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영재성이 있는지 관찰하는 방법
페이지 정보
본문
안녕하세요.
2010년 클리앙 육아당에 첫째 인증을 한 이후로
2014년에 둘째도 인증했고
띠엄띠엄 글을 쓰다가
아이들이 큰 다음에는 글을 거의 안 쓰다 오랫만에 쓰게 되었습니다.
"지원자가 수학·과학 분야에서영재성이나 잠재가능성을 가졌다고 판단하게 된 근거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쓰시오"
첫째 영재고 보내려다보니 자기소개서에 감도 안잡히는 황당한 문항을 접하게 되었네요.
뭐 어차피 아빠인 제가 쓰는건 아니니 ㅋㅋㅋ
나중에 뭐라뭐라 쓴거 보니까 이게 맞나..싶긴 했지만,
아무튼 자소서는 통과했으니 별 문제 없던 답변이었겠죠.
각설하고 저 문항을 보고 떠오른 질문에 나름 생각해봤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의 영재성은 언제 발견하게 되는 걸까?"
영재성이라고 하면 보통 "빠른 발달" 을 꼽죠.
그래서 학원에서 선행이 늦었다고 공포마케팅을 하고
그게 먹히니 아이를 학원에서 보내서 미친듯이 선행을 하고 있구요.
근데 이미 "빠른 발달 == 영재성" 이라는 공식이 틀렸다는걸 증명한 아이가 있죠.
아주 이른 나이에 굉장한 성취를 이뤄서 미디어에 노출되었지만,
정작 고딩때부터는 아무런 성취도 보여주지 못했죠.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저도 제 아이의 영재성을 관찰할때 "빠른 발달"은 배제했습니다...
만 빠르긴 빠르더군요.
항상 선행도 하고 있었고, 성취도 빠른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의외성?을 살펴보았습니다만,
딱히 별건 없었습니다.
국영수 모두 차곡차곡 진도나가는 편이었고, (지나고보니 엄마가 억제기라서 가능했던거지만..)
수학 문제에 생각치도 못한 창의적인 문제풀이 이런것도 전혀 없었구요.
그래서 아 얘는 영재성은 없구나..하고 판단하게 되었죠.
그러다 초6학년 후반..
클리앙에도 글을 썼던 대사건(?)이 일어납니다.
아이가 무슨 암호를 적은것 같은 메모를 가지고 있어서 이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자기가 못푼 문제의 수학의 정석 페이지와 문제 번호와 날짜랍니다.
그리고 그어버린건 푼 문제이구요.
보통 1~3개월 걸리는데 제일 오래걸린건 6개월도 더 걸렸답니다.
아직 리스트에 십여개가 남아있는데 올해 안에는 다 풀거라더군요.
초6이 수학의 정석을 공부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결국 저 리스트 포함해서 모든 정석 문제를 초6때 다 풀었더군요.
그동안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난 진도 나갈거야! 너무 쉬워!" "안돼! 이거 다 하고 다음 책 풀어"
"내가 맞았어!" "그럼 답안지가 틀렸다고? 니가 틀린거야!"
초1~초5까지 두 레파토리로 아내와 아이가 수만번은 싸웠을겁니다.
항상 집안 분위기가 냉랭해서 퇴근하기 싫을 지경이었어요.
그래서 아내와 이야기해보고 몇가지 정리를 하게되었습니다.
1. 안한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한적이 없다.
제 둘째가 안한다는 얘기를 진짜 쉽게 합니다 ㅋㅋㅋ
하지만 첫째는 그런거 없어요.
오늘까지 이거 다 한다 맘 먹으면 무조건 오늘 해야해요.
졸려 죽을것 같아서 눈이 벌개져도 합니다.
하다가 못하게 되는한이 있어도 일단 시작은 합니다.
어디 친척집이라도 가게되면 거기서라도 해야합니다.
