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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써둔 무협 소설의 한 장면(feat.베드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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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04.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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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파하고 엽성과 구양연은 나이 많은 시비의 길 안내를 받아 객청으로 돌아왔다. 시비가 물러나고 두 사람만 남게 되자 구양연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부자지간인데도 단주와 행수는 참으로 다르네요. 광풍대를 퇴치한 일을 두고 알락 행수는 행객의 안전을 말하는데, 타르나이 단주는 돈을 말하잖아요.”

구양연은 타르나이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엽성이 느낀 점도 그녀와 비슷했다.

두 사람은 부자지간임에도 전혀 다른 기질을 보였다. 늙은 아비는 과감하고 속물적인 데 반해, 중년에 접어든 아들은 신중하고 선비 같은 면모가 있었다.

“이곳은 아무래도 우리가 오래 머물 만한 곳이 아닌 것 같아요. 단주는 분명 또 대가께 곤란한 요구를 해올 거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 과장스레 행동한 부분도 있을 거요. 거절의 뜻을 확실히 밝혔으니 당분간은 귀찮게 하지 않겠지. 연매가 기력을 충분히 회복하고 나면 움직이도록 합시다.”

아닌 게 아니라 잔뜩 지친 구양연의 몸으로 곧바로 천 리가 넘는 사막길을 다시 나선다는 것은 무리였다.

“고단할 테니 편히 쉬시오.”

구양연을 내실로 안내한 엽성이 문을 닫고 나가려 했다. 순간 여인이 다급하게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처음에는 엽성의 소매를, 곧 굳은살 가득한 손을 잡았다. 구양연의 하얀 손에는 열기가 들끓고 있었다. 그 짜릿한 열기가 엽성의 머리와 가슴을 진탕시켰다.

반쯤 넋이 나간 사내가 몸을 돌려세웠다.

“언제까지 내외할 거냐구요. 우린 시간이 없어요.”

“나는…….”

처음 생사결에 나설 때도 이만큼 긴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구양연은 엽성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손을 그의 뺨에 갖다 대었다. 사내의 열기가 여인의 열기에 호응했다. 호흡이 멈추고 피가 쏠렸다.

“혼례는 생략하자고 했잖아요. 더 기다리게 할 건가요?”

구양연의 얼굴도 발갛게 물들었다. 떨리는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다 마지막에는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구양연에게 잡힌 엽성의 왼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오른손이 여인의 가냘픈 등을 덮는 것과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졌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숨이 가빠지고 서로의 몸을 급히 더듬었다. 옷도 채 벗지 못한 남녀의 몸이 함께 침대 위로 쏟아졌다.

뜨거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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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에 도착하고 한 달 가량은 행복과 쾌락이 가득한 나날이었다.

두 남녀는 모든 것을 잊고 서로를 끝없이 탐닉했다. 두 사람 모두 생전 처음 맛보는 종류의 기쁨이었다.

사내의 나이 스물여덟, 여인의 나이 스물둘. 양쪽 모두 한창의 나이였다.

사내는 평생 청정한 도관에서 수행만 하던 도사였고, 여인은 명왕교의 지체 높은 공녀였다. 양쪽 모두 남녀를 몰랐지만 한번 물꼬가 터지자 막을 수 없었다.

평생 내외공을 단련한 엽성의 불꽃은 꺼질 줄 몰랐다. 반면 구양연은 병약한 체질에도 불구하고, 엽성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받아내었을 뿐만 아니라 금세 열락에 눈을 떴다.

타르나이는 두 사람에게 흥미가 사라진 듯 다시 찾지 않았고, 공사가 다망한 알락은 그들을 직접 챙길 시간이 없었다. 오로지 허드렛일을 해주는 시비 하나와 설두완만이 매일 방문했다.

자연스레 객청은 두 사람만의 별천지가 되었다. 외출이라고 해봐야 인적 없는 정원을 다정하게 걷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평생의 그 어느 시절보다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였다.

“화산이 그립지 않으세요?”

평소처럼 몸을 섞은 어느 날, 엽성의 단단한 가슴팍을 어루만지며 숨을 고르던 구양연이 불쑥 물었다.

“당신과 함께 하는 동안은 거짓말처럼 생각이 나지 않는구려.”

진심이었다.

“전 소화산 아래에서 본 상공(上公)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엽성이 미소 지었다.

삼 년 전의 여름. 그 역시 잊어본 적 없는 날이었다.

“서악 화산처럼 강하고, 무섭고, 듬직해 보였어요.”

삼 년 전. 화산에 급보가 전해졌다.

마교의 장로 소면화천 양언위(楊彦緯)가 신분을 위장한 채 일단의 무인들과 함께 서안 일대에 나타났다는 첩보였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잠행에 화산은 바짝 긴장했고, 대제자 현백을 비롯한 무인들을 급파하여 그들을 감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은밀히 움직이고 있던 명왕교의 무인들도 마찬가지. 은밀히 그들을 추적하던 화산파 일행은 소화산 인근에서 발각되고 말았고, 현백은 소면화천과 진검승부를 벌였으나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그 날, 두 절정 고수의 생사가 나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당신은 참으로 아름답고 당당했소.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엽성의 머릿속에 그 순간의 광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화산파는 명문정파라고 들었는데 듣기와 다르게 편협하군요.”

명왕교의 무인들이 둘러싸고 지키던 마차의 문이 열리며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참으로 신비한 힘이 있었다. 서로를 겨누고 있던 현백의 검과 소면화천의 쌍장이 멈칫거렸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렸다.

