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여권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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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118.♡.216.48
작성일 2024.11.3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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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권이 없어 해외여행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들이 해외여행 갈 때 동행하지 않습니다.

그럼 여권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사연이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1994년 처음 중국으로 출장을 갈 때 전 직원이 여권을 같이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제 여권만 나오지 않았고, 여행사에서 제게 연락이 왔습니다. 여권이 안나온다며 예전에 무슨 죄를 지은 적이 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몇 년 전에 국가보안법과 집회와 시위 법률 위반으로 감옥에 갔다왔다"고 했더니 "그것 때문에 그렇군요."라면서 1급 공무원 이상의 신원보증인 2명을 내세워야 여권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말이 쉽지 1급 공무원을 만나본 적도 없고 주변에 잘나가는 사람도 없는 사람에게 신원보증인을 찾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주위에 설령 그런 사람이 있어도 신원보증을 쉽게 해주지도 않구요. 신원보증 해줬다가 사고가 생기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는 일이니 웬만한 사람은 신원보증을 해주지 않죠.

당시 외삼촌이 중학교 교장이셨는데 사정을 말씀드리니 제일 친한 친구분이 교육부 차관인데 얘기를 해보겠다고 하시더군요.  다행히 그분과 그분 아는 분이 신원보증을 해줘 2달 만에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여권으로 중국 출장도 다녀오고 해외로 신혼여행도 다녀왔지요.

그리고 나서 해외 나갈 일이 있을까 싶어 5년이 지나기 전 재발급을 안해서 여권이 말소되었습니다.

2001년 회사에서 대만으로 출장 갈 일이 생겼습니다. 원래 출장 갈 인원이 아니었지만 사장이 저를 꼭 데리고 가고 싶다고 해서 또 여행사에 여권 발급을 맡겼더니 여권 발급이 되지 않았습니다. 예전과 같은 이유였습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이었고 사면복권까지 받은 상태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제 전력을 모르던 사장도 놀라고, 직원들도 놀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사장이 저를 데려가겠다고 회사 간부에게 여권 발급을 알아봐달라고 했고, 회사 간부가 기무사 대령에게 부탁을 해서 신원보증인 없이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워낙 기간이 촉박해 그리 알아본 모양입니다. 다만 그 기무사 대령이 당시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너는 세월이 바뀌어도 여권 발급이 쉽지 않으니 꼭 여권 만기 전에 재발급을 받으라고 말이죠. 나중에 여권 다시 신청하면 또 신원보증인을 세워야 할거라면서 말이죠.

새로 받은 여권으로 대만 출장도 가고, 나중에 인도 출장도 가고 했습니다만, 정말 여권 쓸 일이 없어서 다시 여권이 말소되었습니다.

이후 여권 발급을 시도해볼 염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굳이 해외에 나가고 싶지도 않았고 여권 발급 과정에서 예전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더욱 실망할 것 같아 이후 20년 간 쭉 여권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어떨지 궁금하기는 해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주위에 이런 상황을 아는 분이 거의 없어 답을 얻기가 쉽지 않더군요.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댓글 21 / 1 페이지

여름날의배짱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여름날의배짱이 (36.♡.0.221)
작성일 어제 22:30
시대가 바뀌었으니 한번 재 시청해보세요.
10년짜리로 발급받으시고 계속 연장 하시고요.
민주화 운동 하셨던거죠?
감사합니다

metalkid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etalkid (113.♡.179.81)
작성일 어제 22:38
선배나 동년배시겠군요.
앞장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뒤에서 따라 갈 수 있었습니다.

기억하라3월28일님의 댓글

작성자 기억하라3월28일 (125.♡.166.19)
작성일 어제 22:39
와....헐인데요...지금 시대가 어떤신대인데
언제쩍 집시법위반으로 여권이 안나온다니.

