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배 칼럼) 내가 경험한 '유쾌한 정봉주 vs. 불쾌한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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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시절의 정봉주에게 많이 배웠고 한때 그를 동경하기도 했었지만
'응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고백하는 이완배 기자의 따끈한 아침 칼럼을 발췌 해봤습니다.
1. 이번 전당대회에서 정봉주의 전략은 대실패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대실패로 돌아갔지만 그건 그가 선택한 길이고,
그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다."
2. 내가 고민 끝에 정봉주와의 개인사가 얽힌 칼럼을 쓰는 이유는
그가 남긴 교훈과 메시지 때문.
"칼럼에서 정봉주 개인의 문제를 거론하겠지만 그게 주된 목적은 아니다.
이 칼럼을 결심한 이유는 그가 우리 진보운동에 남긴 교훈과 메시지가 적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3. 나꼼수 시절의 정봉주는 내게 많은 가르침을 줬다.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짚을 것은 다 짚는, 유식한 척 하지 않으면서도
민중의 언어로 사람을 설득하는 정봉주의 유쾌함은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4. 난 그를 좀 안다.
"내가 그를 개인적으로 좀 안다는 이야기다.
나는 공저자로 그와 책을 한 권 함께 쓰기도 했고,
그가 쓴 다른 책 두 권 편집과정에도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
5. 정봉주에 대한 동경은 함께 일을 하며 박살이 났다.
"동경은 그를 만나고 함께 작업을 하면서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나를 언제 봤다고 보자마자 반말로 이거 해와라 저거 해와라 비서 부리듯 하는 태도
(비서도 당연히 이렇게 부리면 안 된다)에서 처음 놀랐고, 나뿐 아니라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깔아보는 그 거만한 태도에 두 번 놀랐다."
6. 출판사 돈으로 호텔에 체류하며 와인까지 시켜 먹던 정봉주
"가장 놀랐던 것은 그가 ‘대한민국 진화론’이라는 책을 쓸 때 작가와 인터뷰를
서울 강남 인터콘티넨탈 호텔 방을 잡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당연히 그 돈은 출판사에서 냈다."
"야밤에 정봉주가 “와인이 마시고 싶다”고 출판사 사장에게 전화를 했단다.
출판사 노동자가 늦은 밤에 허겁지겁 와인을 구매하러 달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미안해하기는커녕 마치 당연한 대접 받는다는 듯이 와인을 받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정봉주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와인을 가져다줬던 출판) 노동자가 나에게 “선배, 저러고도 진보 어쩌고 하는 게
진짜 웃겨요”라고 토로했을 때, 내가 어디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7. '(타인에 대한) 존중심'이 없는 유쾌함의 이면, 진보가 가능할까?
"나는 나꼼수 정봉주의 유쾌함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그 유쾌함의 내면에 ‘내가 민중들의 위에 있다’는 거만함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민중들을 존중하지 않는데 어찌 진보가 가능한가?
"우리의 진보 운동은 우리와 함께 하는 민중들에 대한 뜨거운 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
8. 훗날 그가 함께 하자고 제의했을 때 난 가차없이 거절했다.
"나는 2012년 그가 감옥에서 출소한 이후 한 번도 그를 인간적으로 좋아한 적이 없다.
2018년쯤인가? 그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방송을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그걸 거절하는 데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와 같은 공간에서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이 1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봉주는 대중에게 유쾌한 사람이었지만 나에게는 불쾌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발랄함을 배워야 한다고 믿었지만,
그와 같은 공간에서 진보를 함께 논하고 싶지 않았다."
9. 유쾌하되 거만하지 않고, 즐거움을 주되 상대를 존중하는 진보.
정봉주는 내게 숙제와도 같은 교훈을 준다.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유쾌하되 거만하지 않은, 민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되 민중들을 존중하는,
너무 심각하지 않지만 가슴은 뜨거운 그런 운동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게 내가 정봉주를 지켜보며 나 스스로에게 남기는 숙제 같은 교훈이다."
