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 무엇이 난민을 결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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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레드엔젤 118.♡.112.3
작성일 2024.07.03 17:47
분류 독후감
13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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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이후 출간된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을 이번에 처음 읽었습니다. 작가 분 스스로가 난민 망명자이기에 이 소설은 꽤 자전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소설 초반 등장하는 살레 오마르는 자신의 이름을 숨긴채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는 영어를 사용핳 수 있을 정도로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지만, 작품 시작 지점인 영국 난민 담당 사무실에서는 마치 영어를 모른다는 식으로 입을 봉한 채입니다.


가짜 신분증에 표기된 이름 역시 그의 것이 아닌 라자브 샤아브 마흐무드로 되어 있습니다. 난민으로서 영국이라는 낯선 땅에 발을 들이민 그 순간부터 오마르의 정체성을 증명할 것들이 모두 사라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경건한 이슬람교도로서의 삶을 지속시키는데 안간힘을 냅니다. 소설 마지막에 그래도 수용소에서 얻은 수건 한 장(정갈하게 몸을 정돈하고 기도할 때 사용하는)은 남아 있지 않은가라는 문장은 그의 검소하면서도 신념어린 삶을 압축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난민들의 상실(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은 이후 진행되는 두 번째 화자인 라티프 마흐무드의 동독 시절 펜팔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도 다시 한 번 반복됩니다. 그들 역시 독일이라는 국가가 탄생하기 전에는 오스트리아인으로써의 정체성을 가졌지만, 이후의 삶에서는 철저하게 기존의 자신의 것들을 빼앗기거나 지워짐을 강요당합니다.


작가인 압둘라자크 구르나 선생님은 아마도 난민으로써 자신이 겪은 이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울러,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우리가 제 3자 혹은 우리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 난민들이 겪거나 탄생하게 된 배경들은 생각보다 가깝게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살레 오마르가 고향을 등지고 망명길에 오르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본인은 생각지도 못한 원한 관계에서 부터였습니다.


소설 중반에 라티프 마흐무드는 자신의 아버지 이름인 라자브라는 가명을 쓴 살레를 찾아가는데요. 아무리 부정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자신의 고향과 뿌리에 대한 확인 욕구가 강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역시 살레 오마르와 마찬가지로 동독을 거쳐 영국으로 망명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또한, 놀랍게도 오마르와 동향 사람이며, 더 나아가서는 살고 있는 집을 뺏고 빼앗는 집안끼리의 원수를 진 사실까지 밝혀집니다.

오마르는 바로 라티프 집안의 원한을 샀기에 망명길에 오른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라티프의 아버지인 라자브 샤아브의 이름만 얻어 겨우 망명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난민들이 그렇듯 자신의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그 순간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자연 재해와도 같았을 겁니다. 어찌 보면 허탈할 정도로 가벼운 사건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시대의 흐름과 얽혔을 때 우리는 많은 것을 잃을 여지가 있습니다. 그것이 전쟁이든 정치적인 억압이든 간에 말이지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저는 이 책에서 저자분이 말하는 난민들 혹은 그 후손들의 삶은 그러한 예기치 못한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불운에 기인한다고 말씀하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러한 거대한 힘이 짓눌려 많은 것을 포기합니다만, 우리의 주인공들은 나름대로의 삶의 견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게 바로 문학작품인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댓글 1

광나라님의 댓글

작성자 광나라 (58.♡.108.61)
작성일 07.04 04:08
감사합니다 담아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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