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그럼요,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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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알았지?”
“그럼요, 당연하죠!”
안드로이드는 친근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찡긋거렸다.
척하면 척이라더니.
어떻게 내가 하고자 하는 걸 저렇게 단 번에 알아차리는 것일까.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다.
내 미묘한 표정 변화와 작은 몸짓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바로 인지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저렇게 일사천리로 마무리했다.
하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와 함께 생활하는 안드로이드, 내 생활 패턴을 모두 숙지했겠지.
무엇을 언제 먹는 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어떤 날엔 어떤 기분이 드는 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척.
크.. 이 맛에 저 비싼 안드로이드들을 집 안으로 들이는 거지.
안드로이드는 벌써 식품 주문을 하고 있었다.
냉장고에 비워진 물품들을 확인하고, 일주일치 먹거리를 영양 성분의 조합과
내가 먹는 패턴의 시기들을 적절하게 조율해서 딱 필요한 만큼만 저렇게 주문을 한다.
‘어이, 알았지?’ 한 마디면 이런 게 척척척. 크.. 얼마나 간편하고 좋은 세상인가.
어느 날인가 캔 하나로는 부족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더니
안드로이드가 다가와, 냉장고에서 차갑게 잘 보관되고 있던 캔 하나를 슬며시 내미는 게 아닌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척척척.
이러니 내가 안드로이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어느 날 일이 조금 일찍 끝났다.
줘도 그만 안줘도 그만이긴 하지만, 아주 쎈스 만점의 우리 안드로이드에게 선물을
하나 주려고 가게에 들러서 ‘지니어스’라고 쓰여 있는 예쁜 머리띠를 하나 구매했다.
안드로이드의 머리에 씌워주면
빈 말이긴 하지만, 또 얼마나 좋아라 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현관 문 밖 계단을 살살 올라가서 갑자기 활짝 현관문을 열었다.
이건 완전 서프라이즈니까.
허.. 그런데, 거실 가득 저.. 저건 뭔가?
수를 셀 수 없이 많은 식료품들이.. 바닥에 잔뜩 깔려 있다.
“어.. 어.. 저.. 저게 뭐야?”
“주인님, 일찍 오셨네요. 마침 반품 처리 중입니다.”
“반품?”
“주인님이 드시지 않는 식품들은 항상 이렇게 반품을 하고 있습니다.”
“그.. 그럼 그 동안?”
“그럼요, 당연하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