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 50주년 기념미사에 참례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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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뉴먼킴 211.♡.0.87
작성일 2024.09.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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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에서 50년이라는 건 (안식년이 7번 지난) 희년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게 창립 50주년은 특별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며칠 전 어머니의 3일상을 치뤄서 아직 마음이 아프지만) 저도 이 미사엔 반드시 참례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 잠시 후 부산에서 출발합니다. 


여담으로 최대한 싸게 가는 걸 선택하려고 고속버스 일반석을 왕복으로 예매했는데, KTX 일반석 편도와 비슷한 금액이네요. 아무튼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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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50주년 성명서]

사제단을 일으켜 세운 순교자들

1. 50년 전 갓 서른을 넘긴 젊은 신부들이 안락한 성소를 박차고 서울로, 명동으로 집결했던 것은 주교 지학순의 수감 때문만도 아니요, 독재자 박정희의 폭압 때문만도 아니었으니 그것은 이곳 지하묘소에 잠들어 계시는 순교자들의 비상호출 때문이었다고 믿습니다. 열린 세상을 꿈꾼 죄로 국가폭력에 희생되신 김대건 안드레아, 정하상 바오로와 우리 강토 곳곳에 뼈를 묻으신 순교자들의 천둥 같은 부르심이 아니었으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출현할 수 없었으며, 반세기에 이르는 줄기찬 실천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제단의 등장 이후 한국천주교회는 비로소 마땅히 가야했으나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새롭고 험한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2. 그런데 우리가 <제1시국 선언문>에서 천명했던 “유신헌법 철폐와 민주헌정 회복/ 국민 생존권과 기본권 존중/ 서민대중을 위한 경제정책 확립”은 지금 짓다만 밥처럼 이도저도 아니게 돼 버렸습니다. 애국청년학생, 노동자와 농민, 양심적 지식인과 종교인들이 살벌하고 교활하고 악랄했던 독재 권력에 맞서 피눈물 흘려가며 이룩한 성취가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 어찌해야겠습니까? 다시 한 번 민주의 이름으로 크게 일어설 때가 왔음을 말씀드립니다.

3. 지난 달 사제단은 두만강, 압록강을 순례하였습니다. 조선의 첫 신학생들이 건너갔고 다시 건너온 거기서 “진리의 찬란한 빛 담뿍 안고 한 떨기 무궁화로 피어나신” 선배들의 고결한 삶을 돌아보았으며,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북녘의 산하를 눈으로 어루만지면서 우리가 생나무 절반이 찢겨나간 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지나온 오십 년을 돌아보고 나아갈 오십년을 내다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을 살고 있으니 우리는 두려움 없이 내일을 건설할 것입니다. 맡겨진 일을 피하거나 미루지 않을 것입니다. 짐도 무겁고 길도 멀지만 믿음도, 사명도 주님께서 주신 것이므로 우리의 멍에는 가볍고 편합니다.

4. 사나운 폭염 아래 줄곧 시달리다 한여름 못잖은 가을 더위 속에서 지칠 대로 지쳐버린 모든 분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먼 옛날부터 착한 사람들이 똑같은 반복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어찌하여 악인들의 길은 번성하고 성공하여 편히 살기만 하는가?”(예레 12,1) 성경의 대답은 단순하고 단호합니다. “악인들이 풀처럼 돋아나고 나쁜 짓하는 자들이 꽃피듯 피어나더라도 그것은 영영 멸망하기 위함이다.”(시편 92,8) 당장에는 악이 승리하는 듯 보여도 오래 가지 못합니다. 악한 자들은 풀과 같고 의인들은 나무와 같습니다. 풀과 달리 나무가 자라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므로 불의의 기세에 놀라지도 눌리지도 맙시다.