구양연의 항의가 이어졌다.

“우리 일행은 이번 행로에서 단 한 번도 누구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화산파가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죠?”

“마교의 이름 높은 소면화천 장로가 본파의 인근에서 잠행 중이라는 첩보를 접하고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온 것이지, 먼저 공격할 뜻은 없었소. 귀 교의 무인들이 우리를 습격했기에 해명할 기회를 놓친 것이오.”

“흐흐흐, 화산이 이 늙은이의 잠행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듯, 우리 명왕교도 화산파의 염탐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법이라네.”

웃으며 이마의 땀을 훔치는 소면화천의 소매는 칼자국으로 넝마가 되어 있었다. 낭패한 것은 현백도 마찬가지로 머리에 쓴 순양건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갔고, 머리카락과 옷의 일부는 불길에 그을려 있었다.

명왕교의 무인들과 현백을 따라온 화산파의 제자들 또한 전투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나마 양쪽 모두 크게 다친 자는 없었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장로께서 명왕교의 무인들을 대동한 채 이곳까지 잠행한 목적을 알려주지 않으신다면, 후배는 부득이하게 다시 검을 휘둘러야 할 수도 있소.”

“하하! 화산파 대제자의 검이라면 내가 두려워 할 줄 알고?”

“양 장로님, 그만 두세요. 화산파의 도사께서도 멈추시죠.”

금방이라도 다시 싸움을 벌이려는 두 사람을, 이번에도 구양연이 멈추게 했다.

그녀의 맑은 눈이 현백을 응시했다. 현백은 무언가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슬쩍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번에는 붉고 도톰한 입술이 그의 두 눈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섬서신의 유조생 어른을 뵈러 가는 길입니다.”

“병자가 있소?”

유조생은 실력과 인의를 겸한 인물이었지만, 다소 괴팍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섬서의 가난한 마을 황룡현에 의원을 세운 뒤, 단 한 번도 의원에서 백리 밖으로는 출타하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어떤 지체 높은 왕공귀족이라 할지라도 유조생의 진맥을 받고 싶으면 반드시 그의 의원을 직접 찾아가야 했다.

“저에요. 저를 섬서신의께 데려다주기 위해 양 장로님과 교의 여러 형제들이 이곳까지 오신 거에요.”

“소저는 누구십니까?”

“연아, 대답할 것 없다.”

소면화천이 다급히 구양연을 말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당대 명왕의 딸 구양연입니다. 화산파 대제자 현백 도장의 위명은 익히 들었습니다.”

정중하게 인사한 후 살짝 눈웃음 짓는 모습에 현백의 심장이 두둥실 부풀어 올랐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나중에 양 장로께서 저에게만 살짝 말씀하시더군요. 하마터면 젊은 놈 검에 객사할 뻔 했다고.”

“소면화천께서 우스갯소리를 하신 모양이오. 나야말로 소면화천의 열양강기를 뚫지 못해 애를 먹었소.”

구양연의 손이 엽성의 배로 내려왔다. 단단한 근육이 손끝에 닿았다.

“솔직히 말해봐요. 그때 왜 우리를 따라오겠다고 한 거죠?”

“반반이었던 것 같소. 소면화천에게 정말 다른 목적이 없는지 감시하기 위함이기도 했고…… 당신이 궁금했소.”

그 날 엽성, 그 당시의 현백은 소면화천과 구양연에게 동행을 제안했다.

섬서신의를 만나고, 다시 섬서 경내를 벗어날 때까지 엽성이 홀로 명왕교 일행을 따라다니는 대신 화산파를 비롯한 정파 세력과 충돌하지 않도록 힘을 써준다는 조건이었다. 화산 장문인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제자였기에 할 수 있는 제안이었다.

구양연의 설득을 받은 소면화천이 동의함으로써 엽성은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구양연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순수하기만 한 도사님인 줄 알았더니 다른 속셈이 있으셨군요.”

엽성을 짓궂게 놀리는 구양연의 손이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뜨거운 손길이 미끄러져 내려갈수록 엽성의 몸 안에서도 열기가 피어올랐다.

엽성이 가볍게 구양연의 손을 잡아채고, 반대편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가냘픈 몸 위로 올라왔다.

“괜찮겠소?”

다정한 저음의 목소리와 이글거리는 눈빛의 부조화가 여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녀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열락.

두 번째 정사임에도 엽성은 성난 말처럼 몰아쳤고, 구양연은 바다처럼 그를 감싸 안았다.

곧 해일 같은 쾌락이 밀려왔다.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헐떡이며 여인이 사내의 귀에 속삭였다.

“아이를 갖고 싶어요. 당신을 닮은 아이를.”

사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여인은 더욱 간절하게 속삭였다.

“내가 사라진 뒤에도 당신을 지탱해 줄 아이를 갖고 싶어요. 내게 아이를 줘요.”

그녀의 바람에 답하듯 엽성의 몸이 더욱 거칠게 움직였다.



이정도면 심의 규정 준수한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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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팬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팬암
작성일 04.16 21:57
구양연 부자는 중년의 곽소천, 아들이 중년의 곽정 같은 느낌이군요.

현이이이님의 댓글

작성자 현이이이
작성일 04.16 23:22
너무 좋아요~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04.17 11:49
아직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았는데.. 마지막 페이지 같은 느낌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얘기가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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