출처: 민중의 소리 (24-08-19)
촌평)
따지고 보면 이번 해프닝도 결국 '존중심'의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굥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정봉주 본인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고
끊임없이 응원해줬던 당원과 지지자들에 대한 '존중심'말이죠.
안타깝습니다.
주원아빠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걷기님의 댓글
좋은 책이 많이 나온 출판사라서 나름 기대하며 같이 일을 했습니다.
같이 일한 편집자와는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출판사의 일하는 방식이
제가 지금까지 일했던 어떤 출판사보다 양아치 같더군요.
실망을 많이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출판사는 아직도 좋은 책이 많이 나오는 출판사이고
제 경험은 개인적 경험일 뿐입니다.
콘헤드님의 댓글
그동안 가졌던 그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이제 거둡니다.
diynbetterlife님의 댓글
성공한 변호사의 길 대신 민주투사의 길을 선택한 바보 노무현,
인권 변호사 문재인,
인권 변호사 이재명,
운동권에서 시작해 검찰개혁을 주장하다가 멸문지화 속에서 굥정권을 겨누는 창날이 된 조국,
우리가 이 분들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이유가 뭘까요.
민중의 아픔을 이해하고 연대하기 때문 아닐까요.
정봉주는 최고위원 탈락의 원인을 반추하고, 원외에서 자신의 쓸모를 찾기를 바랍니다.
노무현 탄핵에 동참했던 추미애도,
김민석, 이언주, 양문석도
본인의 쓰임새를 찾는 것 처럼요.
Gesserit님의 댓글
신나부러님의 댓글
굴튀김이군님의 댓글
자비로운세상님의 댓글
이제 다들그만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온더로드님의 댓글
군포아재님의 댓글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네요.
벗바리님의 댓글
‘김어준’이 여기 해당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네요.
나옹님의 댓글
그동안 소원했다가 워낙 최근에 고초를 많이 겪다보니 김어준이 살짝 도와주었는데 그걸 이렇게 또 발로 차버리는 정봉주네요.
결국. 공익이 아닌 사익추구자
나르시시스트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태도가 곧 본질이다. 동의합니다.
blast님의 댓글
fsszfeaja님의 댓글
사막여우님의 댓글
나에대한 태도가 건방졌고
출판사노동자에게 야밤에 와인 심부름 시켰다는거네요.
(신뢰하기에는 디테일이 너무 부족하네요.)
이번 기회에 정봉주를 묻어버리겠다는
그런 느낌이 드네요.
후로다이버님의 댓글의 댓글
별내용이 있는지 없는지는 개인의 확증편향에 따라 달려있긴 하죠. 전 팔만대장경만큼이나 내용이 많아 보입니다.
사막여우님의 댓글의 댓글
그동안 말많은 민주당 쪽에서 기웃거리지 못했을거에요.
소설가라면 팔만대장경이 될수도 있을텐데
일반 직장인이 보기에는
흔한 일이죠.
ludacris님의 댓글
비내린오후님의 댓글
이번에 정봉주와 관련된 일들을 지켜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실망하고 화가 났던 부분입니다.
민주당을 사랑한다면서 당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그의 얘기들은 또하나의 커다란 배신감의 비수로 돌아온거죠.
그동안 지켜보며 주었던 신뢰를 거둡니다.
가시나무님의 댓글
정봉주 프레임도 어느 정도 함께 했다고 봅니다.
실제 이때다 싶어 분탕질 신나 했던 몇 몇 회원들도 또 다른 이슈때 한 번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요
로스로빈슨님의 댓글
do3op님의 댓글
저는 이제 정봉주라는 이름을 마음속에서 지우려고 합니다.
AREA49님의 댓글
이완배 기자님이라면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님과도 꽤 방송 같이 하셨는데, 김용민 이사장에 대한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