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을 포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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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12.♡.221.68
작성일 2024.12.02 10:35
4,67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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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모님은 뭐 그냥 전형적인 서민 - 중산층이십니다. 경기도 북부에 아파트가 하나 있으시고 아버지 고향에 조그만 논이 하나 있는게 부동산 전부이죠. 논에서는 별도로 월세나 그런건 없습니다. 추석에 성묘가면 쌀 한말(?)이랑 호박같은 작물을 주시면 받아 옵니다.  (듣기로는 증조 할아버지가 집에서 일하던 분께 알아서 해라(?) 라고 맡긴 땅이라 맘대로 팔지는 못하고 받는 쌀이나 내는 세금이나 비슷하기 때문에 증여를 해야 하는데 그거는 또 세금이 나와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부모님은 저랑 형이랑 조금씩 용돈을 드리고 두분이 국민연금을 받으셔서 생활하십니다. 그리고 저는 모르지만 모아놓은 예금이 조금 있는것 같습니다. 가끔 부모님 댁에 가면 형이나 제가 사드린게 아닌 가전제품이 있는걸 봐서 그렇게 추즉합니다.

저도 부모님 세대랑 다른게 없습니다. 경기도 북부에 아파트가 하나 있고 시골에 땅은 없지만 예금이 조금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주택 대출을 갚아서 예금은 별로 없고, 주식, 코인 기타 펀드 투자자산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연금은 들어 놨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미 상속 안받는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습니다.

형이랑은 얘기 된게 아니기 때문에 형이 다 받아갈지 모르지만 일단 저는 상속은 안받습니다.

우리 애도 독립하면 오피스텔 보증금 정도만 지원해 주고 월세랑 생활비는 알아서 하라고 할 생각입니다. 저도 보증금 300에 30만원 월세방에서 독립할 때 부모님이 500만원 주시면서 이제부터는 니가 알아서 해라 라고 하셨고 저는 300만원만 달라고 했는데 통 크게 500만원을 주신 데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은 200만원으로 용산으로 컴퓨터랑 사러 갔던 기억이 제 인생에서 제일 신난 기억중 하나죠.


저는 상속으로 인한 격차야말로 세상을 골병들게 하는 사회악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닌 것에 대해 당연히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잠시 내가 살아있는 동안 빌려 쓰는 것일 뿐 영원히 내것은 없고, 그걸 대대 손손 물려주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상속세율을 매우 높여서 그 재원을 아무것도 상속받을 것도 없는 젊은이들, 월세 보증금 500만원도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쓰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상속받은 재산으로 편하게 사는 것 보다 스스로 세상과 부딪치면서 어려움도 겪고 배우기도 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잡는 것이 더 의미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았고 부모님도 그렇게 사셨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27 / 1 페이지

soondol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oondol (211.♡.188.189)
작성일 12.02 10:40
자산으로 신분을 세습한다면 과거의 인간과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겠죠. 평등과 기회균등을 이야기 하려면 상속을 금지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별볼일 없는 재산을 지닌이들 조차 그렇게 하는것에 거품을 물고 반대하죠.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12.♡.221.68)
작성일 12.02 10:44
@soondol님에게 답글 정말 그렇게 하는것이 아이들에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40권님의 댓글

작성자 40권 (129.♡.189.210)
작성일 12.02 10:50
현 제도에서는 상속을 받고 좋은 일에 쓰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어요.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75.♡.35.136)
작성일 12.02 10:56
@40권님에게 답글 그럼 제도를 고치면 될일이죠

busybody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busybody (146.♡.236.127)
작성일 12.02 12:32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부모님을 둬서 상속을 거의 받지 못한 (기부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하지만 현재 기준 3-4억 정도는 상속을 받았습니다.) 상황이었습니다.
그 이후의 자녀들(저와 동생의) 삶을 말씀드리자면….결론적으로는 둘 다 먹고 사는 문제로는 걱정 안해도 될 정도의 부를 가지기는 했습니다. 거의 10년 이내로 그리되기도 했습니다만 명확한건 우리 형제들이 각자 열심히
일하게 된건 부모님이 도움을 안줄 것이런 걸 알게 된 이후입니다. 같은 관점에서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HugBab님의 댓글

작성자 HugBab (211.♡.188.170)
작성일 12.02 12:38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말씀 중에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함께 가지고 정치를 하라는 유명한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비단 정치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도 해당된다고 봅니다. 본인의 의지야 누가 뭐라하겠습니까만은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무조건 악으로만 보고 세상을 바꾸기에는 현실(정치)의 큰 벽이 있으니 다른 방법으로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시는게 어떨까 하시는 말씀들일 것 같습니다.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12.♡.221.68)
작성일 12.02 12:54
@HugBab님에게 답글 김대중 선생의 말씀은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서생의 문제의식을 해결하자는 것이지, 서생의 문제의식을 상인의 현실감감으로 무디게 하자는 뜻이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봇대스님의 댓글

작성자 봇대스 (39.♡.230.219)
작성일 12.02 13:03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받은 것 없고 물려줄 것도 없습니다.

뚱뚱한남편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뚱뚱한남편 (103.♡.126.34)
작성일 12.02 13:04
대단하시네요..

drymoon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drymoon (119.♡.197.59)
작성일 12.02 13:13
우리나라 국민의 재화가 2경이 넘습니다.
전체 국민이 골고루 나누면 4억이 넘는 금액이죠.
글쓰신분과 마찬가지로 상속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협점으로 1대까지는 상속해 준다 뭐 이런 생각 했던적이 있습니다.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12.♡.221.68)
작성일 12.02 13:36
@drymoon님에게 답글 재화 전체를 볼 것까지도 없습니다. 전국민의료보험+사보험이면 모든 의료비 충당이 됩니다.