5. 이참에 세상을 치명적으로 병들게 만드는 사회적 현상 하나를 말씀드립니다. 그것은 종교가 공정을 외면하고 정의구현이라는 직무를 팽개치는 태만입니다. 공정은 지상에 구현되어야 하는 하늘의 명령이고, 정의는 그것을 바르고 의롭게 펼치는 사람의 도리입니다. 7,80년대 교회가 그나마 떳떳하고 듬직했던 것은 공정의 집행인 정의를 최소한의 애덕으로 여기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바야흐로 이른바 ‘대붕괴의 시대’를 맞이한 오늘, 교회마저 세상의 슬픔과 번뇌를 외면한 채 자신의 안일에 몰두한다면 사람들이 서러운 눈물을 어디서 닦겠습니까? 우리부터 사제단을 결성하던 때의 순수하고 절실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6. 투쟁은 쉽고 건설은 어렵습니다. 저항은 쉬우나 참여와 창조는 힘이 듭니다. 밤낮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일로매진하는 검찰독재의 등장은 민주화 이후 우리가 무엇을 고쳐서 무엇을 창조해나갈 것인지, 그리하여 어떤 나라를 이룩할 것인지 목표와 의지가 흐릿해지면서 벌어진 변칙 사태라고 하겠습니다. 지금이라도 갈 길이 어느 쪽인지 분명하게 정하면 됩니다. 우리는 하나에서 나온 한생명이니 살림도 ‘한살림’이어야 합니다. 저만 알아 저만 살자는 살벌한 각자도생은 그 누구에게도 안전한 미래가 아닙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이의 불신과 미움을 포용과 이해로 바꿉시다. 너와 나의 뜨거운 사랑을 상생의 에너지로 바꾸기만 하면 얼마든지 쳐낼 것을 쳐내고, 버릴 것은 말끔히 태워서 거룩한 선열들이 꿈꾸던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을 넘어서 기묘하게 일하시는
하느님께 찬미와 찬송을 드리며

2024년 9월 23일
명동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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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1 페이지

질풍가든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질풍가든 (211.♡.67.160)
작성일 09.23 07:19
잘 다녀오세요 평화를 빕니다~♡

mania81님의 댓글

작성자 mania81 (106.♡.78.101)
작성일 09.23 07:32
가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아쉽네요 ㅠ 반차를 써야 다녀올 수 있는 ..

Simlady님의 댓글

작성자 Simlady (223.♡.204.40)
작성일 09.23 08:54
아 가고싶은데 당일에 알아서 휴가를 못내네요 ㅠㅠ

아리바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리바바 (59.♡.117.6)
작성일 09.23 08:57
천주교인은 아닙니다만 사제단의 50주년은 그 의미가 남다르네요. 축하드리며 잘 다녀오세요!

브래드베리님의 댓글

작성자 브래드베리 (106.♡.138.153)
작성일 09.23 09:03
아멘! 사제단 신부님 수사님 수녀님 모두 감사합니다.

Rania님의 댓글

작성자 Rania (211.♡.22.89)
작성일 09.23 09:08
너무 뜻 깊은 미사 참여가 될 것 같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eunsom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eunsom (106.♡.128.53)
작성일 09.23 09:42
잘 다녀오세요. 평화를 빕니다!

신쏨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신쏨 (121.♡.40.106)
작성일 09.23 11:56
평화를 빕니다.

WinterIsComing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WinterIsComing (14.♡.78.132)
작성일 09.23 12:03
그나마 대한민국에 천주교가 있고 그 안에 깨어있는 신부님들 덕분에 결정적인 순간마다 역사적 후행을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신부님은(여러 최상단 고위직을 역임하신....) 윤씨가 전두환 보다 더 나쁜 놈이라고 항상 열을 내시곤 하죠.

웅스파님의 댓글

작성자 웅스파 (14.♡.131.204)
작성일 09.23 13:19
모두를 위해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스스로를 단디하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함께 평화를 빕니다!!

산들바람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산들바람썬 (180.♡.33.201)
작성일 09.23 14:21
이참에 세상을 치명적으로 병들게 만드는 사회적 현상 하나를 말씀드립니다. 그것은 종교가 공정을 외면하고 정의구현이라는 직무를 팽개치는 태만입니다. 공정은 지상에 구현되어야 하는 하늘의 명령이고, 정의는 그것을 바르고 의롭게 펼치는 사람의 도리입니다. .. 너무 멋지네요..ㅠㅜㅜㅜ

DavidKim님의 댓글

작성자 DavidKim (142.♡.57.228)
작성일 09.23 20:11
이 분들이 조용히 계시면 정말 평화롭고 제대로 된 세상일텐데요. 지금처럼 불의가 판을 쳐도 모든 정부조직과 기레기 언론이 눈을 감고 있으면 이분들의 역할이 절실하게 필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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