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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새벽 어머님께서 영면하셨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랑탕62
작성일 2025.04.17 15:54
2,749 조회
218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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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목요일 오전 중환자실에서 어머님을 뵙고 나올 때, 가쁜 숨을 몰아쉬시며 마지막 말씀을 하셨습니다.

"운전 조심해라. 감기 조심하고"

그랬습니다. 제 삶의 굴곡의 고비마다 어리석게도 저는 어머님을 떠올리고 변명을 했습니다.

1984년 졸업을 앞두고 학생운동에 투신하려고 할 때에도, 스물여섯에 어린 자식 셋을 안고 홀로 되신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길을 생각하면서 망설였지만 결국 어머니의 삶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삶이라는 자기 변명으로 선택했습니다.

구속이 되고 1년이 넘도록 징역살이를 한 후 만기 출소를 하는 날, 어머니는 서둘러 고향가는 기차에 오르셨고 아들이 다시 집을 떠날 것을 염려하셨지만 결국 한달 남짓 후에 노동자의 길을 걷기 위해 집을 떠나는 아들에게 여비를 건네주셨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민단체의 일을 하다가 90년대 초 운동권의 분열로 다시 택시운전과, 아파트 공사장의 용접공으로 그리고 농산물 중개인으로 일을 할 때에도 어머니는 단 한번도 못난 아들을 책망하지 않으셨지요.

어쩌면 어머니는  저에게 짐인 듯 생각되었지만 사실은 어머니에게 못난 아들이 짐이었던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파킨슨병과 피해망상증에 사시던 집을 무덤처럼 만드시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결국 젊은 날의 그 뜨겁고 순수했던 시간을 변절이라는 굴곡의 시간을 가지게 된 변명으로 어머니를 팔았는지도 모릅니다.

돈을 벌어야 했고 어머니를 보살피지 않으면 그 어떠한 대의도 소용없는 것이라는 자괴감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비록 생활의 순간은 조금 더 편해졌을지라도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도 힘이 들었습니다.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고통의 시간을 누구에게도 발설하거나 티를 낼 수는 없었습니다.

힘이 들 때마다 세상을 떠돌았습니다.

인도에서 히말라야의 깊은 계곡에서 끝도 없는 죽음에 대한 유혹을 느꼈습니다.

라다크로 오르는 길에서 천길 낭떠러지 밑을 보면서 한발만 내딛는다면 이 고통의 연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길 잃은 새끼를 찾는 어미 양의 울음소리를 듣고서 번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까지는 먼저 죽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15년 남짓 어머님 병환을 치료하면서 어머님께 용서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단 한 번도 저를 탓하지 않으시고 제가 그 어떠한 일을 하더라고 그냥 뒤에서 보고만 계셨던 어머니는 너무도 작고 작은 몸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평생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오신 어머님의 뜻에 따라 무빈소 장례로 어머님의 마지막 길을 가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외손자 외손녀들, 그리고 외증손자, 외증손녀를 비롯해 16명의 가족들이 함께 장례식에서 어머니는 행복하게 눈을 감으셨고 양산의 하늘공원 봉안당에 모셨습니다.

이틀 전 사망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이제 조금씩 어머님의 흔적을 지우면서 가슴이 다시 찢어집니다.

너무 오랜 시간 병마와 싸워오신 탓에 그야말로 옷 한가지 제대로 남기시지 않으셨고 병원 생활 입으셨던 환자복과 작은 시트 한장이 전부이신 것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징역을 사는 동안 면회가 끝나면 일을 나가시기 위해 매번 첫 번째로 면회를 오셨고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못난 아들의 걱정으로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하셨던 어머님께 용서를 빌고 또 빕니다.

무빈소 가족 장례라 어머님을 위해 기도해주신 지인들과 그 동안 어머님의 건강을 염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18추천인 목록보기
댓글 168 / 2 페이지

0xC0FFEE님의 댓글

작성자 0xC0FFEE
작성일 04.17 16:5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까루루슈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까루루슈
작성일 04.17 16:5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앙알앙알님의 댓글

작성자 앙알앙알
작성일 04.17 16:51
위로의 마음을 담아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권해효님의 댓글

작성자 권해효
작성일 04.17 16:52
삼가 고인의 명복을 평안한 안식을 빕니다

spy510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py510
작성일 04.17 16:5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장선님의 댓글

작성자 인장선
작성일 04.17 16:58
어머님의 평안한 영면을 기도드립니다.

