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 들꽃놀이 1억뷰 축하하며 [ 긴 글, 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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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제 어제 오늘 아무 이유없이 어쩐지 연거푸, RM ‘들꽃놀이’를 들었습니다.


괜시리 마음이 어지럽고, 자꾸만 방탄이들이 보고싶은 날들입니다.

그리고 들꽃놀이 이 곡이 어지러운 마음 속을 씻어줍니다.


“이 욕심을 거둬가소서, 나를 나로 하게 하소서. “




그러다, 조금 전,1억뷰 축전을 똬악! 접하고 보니, 어쩐지 뭉클합니다. 흑 ㅜㅜ

에구, 주책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나름의 삶, 나름의 방탄과의 만남이 있으리라 여깁니다.


저는 80년대 후반, 청소년기에 들었던 음악과 내심 좋아하던 가수님들이 있었으나 그것을 대놓고 말해보거나 표현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랜 친구였고, 이제는 같이 살아온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남편이, 저의 방탄이들에 대한 애정에 뭘 그리 흥칫뿡을 하는지, 어이없어하면서도,

제 진심을 남편도 아니 저리 질투를 하나 싶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제 강릉에서 최근 몇년 사이에 먹었던 물회 중에 가장 나은 물회를 먹었습니다.

양도 많고, 맛도 좋고… 먹다가 물회를 좋아하는 진이 생각났습니다.

진이가 어여 나와서 물회를 먹어야할텐데, 곧 전역인데, 물회를 언제나 먹었으려나, 잘 지내나.

넋두리를 하니, 군대 말년의 권세를 잘 모르는구나~라며, 길게 이야기합니다. 물회가 문제가 아니고 넘나 잘 지낼거라고.

남편에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조금은 놓입니다.


들꽃놀이로 돌아와서 생각을 이어갑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뮤비를 처음 봤을 때,

팡! 팡! 터지는 불꽃놀이 화려한 폭죽을 바라보는 담담한 표정 눈빛에 조금 시무룩해졌습니다.

더 웃었으면 좋겠고,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옷은 고무줄바지에 니트를 입고 나와서 힘을 쭉 빼고 맥 없어 보이는 것도 같고,

폭풍 허리케인 토네이도 속에서 헤매는 듯한 장면에서는, 이제 다 끝난 것 아닌가, 이제 꽃길만 남은 걸텐데, 왜… 즐겁지 않니… ㅜㅜ

이 곡을 처음 뮤비로 접할 때, 괜히 속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뛰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40대 종점을 향하는 여인네인 저는, 달리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뛰지도 않는 족속입니다.

그러니까 처음 뛰었습니다. 그래봐야 겨우 10분 미만이고 심박수 143이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의 역사상 스스로 이렇게 뛴 것은 최초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땐, 뛰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비록 콩콩콩 제자리뛰기나 진배없는 속도로 볼품없는 달리기라 해도 말입니다.


들꽃놀이의 가사를 살펴보니, 세상 어지러운 일들, 중심을 잃는 자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따져 물어 대체 지금 넌 어디에?”

남에게 따지고 남 탓을 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요. 얼마나 편한가요.

정작 중요한 것은 남이 아니라 나입니다.

내가 나이게 하기 위해 나는 어찌해야할까요.

내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나는 누구에게 물어야할까요. 그게 남일까요.


“반갑지 않아 너의 헹가래 / 내 두 발이 여기 땅 위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웃었으면 하고 즐겁기를 바라는 것이, 사실 ‘가면’을 씌우는 일일 수 있습니다.

문득 그것을 깨닫고서, 생각합니다.


불교에서 말한다죠.

집착하지 말라고, 집착하는 것이 지옥이라고.

나 자신도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을 스스로 알면서,

남을 내 맘대로 하려하고 안 된다고 악을 쓰는 것은 얼마나 지옥일까요.

그러니, 좋은 소리, 좋아해도 될 듯한 남의 헹가래도, 결국은 내 두 발을 허공에 띄우고 나를 나이게 하지 못하는 짓일 수 있음을 헤아려봅니다.


“목소리만 큰 자들의 사회 / 난 여전히 침묵을 말해”

어제 오늘 여러번 말하고 싶어서 치밀어 오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제 밥벌이가 말하는 직업이다보니, 말하는 것이 두렵지도 어색하지도 않습니다만,

굳이 그러고 싶지가 않습니다.

정말 목소리만 큰 자들의 사회라는 말이 맞습니다. 때때로 괴이한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말하는 것만이 말은 아닙니다.

