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읽은 국내 SF 작가 소설 4권 (김보영, 임태운, 김초엽, 천선란 작가)

알림
|
X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제목없는문서 121.♡.203.155
작성일 2024.08.12 11:29
분류 독후감
339 조회
5 추천
분류

본문

그동안 해외 SF작가들의 소설을 주로 읽다가 책읽는당에서 국내 작가의 작품들을 추천해주셔서 밀리의 서재에 있는 책 중에 몇 권 찾아 읽어봤습니다(리디셀렉트의 경우는 위 작품 중 김초엽, 천선란 작가의 책만이 있습니다).

[SF적 재미와 흥미로운 세계관]

7인의 집행관 (김보영 | 폴라북스, 2023 개정판) 

화이트 블러드 (임태운 | 시공사, 2020) 

[문학적 향취와 공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 허블, 2019) 

천 개의 파랑 (천선란 | 허블, 2020) 

읽다보니 작품들의 분위기나 장르가 자연스럽게 구분이 갑니다. 작가들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작가의 다른 책들도 방향성이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김보영 작가의 7인의 집행관은 각 장마다 주인공에게 다른 시대(시간)과 신분을 부여한 후 죄에 대한 형벌을 집행하는 게임적 셋팅을 배경으로 합니다. 1인칭 시점이다보니 초반에는 주인공의 기억이 혼란스러운 만큼 읽는 이도 혼란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집행자들이 한 명 씩 제거될 때마다 이 집행의 이유와 서사가 드러나게 되며 놀라운 비밀도 드러나게 됩니다. 

책의 말미에 다다를 수록 '나'를 규정하는 것은 기억인가, 육체인가, 아니면 나를 나라고 인지하는 주변 사람들인가라는 물음이 들게 됩니다. 주인공도 읽는 저도 심란한 상념에 빠져들게 되는데요. 그래도 주인공은 혹독한 형벌과 같은 현실 속에서도 한 발 한 발 걸어나갈 결심을 하게 됩니다. 마치 제가 월요일마다 출근 지옥철을 타러 한 발 한 벌 내딛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장르가 주는 즐거움도 크고 반전도 있어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최근 '종의 기원담'이 화제던데 곧 읽어볼 예정입니다.


임태운 작가의 화이트 블러드는 다른 작가의 작품들보다 스페이스 오페라에 가까운 책인 것 같습니다. 양산형 라이트 노벨이 넘쳐나는 세상에도 내공 탄탄하면서도 재밌는 글을 쓰시는 분이 있구나! 하는 반가움도 있었습니다. 제 시야가 너무 좁았던 탓도 있겠습니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전지구적 역병으로 좀비화된 지구를 탈출하여 새 개척지 카난으로 떠나기 위한 함선 '게르솜'이 우주로 항해를 시작합니다. 40년 후 '화이트블러드'라 불리는 개조인간들이 탑승한 후발대가 운항 도중 멈춰 서 있던 '게르솜'을 따라잡게 됩니다. 정착지 카난에 도착해 있어야 할 함선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피기 위해 백혈부대 3인이 냉동수면에서 깨워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름 휴가지에서 물에서 느껴지는 액티비티함보다 상상 속의 액티비티를 경험하고자 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천선란 작가의 '천개의 파랑'은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읽어도 요즘 젊은 세대의 글이구나를 느끼게 하는 공통점이 느껴졌습니다. 사회나 공동체에 느끼는 부조리와 문제 의식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점, 성별이나 성지향성을 굳이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서술형태, 개인의 상처를 보듬는 따뜻한 공감이 느껴지는 글쓰기 등등 해외의 하드SF를 많이 읽어 온 저에게는 꽤나 다른 감각의 글들이었습니다.

김초엽작가의 책은 기고했던 글을 엮은 단편집입니다. 그 중 '관내분실'이라는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납골당에 유골대신 기억을 업로드 하는 기술이 소재인 점도 흥미롭지만, 가족간의 갈등(특히 모녀간)과 이해의 과정을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파란 하늘을 처다보다 낙마하는 기수 휴머노이드 콜리와 부상으로 퇴출될 위기의 경주마 투데이, 그리고 그런 콜리와 투데이를 다시 달리게 하고픈 로봇공학도를 꿈꾸는 소녀 연재와 이를 돕는 주변 사람들. 저는 연재에 이입하며 읽었지만 읽는 사람마다 다 다른 인물에게 마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수한 상황의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하지만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진 작품이었습니다.


7월 한 달을  국내 작가들 덕분에 즐겁게 지냈습니다.

국내 작가들이 작품의 영상화를 염두해 두는 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제 머릿속에는 한동안 이미지가 둥둥 떠다닐 것 같습니다. 남은 8월도 즐거운 독서 생활되십시오~^^    




댓글 6

문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문곰 (61.♡.222.77)
작성일 08.14 11:21
김보영 작가님의 소개가 무척 흥미롭네요! 저도 꼭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김초엽 작가님의 파견자들을 최근에 읽었는데, 개인적으론 좀 그저그랬거든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까지는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제목없는문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목없는문서 (121.♡.203.155)
작성일 08.14 14:44
@문곰님에게 답글 각각 다른 장점과 개성을 지닌 작가들이니 찾아 읽는 재미가 있으실 겁니다.
김보영 작가님은 SF 장르에 한국적 요소를 잘 결합시키기도 하셔서서 언젠가 K-SF 작가로 글로벌하게 유명해지지 않으려나 기대해봅니다.  아니 이미 유명하실까요? ㅎㅎ

HDD20MB님의 댓글

작성자 HDD20MB (112.♡.159.29)
작성일 08.14 13:32
천개의 파랑은 그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내용인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무려 SF더라구요.

얼마전 연극으로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관심이 생겨 읽어보고 있습니다.

제목없는문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목없는문서 (121.♡.203.155)
작성일 08.14 14:46
@HDD20MB님에게 답글 저도 다 읽고서야 연극이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연극에서 휴머노이드나 말을 어떻게  다루었을 지 너무 궁금하네요!!
라고 생각했는데 기사를 보니 생각보다 리얼하네요.
https://www.khan.co.kr/culture/performance/article/202404211414001

ㅋㅋㅋ님의 댓글

작성자 ㅋㅋㅋ (61.♡.203.103)
작성일 08.17 17:41
지구 끝의 온실-김초엽.
이것도 추천드립니다.

제목없는문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목없는문서 (121.♡.203.155)
작성일 08.19 10:45
@ㅋㅋㅋ님에게 답글 추천은 언제나 기쁘게 접수합니다~
분류
홈으로 전체메뉴 마이메뉴 새글/새댓글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