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에 처음 한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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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한글을 모르시는 어르신들과 한글교실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4월로 딱 2년이 되었습니다.
사실 부산 교육감 재보궐 선거 때문에 보름 이상 전화로 지인들과 도서관 회원들에게 투표 독려 전화를 했지만 무관심과 낮은 투표율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오늘 10퍼센트 이상으로 제가 응원하는 후보가 당선되어 그나마 안심이 되었습니다.
어제 투표일에 할머니 한 분이 작은도서관으로 한글 과외를 받으시러 오셨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가시는 그 분에게 투표를 하셨나요 물었더니 제게로 오시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시더군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투표를 하지 못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투표장에 갔는데 너무 떨리더라구요.
자식들도 이제 와서 무슨 공부냐고 했는데 막상 한글을 배우고 나니 자신감이 생겨서 생전 처음으로 투표장에 가보니 너무 떨렸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누구를 찍으셨냐고 물었더니 그건 비밀이라고 하시면서 웃으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선생님이 늘 말씀하신 것처럼 누가 우리를 위해서 일할 사람인지를 보고 뽑았다고 하시더군요.
불안감에 물었던 제가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오늘은 한글교실 정식 수업이 있는 날이었고 마침 4.3 항쟁의 날이기도 해서 제주 4.3 항쟁의 역사를 함께 이야기 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에 제주 여행을 가시면 꼭 4.3 기념공원을 가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가슴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사실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우리의 손으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투표를 잘하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더디긴 하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시금 내일의 정의를 확신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호라님의 댓글

저도 옛날에 야학에서 이주여성 컴퓨터 강의 좀 했었는데..
그때 배웠던 분들 지금도 잘 살고 계실까 궁금합니다.
통만두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