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기억이 사라지면 인간은 여전히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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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벗님

작성일
2025.04.09 16:33
본문
‘내가 나’임을 인지하고 자각하는 바탕에는 다름 아닌 ‘기억’이 있다.
기억이 온전히 유지되는 한,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허나 만일 그 기억이 사라진다면?
혹은 어느 드라마에서처럼 갑작스런 사건으로 기억을 잃게 된다면,
나는 여전히 나라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 켜켜이 쌓인 기억들로 이루어진 존재일텐데,
그 기억들이 무너진다면 나라는 존재도 함께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면.
살아온 날들의 모든 기억이 소멸되었다면.
혹은, 아예 처음부터 아무런 흔적도, 추억도 없이 세상에 던져졌다면.
마치 갓 작동을 시작한 안드로이드처럼,
나는 과연 누구일까.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나는 어떤 이름을 지녔으며, 어떤 시간을 건너왔을까.
삶의 기억을 잃은 텅 빈 나.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나.
그 공허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나’라 부를 수 있는 존재일까.
그렇다면, 반대로 인위적인 기억을 주입하며 나를 완성할 수 있을까.
빈 껍데기 속에 잘 꾸려진 기억을 섬세하게 심어 넣어서 완성된 나.
그 기억의 총아가 나인가?
빈 스케치북,
오늘도 나는 기억 하나를 적는다.
훗날, 가득한 기억들 중
즐거운 기억들이 많기를,
행복한 기억들이 많기를 바라면서.
// [화두] 글을 써봅시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https://damoang.net/writing/369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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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4.09 16:48
@팬암님에게 답글
몇 년 정도 망원동에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나이가 조금 있는 외국인 부부가 식사를 하고 계시더군요.
아주 잠시였지만, 아 이번에 해외 입양을 위해 오셨구나 하고 느껴지더군요.
우리는 여느 때처럼 가족과 함께 와서 식사를 하는 것이었고, 저분들은 새로운 가족을 위해 와서 식사를 하고 계시는..
저 역시도 평범함을 평범하고 누리고 있어서인지,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될 때마다 묵직하게 머리를 얻어맞는 느낌이 듭니다.
그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나이가 조금 있는 외국인 부부가 식사를 하고 계시더군요.
아주 잠시였지만, 아 이번에 해외 입양을 위해 오셨구나 하고 느껴지더군요.
우리는 여느 때처럼 가족과 함께 와서 식사를 하는 것이었고, 저분들은 새로운 가족을 위해 와서 식사를 하고 계시는..
저 역시도 평범함을 평범하고 누리고 있어서인지,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될 때마다 묵직하게 머리를 얻어맞는 느낌이 듭니다.
팬암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4.09 17:21
@벗님님에게 답글
청년부 시절 같은 청년부였던 좀 어린 여 후배애가 홀트에서 해외로 입양될때 아기바구니를 인솔해주는 봉사활동을 꽤 많이 했다는 얘기한게 기억나네요... 미국 공항에서 나가지 못하고 바로 '리턴'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그녀석 아빠가 츅규 귝가대표 팀닥털 이었다는; 다들 아시는... 그분 맞습니다.
그녀석 아빠가 츅규 귝가대표 팀닥털 이었다는; 다들 아시는... 그분 맞습니다.
에헤라디야님의 댓글
작성자
에헤라디야

작성일
04.10 13:08
애플TV+에 단절:세브란스 라는 드라마가 딱 이 글의 주제로 진행됩니다.
회사에서는 기억이 다른 자아가 있고 퇴근하면 원래 기억을 가진 자아가 있지요.
둘은 상대방과 서로의 영역에서 어떤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자아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기억이지요.
기억이 다르면 자아가 다릅니다. 자아가 다르면 다른 사람이지요. 비록 같은 몸을 공유할 지라도요.
회사에서는 기억이 다른 자아가 있고 퇴근하면 원래 기억을 가진 자아가 있지요.
둘은 상대방과 서로의 영역에서 어떤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자아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기억이지요.
기억이 다르면 자아가 다릅니다. 자아가 다르면 다른 사람이지요. 비록 같은 몸을 공유할 지라도요.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4.10 13:14
@에헤라디야님에게 답글
기억을 담은 육신, 메모리를 담은 안드로이드.
혹시, 이 둘의 차이가 있을까요?
자신이 여느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믿는 안드로이드.
자신이 여느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믿는 사람.
이 둘을 구분하려고 애쓰는 AI.
^^;
혹시, 이 둘의 차이가 있을까요?
자신이 여느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믿는 안드로이드.
자신이 여느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믿는 사람.
이 둘을 구분하려고 애쓰는 AI.
^^;
팬암님의 댓글
그만큼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입양된 기간까지
. 사라진 '나' 의 시간 .
. 사라진 '나' 의 기억 . 들을 채우고 싶은것이겠지요.
제 지인이 'ㅇ트' 담당 공무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주민번호를 생성해주고 출생신고 해주는 단순한 업무임에도 흔적을 남겨주기 위해 자기가 근무한 기간동안은 작은 메모 하나까지파일철에 끼워놓고 언젠간 그 메모가 발견되길 바랬다 라고 하는걸 들은적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