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상담하면서 느낀 점_산재심사위원 입장에서 최근 산재 의심 사례 발견자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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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kdocok 247.♡.175.168
작성일 2024.10.1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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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617942225


어제 저녁 9시에 자서 4시쯤 일어났습니다. 문제는 밤새 모기를 잡느라 수면질이 엉망이네요. 어제는 남산을 올라갔다 내려와서 풀밭에서 1시간 30분가량 야구, 배드민턴, 원반던지기를 쉬지 않고 하였기에 오늘 아침에는 좀 쉴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어느 순간 제가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습관은 정말 무섭긴 합니다. 결국 인터벌이나 마지막 스퍼트도 없이 최대한 속도를 줄여서 회복 운동을 하였습니다. 오히려 아침에 무겁던 몸은 정상화되었기에 운동하기전 운동하기 싫다는 느낌은 그저 나의 착각이었구나 싶습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으로 활동을 하였으나 요즘에는 바빠서 이름만 걸어놓고 나가질 못합니다. 어쩌면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의 본질이 훼손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나름으로 쓰임이 있겠죠. 산재여부를 의학적, 사회적 기준으로 판단을 하는 것이니 과학과 사회학의 만남일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너무나 안타깝고 딱한 사례로 눈물이나서 차마 저의 알량한 지식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피재자의 진술을 얼굴을 보고 듣게 되면 그러한 생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업주가 고생을 했겠구나라고 말이죠. 심지어 부하직원을 괴롭혀서 자살하게 한 동기를 만든 자가 산재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이 위원으로 참석한 정신과 전문의는 주먹으로 누군가를 치면 누군가도 다치지만 주먹도 충격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쩌면 가장 노동자 편에 서서 생각하는 직업환경의학과전문의보다도 더욱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기도 합니다. 선악은 없습니다. 그저 그러한 상황이 있을 뿐 이죠. 덕분에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이긴 하였지만 배울점도 많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산재 의심 사례가 터져나오는 사업체에 대한 건강진단을 하게되면서 생각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해당 사업장을 폐쇄해야하는지 아니면 좀더 면밀히 보아야 판단이 가능한 것인지 말이죠. 노동자 분들이 착취당하고 있고 사업주는 착취를 한다는 판단은 선악판단이므로 배제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의학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착취를 한다고 판단했던 사업주는 자기 사재를 털어서 회사 부도를 막으면서 근로자들의 해고를 최대한 막는 사례도 봤기에 도덕적 판단은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알수도 없고 알아도 저의 판단일 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회색이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맞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산재여부는 아무도 모릅니다. 대법원에서 산재라고 하더라도 의학적으로는 아닌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로 인한 피해가 회사가 폐쇄되고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결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원인이 어느 하나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생활습관, 회사의 자금 사정, 근로자의 특정 근무 여건, 사업주의 무지 등 어느 원인이 몇%를 기여하였는지 판단하는 것이 정량적으로 가능할까요? 기준이 모두 정성적 평가만 가능합니다.


가끔은 사회적 판단을 해야하는 직업환경의학이라는 과가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지금은 혼란스럽습니다. 선배님에게 도움을 청해야할 때가 온것 같기도 합니다.


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617942225

댓글 2 / 1 페이지

댓글쓸려고가입함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댓글쓸려고가입함 (240.♡.176.56)
작성일 10.14 11:54
선악이란게 이분법으로 잴 수 없는거겠죠. 선에도 악의가 있고 악에도 선의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248.♡.89.49)
작성일 10.15 06:53
@댓글쓸려고가입함님에게 답글 요즘에는 선한의도/악한의도 모두 그 쓰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의가 옳고 악의가 그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결과는 모두 양면성을 가지고 누군가의 악한의도로 누군가 시련을 겪고 성장하면 그 악한의도는 좋은건지 나쁜건지 구분이 가능할까요. WEIRD라는 책을 보면 심지어 전쟁조차도 인류의 발전에는 선순환을 만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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