14mm3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14mm3
작성일 04.17 16:5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정노동자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감정노동자
작성일 04.17 17:0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제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무제
작성일 04.17 17:0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열대키맨님의 댓글

작성자 사열대키맨
작성일 04.17 17:0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물바람들판님의 댓글

작성자 물바람들판
작성일 04.17 17:0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창가의고양이님의 댓글

작성일 04.17 17:0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래쟁이s님의 댓글

작성자 노래쟁이s
작성일 04.17 17:0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라트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마라트
작성일 04.17 17:0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ttony님의 댓글

작성자 ttony
작성일 04.17 17:0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트릴로님의 댓글

작성자 트릴로
작성일 04.17 17:0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arsher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harsher
작성일 04.17 17:08
삼가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제르미날님의 댓글

작성자 제르미날
작성일 04.17 17:1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gold1108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gold1108
작성일 04.17 17:1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롱숏님의 댓글

작성자 롱숏
작성일 04.17 17:24
세번이나 시도했지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끝까지 읽지를 못하고 말았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랑탕님의 마음에도 치유와 회복이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운현님의 댓글

작성자 운현
작성일 04.17 17:2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lossom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Blossom
작성일 04.17 17:2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슬로헨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슬로헨더
작성일 04.17 17:29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랑탕님도 기운 추수르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디아트님의 댓글

작성자 디아트
작성일 04.17 17:3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빨간소금님의 댓글

작성자 빨간소금
작성일 04.17 17:3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쿠메님의 댓글

작성자 쿠메
작성일 04.17 17:3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따르릉퇴근길님의 댓글

작성일 04.17 17:4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diynbetterlif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작성일 04.17 17:4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랑탕62님과 가족분들께도 평화와 안녕을 소망합니다.

마수걸이님의 댓글

작성자 마수걸이
작성일 04.17 18:0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ol2님의 댓글

작성자 Sol2
작성일 04.17 18:0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까불레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까불레기
작성일 04.17 18:1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봇대스님의 댓글

작성자 봇대스
작성일 04.17 18:2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TTR님의 댓글

작성자 HTTR
작성일 04.17 18:2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포가는길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삼포가는길
작성일 04.17 18:2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njoybike님의 댓글

작성자 Enjoybike
작성일 04.17 18:5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항상바쁜척님의 댓글

작성자 항상바쁜척
작성일 04.17 19:0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 잘 추스리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miragefire님의 댓글

작성자 miragefire
작성일 04.17 19:0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에스까르고님의 댓글

작성자 에스까르고
작성일 04.17 19:0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울금님의 댓글

작성자 너울금
작성일 04.17 19:1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Neverforget0416님의 댓글

작성자 Neverforget0416
작성일 04.17 19:1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oyuni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oyuni
작성일 04.17 19:3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신명나는세상님의 댓글

작성일 04.17 20:12
좋은 곳에서 만나실거에요

8086님의 댓글

작성자 8086
작성일 04.17 20:1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마왕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다마왕
작성일 04.17 20:2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도담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도담이
작성일 04.17 20:25
삼가 고인에 명복을 빕니다

옆집소년님의 댓글

작성자 옆집소년
작성일 04.17 20:2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샌프골스커리님의 댓글

작성일 04.17 20:3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yo3님의 댓글

작성자 hyo3
작성일 04.17 20:4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카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카뤼
작성일 04.17 20:4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5소년우주표류기님의 댓글

작성일 04.17 20:50

rag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rage
작성일 04.17 21:1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월광소나타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월광소나타
작성일 04.17 21:5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언더라인님의 댓글

작성자 언더라인
작성일 04.17 22:0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Ligo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Ligo
작성일 04.17 22:19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상실감으로 힘드시겠지만, 꼭 힘내시고 진심으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지님의 댓글

작성자 이미지
작성일 04.17 22:21
삼가 고인의 멍복을 빕니다..

다크워니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다크워니
작성일 04.17 22:2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Isabu님의 댓글

작성자 Isabu
작성일 04.17 22:3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알프레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부알프레도
작성일 04.17 22:3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daytrip님의 댓글

작성자 daytrip
작성일 04.18 00:2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쉬시길.

미드나잇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미드나잇
작성일 04.18 00:3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북극곰님의 댓글

작성자 북극곰
작성일 04.18 00:4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눈팅요정님의 댓글

작성자 눈팅요정
작성일 04.18 00:41
어머니의 명복과 안식을 빕니다.

shhh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hhh
작성일 04.18 00:59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래비티님의 댓글

작성자 래비티
작성일 04.18 01:0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기고양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기고양이
작성일 04.18 01:0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밀크T구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밀크T구피
작성일 04.18 01:1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ᄒᄉᄒ님의 댓글

작성자 ᄒᄉᄒ
작성일 04.18 05:2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스콩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마스콩
작성일 04.18 17:0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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