살살타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살살타 (61.♡.92.124)
작성일 12.02 13:31
멋지십니다. ~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12.♡.221.68)
작성일 12.02 14:23
@살살타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WinterIsComing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WinterIsComing (124.♡.1.247)
작성일 12.02 13:38
유럽 스키장에서 만난 미국 의사, 본인과 부인 말로는 성형외과로 미국에서도 꽤 잘 나가는 의사라고 하더군요.

당시 대학생인 저 보다 연배가 한참 높았기에.... 인생조언을 해 주는데,

유산 받기 전까지(젊었을 때) 열심히 일만 하고, 유산 받은 이후로는 여유를 갖고 즐기다가 죽으면 된다고...

라고 주장 하더군요.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12.♡.221.68)
작성일 12.02 14:24
@WinterIsComing님에게 답글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유럽 스키장에 갈 정도면 이미 여유를 갖고 즐기는 삶이네요. 멋집니다!

WinterIsComing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WinterIsComing (124.♡.1.247)
작성일 12.02 14:33
@무키무키님에게 답글 ??
저는 배낭여행 중 하루 스키장 간 거구요. (그쪽은 싸고 설질도 여기 보다 훨씬 좋고)

미국 의사는 이미 유산을 받으신 상태였죠.

서씨네고양이님의 댓글

작성자 서씨네고양이 (39.♡.230.105)
작성일 12.02 13:48
멋지신분이네요. 존경합니다.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12.♡.221.68)
작성일 12.02 14:23
@서씨네고양이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냥 평범한 아저씹니다.

미피키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미피키티 (122.♡.20.162)
작성일 12.02 14:18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들이 상속이나 증여란 것이 일절 없는 세상이면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집니다.

째째용도 아버지 재산 일원도 안받고 그냥 산다면...

누구나 출발 선상 동일하게, 자신이 스스로 땀 흘려 벌게 끔...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한번 그런 세상을 생각해 봅니다.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12.♡.221.68)
작성일 12.02 14:21
@미피키티님에게 답글 위험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하늘빛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하늘빛 (121.♡.203.152)
작성일 12.02 15:22
20년 전 결혼 때 500정도 받고, 몇 년 후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며 1000만원 받았네요. 그리고 어머니 집 사실 때 8천 정도 해드리고 매달 용돈 드리고 있습니다. 와이프는 결혼 때 처갓집에 500 드리고 왔고.. (받은 게 아니고 드린)

처갓집은 딸 셋은 다들 시깁갈 때 돈 드리고 왔는데, 둘 있는 아들들은 장인어른이 뻑저지근하게 다 챙겨주시더군요. 얼마 안되는 땅, 집도 다 아들들 차지. 저희집은 어차피 제가 드린게(그리고 드릴 게) 더 많아 집 한 채, 선산 몇 평이 제 몫입니다.

쥐꼬리 공무원 입장에서 사실, 안주고 안 받는게 제일인데, 전제 조건은 사회가 ‘알바도 성실히 일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은 지금같은 현실에선 다른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집값 때문에 내 자식들이 허리 졸라매고 허덕이게 하고 싶진 않네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느니, 할 수 있는 만큼 챙겨주고 싶습니다.. ㅠ.ㅠ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12.♡.221.68)
작성일 12.02 15:52
@하늘빛님에게 답글 알바가 성실히 일해도 중산층이 될 수 없는 사회라면 더더욱 부자들이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하지 않을까요?

하늘빛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하늘빛 (121.♡.203.152)
작성일 12.02 16:18
@무키무키님에게 답글 그 부분이 빠져서 오해를 하시나 본데, 당연히 그래야죠. 상속세, 소득세는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만큼 확실한 입시지옥을 풀 방법은 없고, 직업 간 임금 균형만큼 사회 안정책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그러기 전에 지금같은 현실에선 상속을(특히 부모 입장에서 주는 걸) 포기하기가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75.♡.35.186)
작성일 12.02 16:28
@하늘빛님에게 답글 네 저도 상속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게 아닙니다. 저는 개인의 선택을 그렇게 한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다른 각자의 생각과 사정이 있을겁니다. 다만 상속세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 뿐입니다.

하늘빛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하늘빛 (121.♡.203.152)
작성일 12.02 21:22
@무키무키님에게 답글 상속세가 진정 모두의 2세들을 공정한 인생 출발선에 놔둘 수 있을만큼 만들어지길 기원합니다!

BANDI님의 댓글

작성자 BANDI (211.♡.122.2)
작성일 12.02 16:40
동의합니다. 저 역시 부모님께서 주실 게 없다고 생각하고 그거 때문에 더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지금도 부모님께 따로 용돈을 드리지 않아도 되니 그것 만으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살아 계시는 동안 건강하시게 지내시면 그걸로 감사할 거 같습니다. 동생이 조금 더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지만 그것 또한 욕심이라 생각하고 지금의 삶에 너무 너무 감사하고 있습니다. 상속에 의해 신분이 정해지고 계급이 완성된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슬픕니다. ㅠㅠ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키무키 (112.♡.221.68)
작성일 12.02 17:01
@BANDI님에게 답글 더 슬픈건 그걸 더 강화허자는 생각을 많이 하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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