그래서 여행가는걸 극혐합니다. (실제로 너무 싫어해서 여행을 거의 못감)
이동하는 시간동안 차에서 문제풀이를 할수 없어서 싫대요.
2. 내가 맞았다.
무조건 자기가 맞았답니다.
답안지가 틀렸답니다 ㅋㅋㅋ
대환장
자기가 틀리지 않았다는걸 증명하기 위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풀면서 설명합니다.
어? 아 내가 틀렸구나..이제야 납득합니다.
이 루틴을 제외하고는 자기가 틀렸다는걸 인정하질 않습니다.
그래도 이 루틴으로는 본인이 인정한다는걸 알게된 후로는 조금 편해졌습니다만,
진짜 대판 싸우는게 일이었습니다 ㅎ
어우 고집불통
일단 지가 맞았다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생각해보니 근거없는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하네요 ㅎ
3. 공부 계획
내 계획은 이거구요 이렇게 할거구요 저렇게 할거에요.
어 그래.. (아빠는 심드렁)
근데 합니다. 자기가 짠 계획은 그대로 해요.
그래서 스마트폰 캘린더에 자기가 짠 일정표가 빼곡합니다.
그리고 그 일정을 마무리하면 시원하게 지워버리는 걸 저한테 꼭 보여줍니다.
지울때가 너무 기분 좋대요.
4. 놀이 계획
첫째가 어릴때 아내와 타협한게 주 1회 1시간반 게임입니다.
크고나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제약인데,
본인은 지키고 있습니다.
읭? 왜지키지?
모르겠대요 그냥 지켜야겠대요.
그렇게 좋아하는 축구도 정해놓은 시간이 아니면 안봅니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컴퓨터 끄고 공부하러 갑니다.
엄마 아빠가 더한다고 뭐라하는것도 아닌데....왜?
위 네가지를 요약하면...
집념, 자신감, 계획성, 인내심 뭐 이런게 되겠네요.
첫째는 "자기주도학습"이라고 부르더라구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짐)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닌 "자기가 하는 학습시간"을 꼭 가진대요.
아하!?
이제야 영재성의 비밀이 조금 벗겨진것 같네요.
순간 순간의 영재성은..있나? 없나? 모르겠습니다.
진도가 빠르지도 않구요.
근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차곡차곡 쌓여서
어느새 저만치 멀리 가있네요.
일상에서 영재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영재가 맞긴 한가봅니다.
제 눈이 잘못된 것 같아요.
아리아리션님의 댓글의 댓글
Orangesky님의 댓글
고집도 엄청 세고
자신만의 루틴이 있죠.
중학교 때 영재원, 고등은 과학고로 갔는데
모두 자기가 원서 구해다가 지원했었죠.
안 가도 좋으니 자기 실력을 본다고 과학고 지원했다가 덜컥 붙는 바람에 놀랬던..
학원은 문턱에도 안 갔는데,
문제는 자기 스타일로 문제를 풀다보니
좀 오래 걸리거나, 답은 맞는데 풀이 과정이 좀 이상한 답안들이 많았죠.
그냥 운동신경처럼 공부신경이 있는 녀석도 있구나 했습니다.^^
아리아리션님의 댓글의 댓글
저희 아이는 학원은 문턱까지만 갔습니다.
철저하게 학원을 이용해서 본인이 필요로 하는 공부만 하고 딱 그만 둬버리더라구요.
공부신경이 있는 아이구나 느낌이었습니다.
네오스님의 댓글
아리아리션님의 댓글의 댓글
물론 진도가 빠르면 지금 당장의 기회를 더 잡긴 하지만, 크게 차이나는것도 아니라
시간이 지나고보면 결국 진득하게 쌓아올린 아이들이 치고 나가더라구요
아리아리션님의 댓글의 댓글
그리고 제 둘째도 하나도 해당 안됩니다.
세상 행복한 아이라 뭐 잘 살겠죠 ㅋㅋ
이프로부족님의 댓글
그랬더니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재능에 대해서 판단해 주더군요.
한번 활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