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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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125.♡.242.201
작성일 2025.01.01 00:31
27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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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윤과 내란 군인만큼은 사형시키자는 의견들이 나와 제가 겪은 사형과 사형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제가 서울구치소에 갇혀있던 1991년 12월 말에 사형 집행이 있었습니다. 지금 찾아보니 9명에게 집행이 되었더군요.

그리고 몇 번 더 하고 나서 97년에 사행 집행이 멈춘 것으로 압니다.


사형이 집행되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구치소가 쥐 죽은 듯 조용했으니까요.

제가 있던 사동에는 사형수가 없었지만(사형수는 교도소에 있지않고 구치소에서 집행 대기 상태로 계속 삽니다), 건너 사동에 사형수가 살았고 그날 집행이 되었습니다. 사형을 보통 연말에 집행하기 때문에 당시 사형수들은 12월이 되면 엄청 예민해진다고 교도관이 얘기하더군요.


교도관이 하는 얘기가 어떤 사형수는 참회하고 구치소에서 조용히 사는 반면, 어떤 사형수는 온갖 패악질을 한다는 겁니다. 사형수는 구치소에서 더 범죄를 저질러봐야 추가될 형량이 없으니 난리 치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91년도에는 그 전해 잡힌 2인조 강도단이 초고속으로 사형 집행이 이뤄졌습니다. 살인, 강도, 강간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온갖 범죄를 저질러 유명했던 2인조였습니다. 제가 구치소 있으면서 2인조 중 한 명과 같이 호송차를 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찾아보니 이미 대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상태였는데 아마도 추가 혐의로 검찰에 왔다갔다 했을 때 제가 본 모양입니다. 그들만 아니었으면 사형 집행이 한 해 건너뛰었을 거라고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사형수들이 그 2인조를 엄청 원망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제가 겪고 들은 사형수들의 범죄를 보면 어마어마했습니다. 사형수가 아니어도 강도살인 한 사람들 보면 일방적으로 사람을 죽여놓고 아무 죄의식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저런 사람은 사형시켜야 하는데 싶기도 했어요. 특히 제가 피해자 가족이라면 결코 살려두고 싶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운동시간에 교도관 한 분과 얘기를 나눠보니 그 분은 사형제도를 반대하더라구요. 사형수는 집행이 안돼도 감형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처절하게 반성하고 사는 사람이 개중 한 둘 있을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오심의 가능성도 있으니 사형은 정말 주의해야 한다구요. 특히 정치범에 대한 사형이 과거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형집행이 범죄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이후 교도관과 같은 인식이 확대돼 우리나라에서 사형집행이 안되었습니다.

저는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만난 범죄자들을 보면서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말에 쉽게 동의하지는 못합니다.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 반기를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독히 흉악한 범죄자들의 인권까지 생각할 아량은 없어요. 그래서 사형제 폐지 얘기가 나오면 말을 안합니다. 속과 다른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요. 정치적 올바름, 인권을 거론하며 성숙한 민주시민인 척 하고싶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사형을 집행하자는 얘기는 또 아닙니다. 제 마음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댓글 2 / 1 페이지

처음처럼님의 댓글

작성자 처음처럼 (211.♡.188.132)
작성일 01.01 00:47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글을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머리에꽃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다시머리에꽃을 (124.♡.159.183)
작성일 01.01 00:48
사형을 언도받을 만큼의 말종들에게 인권이니 반성이니 운운하는건 사치스러운 생각이라 보고요..

다만 과거 인혁당 사건처럼 정치적으로든 보복을 위해 누명을 씌워 합법적? '살해' 를 하는 경우들도 간과할 수는 없을거 같아..
그 부분이 걸리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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