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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의 일본 환율관찰대상국 지정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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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블루캣 39.♡.28.152
작성일 2024.06.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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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재무부는 반기마다 발표하는 "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 감시대상 국가를 공표하고 있는데요.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2024년 상반기 보고서에서 일본이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추가됐습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155엔을 상향 돌파하면서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점증하는 상황인데, 아주 오묘한 시기에 재무부 보고서가 공표되면서 시장에서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환율관찰대상국 지정은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국 통화가치의 인위적인 하락을 유도하는, 또는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국가들에 대해 이뤄집니다. 지정 기준은 세 가지인데요. 1) 대미 무역흑자 150억불 이상, 2) GDP 대비 3% 이상의 무역흑자, 3) 최근 12개월 중 8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GDP 2% 이상 달러 순매수입니다. 이 중 두 가지를 충족하면 환율관찰대상국이 되고, 세 가지 모두 충족하면 환율심층분석국으로 레벨업(??)이 이뤄집니다.

 이번 일본의 관찰대상국 편입이 흥미로운 점은, 일본이 엔화가치 방어를 시도할 수 있는 시점에 미 재무부의 경고가 들어왔다는 겁니다. 아래 표에서 보시다시피, 지난 3년간 엔화는 주요 통화 중 가치가 가장 크게 떨어진(환율 상승) 통화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통화가치 하락은 수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큰 폭으로 하락하면 수입물가 상승을 촉발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킵니다.

 일본의 경우 사실 외환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절하를 방조한 측면이 약간 있어 보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지나쳐 보이긴 했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미 재무부의 관찰대상국 지정은 엔화가치가 너무 많이 하락했으니 빨리 개입해서 끌어올리라는 뜻으로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해석해 버리면 통화가치가 급락했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왜 아무 신호도 주지 않느냐는 의문에 답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사실 저는 미 재무부가 일본 정부에 이와 정반대의 경고를 준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자제해라"라는 거죠. 두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첫째,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달러가치 상승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연말에 대선을 앞두고 있고, 물가상승 지속 여부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부상 중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당분간 무역적자를 감수하고 달러강세를 유도해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둘째, 엔화 절상을 위한 일본의 달러자산 매도가 미 국채 투매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보유한 달러자산을 매도해서 엔화자산을 매입해야겠죠.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재정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 발행량을 크게 늘렸다는 게 문제입니다. 미 국채 공급이 급증한 상황에서 국채시장의 가장 큰 손 중 하나인 일본이 달러자산을 매도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칫 잘못하면 투매 도미노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 생각이 맞는다면, 일본 정부는 통화절상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엔화 가치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떨어질 수도 있겠지요. 다른 한편으로, 엔화가 강해지기 어렵다면 비슷한 입장인 한국 원화 역시 강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가능성 때문에 엔화자산 바닥 잡기는 아직 시기상조이고, 달러자산 투자에 대한 환헤지 역시 당분간은 필요성이 적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 기준금리 차 때문에 현재 환헤지 비용이 연 3% 가까이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상입니다. 편안한 퇴근길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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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 1 페이지

존스노우님의 댓글

작성자 존스노우 (175.♡.92.12)
작성일 06.24 17:32
옐런도 얘기했듯이 '너네 미국 국채 팔면 때찌할거야' 이거 아닐까요?
일본 정부(BOJ?)가 가용한 달러 현찰은 얼마 없을테니까요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블루캣 (39.♡.28.152)
작성일 06.24 17:40
@존스노우님에게 답글 그게 무서우면 세금 더 걷고 국채를 덜 발행하면 될텐데 힘들겠죠 아마

naroo님의 댓글

작성자 naroo (14.♡.0.162)
작성일 06.24 17:36
함의가 무슨 뜻인가요?

이적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이적 (106.♡.128.245)
작성일 06.24 17:38
@naroo님에게 답글 겉이 아닌 말 속에 담겨진 속내를 뜻하죠.

프레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프레드 (211.♡.73.56)
작성일 06.24 17:39
@naroo님에게 답글 함축된 의미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yaseo님의 댓글

작성자 yaseo (58.♡.128.118)
작성일 06.24 17:41
민주주의 수호자인 미국이 깡패짓을 하네요.
그러면 미국채를 무제한으로 발행하여 돈풀기를 시전 중이라죠.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블루캣 (39.♡.28.152)
작성일 06.24 17:48
@yaseo님에게 답글 미국이 깡패 아니었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과거와 달리 밑에것들이 좀 컸다고 말 안 듣고 슬슬 기어오르고 있는 게 문제의 근원 아닐까 합니다.

Life2Buff님의 댓글

작성자 Life2Buff (59.♡.207.48)
작성일 06.24 17:49
이런 해석도 가능하군요. 역시 전문가의 식견!
미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에 진심이라는 점을 봤을 때 첫 번째로 드신 근거는 상당히 타당성이 있어 보이네요.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블루캣 (39.♡.28.126)
작성일 06.24 18:02
@Life2Buff님에게 답글 저는 사실 매크로 분석 손 뗀 지 좀 오래 됐습니다^^ 혹시나 지금 엔화 표시 미 국채투자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한마디 거들어 보았습니다.