목소리가 크다고 이긴다고 여기게 두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라고, 잘 한다고, 제 무덤 잘 판다고 끄덕이게 됩니다.

작은 목소리, 목소리가 없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을 돕고 싶고 그런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러니, 침묵으로 말한다는 말이 더욱 무게있게 느껴집니다.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얻었다 생각한 행복은 겨우 찰나”

“문득 멈춰보니 찬란한 맨발 / 원래 내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

“소년에서 영원으로 / 나 이 황량한 들에 남으리 / 나 언젠가 되돌아 가리”




RM의 이 목소리에 공감합니다.

저는 사십년 넘게 살다가 희미하게 깨달은 바를, RM은 벌써 선명하게 깨달았군요.

크게 아프고, 내내 아프다보니 깨닫게 되는 바가 있었습니다.

뭐가 내것인가, 내것인게 있는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도 나는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언젠가 돌아갑니다.


다만, MV에서처럼 들에 남을 때, 보라색 들꽃들이 피었을 때,

그 보라색 들꽃들처럼 저도 그 들에서 흔들리고 싶습니다.

아무 의미 없더라도 돌아갈 때, 곁에서 흔들리는 들꽃 중에 하나이기를 바랍니다.


콘서트 티켓 구하기 힘들고, 어쩌면 영영 못구하더라도,

언젠가 디너쇼라도 하는 날이 있기를 바라며,

내 나이 아주 많더라도 방탄이들 보러 나들이할 수 있는 체력이 있으려면,

평생 안 하던 달리기라도 이제 시작해야합니다.

힘을 내야합니다.


세상에 굳이 계량화된 수치로 이야기하는 정 없음, 딱딱함이 싫을 때도 있지만,

이마만큼 분명한 것 역시 없습니다.

그저 나 혼자 마음을 비질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닦아내는 느낌으로 듣고 있었는데,

이 곡이 1억뷰라니!

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순간들이 1억번이나 있었다니, 반갑기도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방탄이들이 지하실에서부터, 핍박과 조롱과 모욕을 당하며 한 걸음씩 디뎌온 세월 중,

저는 거의 정점에 이르러서야 함께 하기 시작한 사람입니다.


그 지난 시간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방탄이들이야 당연히 대단하지만, 무엇보다도,

방탄이들과 함께 총알을 맞아온 아미들에게, 국내외 아미들에게,

너무나 고맙고, 그때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했고, 뒤늦게 알아가면서 속상했고,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얼마나 여러번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1억뷰가 크게 다가옵니다.

모르고 듣다가, 요며칠 그저 듣고 싶어서 듣다가 1억뷰 축전을 접하고,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해서, 긴 글 찌끄려보았습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편안함에 이르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아미님들.

댓글 10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긴 글, 죄송합니다.
하루 하루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Amoo님의 댓글

글이 주옥같으셔용~ 저도 어렸을때 조차도 연예인 괜찮네 정도에서 끝냈지 왕팬 이런건 안했던지라~ 그래도 무비도 찾아보고 X도 살펴보고 하는건 BTS뿐~ RM의 가사는 저는 개인적인 일보다 사회적인 현상을 이야기하는 걸로 항상 읽혀지더라구요~ RM 초딩때 쓴 시 읽고나서 부터요~ 범상치 않아요~ 굿밤 되세요~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끄덕이게 되는 댓글입니다. 공감합니다.
개인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 사회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아픈 이들이 너무나 많은 듯합니다.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힘 내봅니다. 댓글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쓸데없이 (삭제된 이모지)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이 따뜻합니다. 참 좋습니다. (삭제된 이모지)

지낭님의 댓글

"원래 내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 /
소년에서 영원으로 / 나 이 황량한 들에 남으리 / 나 언젠가 되돌아 가리”

꾸무럭님의 댓글

헐..  재봉한당 당주님! 아미셨어요? 저도 샤이 아미인데 ㅋㅋㅋㅋ 아줌마라 콘서트갈 체력도 티켓팅할 순발력도 없지만 아름다운 7명의 청년들이 넘 흐믓하고 이뻐서 늘 응원하게 되더라구요.

핑크연합님의 댓글의 댓글

안녕하세요~! ^^ 예 저 아미입니다. 뭐 한 것도 없도 없고, 뒤늦게 숟가락(?!) 올린 터라, 늘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댓글 말씀이 딱 제 마음입니다. 같습니다.
찌찌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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