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을 포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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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모님은 뭐 그냥 전형적인 서민 - 중산층이십니다. 경기도 북부에 아파트가 하나 있으시고 아버지 고향에 조그만 논이 하나 있는게 부동산 전부이죠. 논에서는 별도로 월세나 그런건 없습니다. 추석에 성묘가면 쌀 한말(?)이랑 호박같은 작물을 주시면 받아 옵니다. (듣기로는 증조 할아버지가 집에서 일하던 분께 알아서 해라(?) 라고 맡긴 땅이라 맘대로 팔지는 못하고 받는 쌀이나 내는 세금이나 비슷하기 때문에 증여를 해야 하는데 그거는 또 세금이 나와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부모님은 저랑 형이랑 조금씩 용돈을 드리고 두분이 국민연금을 받으셔서 생활하십니다. 그리고 저는 모르지만 모아놓은 예금이 조금 있는것 같습니다. 가끔 부모님 댁에 가면 형이나 제가 사드린게 아닌 가전제품이 있는걸 봐서 그렇게 추즉합니다.
저도 부모님 세대랑 다른게 없습니다. 경기도 북부에 아파트가 하나 있고 시골에 땅은 없지만 예금이 조금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주택 대출을 갚아서 예금은 별로 없고, 주식, 코인 기타 펀드 투자자산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연금은 들어 놨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미 상속 안받는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습니다.
형이랑은 얘기 된게 아니기 때문에 형이 다 받아갈지 모르지만 일단 저는 상속은 안받습니다.
우리 애도 독립하면 오피스텔 보증금 정도만 지원해 주고 월세랑 생활비는 알아서 하라고 할 생각입니다. 저도 보증금 300에 30만원 월세방에서 독립할 때 부모님이 500만원 주시면서 이제부터는 니가 알아서 해라 라고 하셨고 저는 300만원만 달라고 했는데 통 크게 500만원을 주신 데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은 200만원으로 용산으로 컴퓨터랑 사러 갔던 기억이 제 인생에서 제일 신난 기억중 하나죠.
저는 상속으로 인한 격차야말로 세상을 골병들게 하는 사회악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닌 것에 대해 당연히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잠시 내가 살아있는 동안 빌려 쓰는 것일 뿐 영원히 내것은 없고, 그걸 대대 손손 물려주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상속세율을 매우 높여서 그 재원을 아무것도 상속받을 것도 없는 젊은이들, 월세 보증금 500만원도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쓰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상속받은 재산으로 편하게 사는 것 보다 스스로 세상과 부딪치면서 어려움도 겪고 배우기도 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잡는 것이 더 의미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았고 부모님도 그렇게 사셨다고 생각합니다.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busybody님의 댓글
그 이후의 자녀들(저와 동생의) 삶을 말씀드리자면….결론적으로는 둘 다 먹고 사는 문제로는 걱정 안해도 될 정도의 부를 가지기는 했습니다. 거의 10년 이내로 그리되기도 했습니다만 명확한건 우리 형제들이 각자 열심히
일하게 된건 부모님이 도움을 안줄 것이런 걸 알게 된 이후입니다. 같은 관점에서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HugBab님의 댓글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drymoon님의 댓글
전체 국민이 골고루 나누면 4억이 넘는 금액이죠.
글쓰신분과 마찬가지로 상속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협점으로 1대까지는 상속해 준다 뭐 이런 생각 했던적이 있습니다.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WinterIsComing님의 댓글
당시 대학생인 저 보다 연배가 한참 높았기에.... 인생조언을 해 주는데,
유산 받기 전까지(젊었을 때) 열심히 일만 하고, 유산 받은 이후로는 여유를 갖고 즐기다가 죽으면 된다고...
라고 주장 하더군요.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WinterIsComing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배낭여행 중 하루 스키장 간 거구요. (그쪽은 싸고 설질도 여기 보다 훨씬 좋고)
미국 의사는 이미 유산을 받으신 상태였죠.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미피키티님의 댓글
모든 국민들이 상속이나 증여란 것이 일절 없는 세상이면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집니다.
째째용도 아버지 재산 일원도 안받고 그냥 산다면...
누구나 출발 선상 동일하게, 자신이 스스로 땀 흘려 벌게 끔...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한번 그런 세상을 생각해 봅니다.
하늘빛님의 댓글
처갓집은 딸 셋은 다들 시깁갈 때 돈 드리고 왔는데, 둘 있는 아들들은 장인어른이 뻑저지근하게 다 챙겨주시더군요. 얼마 안되는 땅, 집도 다 아들들 차지. 저희집은 어차피 제가 드린게(그리고 드릴 게) 더 많아 집 한 채, 선산 몇 평이 제 몫입니다.
쥐꼬리 공무원 입장에서 사실, 안주고 안 받는게 제일인데, 전제 조건은 사회가 ‘알바도 성실히 일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은 지금같은 현실에선 다른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집값 때문에 내 자식들이 허리 졸라매고 허덕이게 하고 싶진 않네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느니, 할 수 있는 만큼 챙겨주고 싶습니다.. ㅠ.ㅠ
무키무키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빛님의 댓글의 댓글
다만, 그러기 전에 지금같은 현실에선 상속을(특히 부모 입장에서 주는 걸) 포기하기가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soondol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