가사라님의 댓글

작성자 가사라 (112.♡.211.243)
작성일 06.24 18:01
국채 던질까봐 옐런이 미리 경고준거죠.
일본은 금리를 올리지도 못하고 내리지도 못하고 미국채를 던지지도 못하고 나락으로 끌려가는 중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라고 나을 건 없다는게 문제네요.
우리나라에서 미국 주식시장에 1년 동안 150조원이 빠져나갔습니다.
달러원환율이 안올라가는게 더 이상한 상황이죠.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블루캣 (39.♡.28.182)
작성일 06.24 18:13
@가사라님에게 답글 원화 가치는 대미 수출액에 연동하고 대미 수출액은 미국 제조업 지표에 동행하니 미국 제조업 경기가 좋아지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요. 근데 기준금리 인하가 미국 제조업 경기에 효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게 문제일 것 같습니다.

바토님의 댓글

작성자 바토 (106.♡.2.228)
작성일 06.24 18:05
한국은 환율관찰대상국 지정 기준에 미달(대미 흑자가 줄어서….)해서 지정해제된거 아닌가요? 작년엔가 올초에 그렇게 들은거 같은데, 저도 헷갈리네요.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블루캣 (39.♡.28.97)
작성일 06.24 18:19
@바토님에게 답글 네 말씀하신대로 한국은 한 가지 기준만 초과라서 2회 연속 제외됐습니다. 다만 일본의 경우는 미 재무부가 “일본 정부가 지난 4~5월에 엔화를 매수하고 달러를 매도해 엔화 가치를 강화하고자 개입했다”고 명기한 게 의미심장한 부분이죠.

Shoot님의 댓글

작성자 Shoot (211.♡.12.81)
작성일 06.24 18:09
엔가치가 너무 떨어짐->소비자물가가 너무올라 국민이 고통->정권지지율 바닥뚫고 내려감-> 기시다(권력 놓치기 싫음)->외환시장개입1,2차 (달러 엄청씀)->하지만 두달만에 다시 전고점으로 돌아감->이제는 외환시장개입용 현금자산이 거의 남지않음->하지만 미국국채는 엄청나게 가지고 있음->미국국채 죽어라고 팔아!!! 엔저방어 반자이!!-> 미국 국채 (조달)금리 올라감->그러면 금리 못내리고->1. 국채 매입에 들어가는 비용 엄청나게 증가 2.선심성 예산같은거 올스톱(국채가 안팔리면 예산이 쫄쫄)->바이든 재선 가능성 꼴아박음->트럼프당선.


이런 프로세스도 있죠.
그래서 일본이 미국국채 다량방출 못하게 경고하는 면도 꽤 큽니다.

근데 이 모든것의 시작은 미국정부가 돈 무지하게 풀고 금리를 올려서 그런건데..
동맹국이고 뭐고 자시고 미국이 똥싸고 그 피해는 한.일등 친미국가들이 죽어라고 보고있죠. ㅡㅡ#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블루캣 (39.♡.28.97)
작성일 06.24 18:21
@Shoot님에게 답글 그 전에는 큰형님이 뒤를 봐 주는 것도 좀 있었는데 트럼프 시대 이후 “그런 거 읎다“가 돼 버렸죠.

흑미님의 댓글

작성자 흑미 (59.♡.95.65)
작성일 06.24 18:13
미국 핵 우산도 못 믿겠어요.
프랑스가 현명했네요.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블루캣 (39.♡.28.97)
작성일 06.24 18:22
@흑미님에게 답글 그렇게 보기엔 최근 프랑스 경기가 영 안 좋습니다.

운하영웅전설A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운하영웅전설A (86.♡.71.58)
작성일 06.24 18:37
결국 자본의 논리라는 건 존재할 수 없다는 소리죠. 힘이죠 힘.
시장은 만능일 수도 없고, 사람은 교묘하기까지 합니다.
그나저나 미국채는 정말 애매하군요. 중국과 일본에게 목 매야 하네요.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블루캣 (39.♡.28.150)
작성일 06.24 19:03
@운하영웅전설A님에게 답글 반대로 중국, 일본도 미 국채를 함부로 팔지 못합니다. 미 국채 보유량이 그 나라 통화의 신인도를 보증해주는 역할도 있어서요. 다만 그 역할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는 게 불안한 점이긴 하죠.

꼬니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꼬니다 (116.♡.235.83)
작성일 06.24 19:37
그래서  일본  보험회사들이  해외투자  헷지를 안하고 있다죠  엔화가 향후 강세로 갈 예정이라면  헷지하는게 정상인데  언헷지를  더 하고 있다는 건 당분간  엔화약세에 배팅했다는 거겠죠.. 자국 기업들도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블루캣 (218.♡.52.115)
작성일 06.24 20:14
@꼬니다님에게 답글 일본 보험사들은 전부터 해외채권 자체를 별로 안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금리차가 더 커서 환헤지 비용이 많이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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