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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써 둔 무협소설 두 번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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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04.1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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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기의 서늘한 기운이 구양연을 잠에서 깨웠다. 잠결에 침대를 더듬었으나 푸석한 이불의 감촉뿐, 강건하면서도 다정한 사내는 손에 닿지 않았다.

구양연은 몸을 웅크리며 일어났다. 남들에게는 아직 그리 추운 날씨가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살갗을 파고드는 고통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행복했다. 작고 초라한 오두막 안, 엉성한 나무 침대에서 낡은 천이불을 두르고 자는 지금이 과거의 그 어느 시절보다 더 행복했다.

그녀의 행복을 완성시켜 주는 사내가, 지금 이 순간 바로 곁에 있었다면 더 행복했을 것이다.

‘시간이 어떻게 됐지?’

나무 덧창 사이로 희미하게 빛이 새어 들어오고, 산새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동이 틀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엽성은 아마도 물을 긷고, 땔감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구양연은 짐승털로 만든 외투를 입고 문 앞에 서서 숨을 들이켰다. 준비가 된 후 문을 열자 한기가 훅 밀려 들어왔다.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종종걸음으로 부엌으로 달려갔다.

부엌에 들어가 벽 한 귀퉁이에 매달아 놓은 자루에서 채소와 말린 고기를 꺼내, 서툰 칼솜씨로나마 손질했다. 명왕교의 공녀이던 시절에는 한 번 해본 적도 없는 일이었으나, 가욕관을 벗어난 이래 어깨너머로 엽성이 하는 것을 보아두었다.

손질이 마무리될 때쯤 어깨에 물통을 둘러멘 엽성이 날듯이 들어섰다.

“이 추운 날씨에 왜 나와 있소. 내가 할 테니 당신은 얼른 들어가시오.”

“상공께서 분주하신 데 저라고 놀고 있을 수가 있나요.”

“당신을 먹여 살리는 일은 내가 하겠다고 하지 않았소.”

“낭군의 식사를 챙기는 건 제 기쁨이기도 하답니다.”

다정한 연인의 투닥거림에 천산의 늦가을에도 온기가 감도는 듯했다.



주인공 커플의 러브씬만 뚝뚝 잘라서 올리는 중입니다

두 편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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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04.21 11:18
사랑은... 별달리 기억되거나 특별히 일어난 대단한 것들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 짙게 담긴 서로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그냥 함께 있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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