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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가지 이야기' 중 이야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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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2025.03.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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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바다였다.


어른 시절 살던 동네에서 바다를 구경하려면

몇 대 다니지도 않는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했다.

물론, 나이가 어려서 혼자 그렇게 짧지 않은 여행을 갈 수도 없었지.

그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자연은 산과 들. 이것이 전부였다.

바다, 텔레비전에서 보고 라디오에서 소리로는 들었었다.

그런 곳이 있다 한다. '바다'라는 곳이란다.


처음 바다였다.

형님의 모임에 따라갔던, 그곳이 바다였다.

어둠이 짙어 그 색을 제대로 알 순 없었지만,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보며,

조용히 밀려들었다 쓸려 나가는 파도를 보며

아, 이런 곳이구나. '이게 바다구나'라고 알게 되었다.


처음 바다는 그랬다.

수평선을 보지도 못했고 푸른 색을 보지도 못했다.

어두운 하늘과 경계가 되어 있지도 않았고,

그저 눈 앞으로 밀려와 무엇이든 조용히 가지고 갈 것 같던 바다.


수 해가 지나고, 친구들과 함께 다시 바다를 찾았다.

사람들이 왜 바다를 찾는가,

사람들이 왜 바다를 마치 잊었던 고향인냥 다시 찾는가.

나는 이제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안다.

캔맥주 하나를 들고 바닷가 모래 사장에 앉아 한 모금씩 삼키며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으로 묻고 침묵으로 답해주는 바다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밀려왔다가 다시 돌아가네.

나처럼,

또 너처럼.



// '14가지 이야기'를 써봅시다.

https://damoang.net/writing/334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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