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웃 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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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기온 25도, 습도 93%
마라톤 스카웃 제의 받았습니다.
오늘은 새벽에 나가서 달리고 왔습니다.
어제 야간 달리기는 건너뛰고 오늘 다녀왔습니다.
어제밤에 얼려두었던 파워에이드 2병, 얼음물 1병을
ice bag에 넣고서는 5시에 잠이 덜 깬 얼굴로 나섰습니다.
지난 주에, 얼려둔 파워에이드를 들고갔더니 1시간 가량 지나고나니
녹아서 시원함이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토요일이고 하니 작정하고
ice bag까지 준비했습니다.
트랙에 도착해서는 슬금슬금 워밍업을 하면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3k 정도를 뛰었나? 아리따운 아가씨- 약 30중 후반 정도로 보이는- 두 분이 와서는 몸을 풀더군요.
그 중 한분은 키도 늘씬하시고, 숏 팬츠가 짧은게 아주 달리기 잘하시는 분 처럼 보이더군요.
그렇게 몸을 스트레칭을 마치고, 한 분은 트랙을 돌면서 서서히 달리기 시작하고, 다른 한 분은 허벅지에
고무줄을 끼우고서는 인조 잔디를 걸음마 연습하듯 아장아장 걸어다니시데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 분들을 지난 주에도 봤던 기억이 납니다. 두 분이 와서는 고무줄을 끼우고서는
걸어다니시던.
한 10k 정도 달렸을까요, 키 큰 분은 인터벌을 하는지 빠르게 달렸다가 느리게 달렸다가를 반복하면서
계속 달리시고, 다른 한분은 계속 고무줄 운동을 하시데요.
저는 15k까지 달리고 끝냈습니다. 숨을 고르며 ice bag에서 음료를 꺼내서 마시고 있는데 이 두 분은
모여서 100m 달리기를 하시더군요. 한 분은 거리를 봐주고, 다른 한 분- 키가 큰 분-은 달리고.
그런데 전력 질주를 하는 자세가 좀, 어딘가 모르게 좀 어설픈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더군요.
음료를 마시며 젖은 옷을 손으로 짜고 있었죠. 윗 옷을 짜고, 아래 반바지를 손으로 짜는데,
땀이 신발에 떨어지는걸 피하려고 다리를 벌리고 짜고 있는데 이 두 분이 제게로 오시더군요.
바지를 짜는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 혼자 실소를 하며 멋쩍어 하고 있었습니다.
두 분이 제게로 온다고 생각했는데 제게 오는게 아니라 제 옆의 수도로 가더군요.
수돗가에서 키 가 작으신 분이 저를 보며,
"땀을 많이 흘리셨네요?"
"아, 네 땀으로 다 젖었습니다" (다행입니다 땀으로 알고계시네요)
"엄청 많이 뛰시던데….."
그 옆의 키 큰 분이,
"많아, 한 10k 뛰시던거 같던데….."
"아,,, 10k 조금 넘게 뛰었습니다"
"그러니까요, 엄청 잘 뛰시던데"
"아닙니다. 이제 1년도 안됐습니다"
키가 작으신 분이,
"저는 지금 재활하고 있어요."
"재활이요? 왜요?"
"십자인대가 파열되서 재활하고 있어요"
"달리시다가요?"
"네, 여기 트랙에서 달리는데 갑자기 '뚝' 하더니 끊어졌어요"
"아, 그래서 고무줄로 재활 운동하셨군요......"
.
.
.
이런 저런 얘기 끝에 그 분들이 40후반이란 것과, 친 자매란 것과 키 큰 분이 동생인데
경기도 도민 체육대회 100m 시합에 나간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제가 묻지 않았습니다. 알게된 경위는,
저 보고 시 대표로 경기도 도민 체육대회 10k 마라톤에 참가하랍니다.
참가 자격이 연령대 별로 있어서 참가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인들이 나이를 먼저 알려주더군요.
그 와중에 자전거를 탄 제 나이 또래의 남자분이 오셨습니다. 그 분들과 서로 아는 사이인데
이 분이 시 대표 중 한 명으로 10k 마라톤에 참가한답니다. 트랙을 달리면서 오다가다 몇 번 본 분이더군요.
Sub3를 노리고 있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 Sub3요???!!!! 넘사벽인데, 저 한테 왜 그러세요?"
더 이상 애기를 하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서 한번 살펴보겠다고 하고는 얼른 자리를 떴습니다.
'10k를 1시간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무슨 대표 선수야…..'
걱정이네요, 내일 아침에 트랙에 가면 또 만날 것 같은데....
고글로 얼굴을 가리고 가야겠습니다 ,복장도 좀 바꾸고.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참겠습니다. 저는 다음 생에....ㅎㅎ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유튜브 보고 왔습니다.
이 더운데 저 복면을 쓰고 달리다니 대단하네요.
저 복면에 고글 쓰면 절대 못 알아보긴 하겠네요 ㅋ.
감사합니다.
liva123님의 댓글
주말 아침부터 수고 많으셨습니다.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고글에, 점 하나 찍고.
'난 절대 어제의 내가 아녀'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인천시도 있을 겁니다. 준비하시죠.
다른 분들을 위해 제가 참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사실이라면 완벽한 빌드업인데..
어쩌다 이렇게 못믿을 세상이
되어 가는지 안타깝네요,,,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단트님의 댓글
러닝 고인물 포스가 느껴졌었나 봅니다 ㄷㄷㄷ
스카웃 제의는 달린당이 생긴 이래로
첫 사례 아닙니까?
귀한 경험하셨습니다 ㅎㅎㅎ
해봐라님의 댓글
고인물이라 그래봐야 풀코스 한번도 안 뛴 햇병아리인데,
얼굴 보고 그런거 아닐까요??
내일 마주치면 도망입니다 ㅎㅎ
저스트리브님의 댓글
이미 언급이 되었네요 ㅎㅎ 마미손 아시죠? 그 컨셉이시면 충분히 방어 가능하실겁니다!!!ㅋㅎ
아깽이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