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상담하면서 느낀 점_수치심과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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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kdocok 211.♡.180.56
작성일 2024.09.1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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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581216864

어제도 8시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바이올린 레슨, 미용실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검진해서 진료의뢰를 했던 수검자가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어제 오후에 들었기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예방의학과에서 파생된 과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예방하기 위함 검진을 실시하였음에도 죽음을 예방하지 못하였습니다. 원인은 다르지만 한가지 질환으로 발병하기도 하고 원인은 한가지지만 수많은 다양한 질환으로 파생되기도 합니다. 검진의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질환을 예방하는 것에 목숨을 걸면 민감도를 높이고 경미한 질환까지 모조리 3차병원에 보내서 회신을 받을 수도 있지만 모든 책임을 대학병원에 보냈다는 사실 하나로 책임을 회피하는 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예리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지만 의학이라는 것이 정말 140억년 동안 펼쳐진 우주의 역사보다 아는 것이 없습니다. 죽음이란 소식을 듣고 나의 행정적 절차를 확인하고 안도를 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위어드]라는 책을 읽고 수치심으로 사는 동양인과 죄책감으로 사는 위어드(서양인)의 행동 판단기준에 따르면 저는 수치심보다는 죄책감으로 움직이는 사람인가 봅니다. 제가 정한 기준이나 목적이 타인과 유별나게 다르거나 타인에게 공격받는 것에는 동요되는 경향이 낮지만 제가 정한 기준이나 목적에서 벗어나면 많이 흔들립니다.

어제는 죄책감이 짓누르는 저녁과 밤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조던 피터슨의 [질서너머]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비틀거리며 흐느적흐느적 목표를 위하여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오늘 아침은 우중런을 하였습니다. 비오는 것을 확인하고 아파트 밖을 뛰어나갈까 오늘은 오후에 뛸까 잠깐 고민하고 일단 뛰어보자라는 생각으로 뛰기 시작하자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았습니다. 한강은 짙은 검은 색을 힘겹게 바다로 밀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장애물을 보지 말고 달리는 나에 집중하니 내리는 비가 정겹게 어깨를 두드려 줍니다. 장애물만 보면 하지 말아야 할 이유만 눈에 보이고 목표를 보면 목표만 보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 자전거에 재미를 붙인 아이가 좁은 길을 통과하기 3m 전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합니다. 저는 아이가 자전거 타는 내내 뒤에서 뛰어서 쫓아다녔기에 외쳤습니다.

"앞을 봐! 앞으로 나아가는 곳을 보고 옆에 벽은 쳐다보지마!"

아이는 팔꿈치를 쓸리고 넘어질듯 넘어질듯 하면서 끝까지 비틀거리며 페달을 밟고 통과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장애물을 보지 말고 목표만 쳐다보면 돼"

오늘은 죄책감에 짓눌리는 저에게 그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581216864

댓글 4 / 1 페이지

adfontes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adfontes (203.♡.187.251)
작성일 09.12 07:56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죄책감을 좀 덜어내시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시기를 빕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211.♡.180.56)
작성일 09.12 08:41
@adfontes님에게 답글 위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1년에 한두건 씩 이런 일이 있는데 힘이 많이 빠지지만 말씀하신대로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믿습니다.

블랙맘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블랙맘바 (203.♡.136.57)
작성일 09.12 08:03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힘내세요.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211.♡.180.56)
작성일 09.12 08:46
@블랙맘바님에게 답글 저희 아버지가 자주 해주신 말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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