WinterIsComing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WinterIsComing (124.♡.1.247)
작성일 어제 22:39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유명한데요.
약간 요란하게 알리시고, 먼저 권리를 주장하실 필요가 있다는 의미 입니다.

법무사나 여권, 비자 전문으로 하는 행정사 한번 만나 보세요.
크게 변호사나 소송 아니더라도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을듯 합니다.

하늘걷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19.♡.184.150)
작성일 어제 22:40
세상이 달라졌는데 아직도 이런 불편을 겪어서야 되겠습니까.
분명 사람들이 들여다 보기 힘든 곳에서 무언가 누락이 되었거나 업데이트가 안되는 상황일 것 같은데요.

강동구생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강동구생물 (222.♡.201.132)
작성일 어제 22:42
정작 노력하셨던 분은 해외 출국의 높은 장벽이라는 허들을 안고 사시는군요.
제가 비록 일개 개인이지만, 죄송하고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얼남인즐님의 댓글

작성자 얼남인즐 (211.♡.131.158)
작성일 어제 22:43
국보법은 폐지 아닌가요?
시위법이야 웬만한 국회의원들도 경험이 있을테고요.
신청 한번 해보시는것도 좋을것 같네요.

It덕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It덕 (89.♡.101.190)
작성일 08:31
@얼남인즐님에게 답글 폐지는 안됐습니다. 다만 이미 사면복권 받았는데도 저걸로 막히는건 의외네요..

rapanui님의 댓글

작성자 rapanui (106.♡.3.240)
작성일 어제 22:44
이건 이의제기를 하셔야 하는거 아닌가 싶네요ㅠㅠ
고생많으셨습니다

리제르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리제르바 (125.♡.101.85)
작성일 어제 23:00
꼭 다시 시도해보시고 경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세상이 그래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안되면 미약하게나마 돕겠습니다.

운하영웅전설A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운하영웅전설A (94.♡.106.238)
작성일 어제 23:03
일반인이 정권에 반하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근데 사법 경제 등 이권 카르텔들은 지들 맘대로 살아도 문제가 없죠

PeppaPig님의 댓글

작성자 PeppaPig (161.♡.71.5)
작성일 01:43
'취재가 시작되자' 바뀌는 경우도 있을 테니 믿으실 만한 언론에 알리는 것도 여론 형성에 좋을 것 같아요.

코파니코피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코파니코피나 (211.♡.210.215)
작성일 02:41
사면복권까지 됐는데, 발급을 안해주다니요.
참 이해가 안가네요.

HTTR님의 댓글

작성자 HTTR (222.♡.176.229)
작성일 04:18
이런 건 정치권에서 나서서 법을 바꿔야 될 거 같습니다

폴셔님의 댓글

작성자 폴셔 (121.♡.117.112)
작성일 07:48
집시법 위반, 사면복권이면 민주화운동 관련 아닌가요?
왜 이런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 화가 납니다
반면
이런걸 모두 감내 하고 운동했던 동지들에게 감사합니다

ZEROCOOL님의 댓글

작성자 ZEROCOOL (121.♡.24.133)
작성일 07:49
고생 많으셨습니다. 존경합니다~

마카로니님의 댓글

작성자 마카로니 (60.♡.222.169)
작성일 07:57

무적전설님의 댓글

작성자 무적전설 (211.♡.26.81)
작성일 08:29
이건 이의제기 하시면 당연발급 됩니다.

It덕님의 댓글

작성자 It덕 (89.♡.101.190)
작성일 08:32
정말 감사합니다. 꼭 이의제기 하세요!

가시나무님의 댓글

작성자 가시나무 (104.♡.68.24)
작성일 08:35
이런 걸 보면 썩은 빠진 것들이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는 곳게 숨어 암략하고 권력을 쥐고 있나 봅니다.

하산금지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하산금지 (220.♡.226.228)
작성일 09:03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선 선배의 엎드린 등을 넘어 다니면서 후배들은 해외로, 해외로.......
고마워하는 후배들은 몇 이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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