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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놀이] 1. 투표는 몇 번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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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2025.04.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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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몇 번 했지만, 한 번도 뽑은 적은 없다.

그는 늘 투표소를 나올 때마다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따라오지 않음을 확인하고서야 한숨을 쉬었다.


주머니 속에서 주민증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그는 눈을 돌린다.


회상, 이번에 실수한 것은 없었나, 제대로 잘 해낸 것인가?

쭈뼛거리며 주민증을 내밀었고, 나를 확인하는 이에게 눈을 슬쩍 맞췄다.

내 얼굴에서 무엇을 확인할 수 있었을까? 아마 아무.. 것도.

나는 시선을 내리고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아직 인쇄되지 않은 투표용지. 저들의 시선이 불편하다.

상냥하게 나를 바라보는 저들의 미소. 내 눈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지는 못할 테지.

인쇄된 투표지를 받아 들고 바닥의 화살표를 따라 장막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간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 나만의 휴식.

투표용지는 둘일 때도 있고 셋일 때도 있다.

낯선 이름들, 낯선 정당들.

이들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 지, 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뒤에서 투표를 기다리는 이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을 테지.

뜨이면 안 된다. 평범해야 한다. 다른 이들처럼, 아주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래야..


투표 도장을 찍는다. 투표용지를 접는다. 한 번, 두 번.

숨을 한 번 내쉬고 여느 사람들처럼 투표함에 넣는다. 화살표를 따라 출구로.

자연스러웠다. 누구 하나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투표를 했다. 누구나 그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면 안 된다. 정면을 바라보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걸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아침으로 무엇을 먹지? 하며 가벼운 고민을 하는 사람들처럼.

한 걸음, 두 걸음.. 따라.. 오지 않는다. 아무도, 아무도 나를 따라오지 않는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어? 인기척이다. 이 골목은 인적이 드문 곳인데..

아주 살짝, 잠깐 고개를 돌려볼까? 점점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

한 번, 아주 잠깐 시선을 돌려 볼..



// [글쓰기 놀이] 글을 완성해 봅시다.

https://damoang.net/writing/385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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