 분명 느낄 수 있는데,

이제는 아무 것도.


안개가 가득 꼈다.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벽을 타고 흐르다 전등을 켜고 꼈다.

아무리 안개가 꼈어도 희미하게 환해지거나 어두워져야 하는데,

몇 번을 켜고 꺼도 칠흑같은 어둠만 가득하다.


급작스러웠다.

주위 무슨 변화가 있었기에 이렇게 안개가 밀려든 것인가.

그래, 그넘들.

그넘들이 그렇게 소란을 피우더니, 분명 그넘들의 소행이다.

저수지에서 뭔가 일이 생긴 게지.

이넘들에게 당장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

코 앞 조차 보이지 않으니, 이게 무슨 난리인가.


가만 있자..

여기.. 그래, 이 즈음에 내 스마트폰이 있을 텐데.

흠.. 여.. 여기에.


어?

뭔가 바뀌었다.

분명 벽을 쭈욱 집고 왔으니, 이 즈음에 책상과 의자가 있어야 하는데,

어.. 어딨는 거지?


벽에서 손을 땠다.

조금 더 안쪽으로, 조금 더 안쪽으로.


뭐지?

내 방은 이렇게 크지 않은데.


조금만,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아..


안되겠다.

아무 것도 만져지지 않는다.

안되겠다.

다시 되돌아가자.


벽. 그래, 벽을 다시 집고 가자.

뒤로 조금..


어?

벽, 벽이 없다.


조금만 더 뒤로. 조금만 더..


없, 없다.

벽이 없다.


나.. 나는 지금 어, 어디 있는 거지?

이거.. 안개, 안개가 맞는 거지?




// '14가지 이야기'를 써봅시다.

https://damoang.net/writing/3346




끝.

1추천인 목록보기
댓글 1

레드엔젤님의 댓글

작성자 레드엔젤
작성일 03.05 15:59
왠지 분위기가 무섭네요.^^;;
홈으로 전체메뉴 마이메뉴 새글/새댓글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