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해안 연대기 Annals of the Western Shore - 어슐러 르 귄 Ursula K. Le 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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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해안 연대기 Annals of the Western Shore 956쪽.
기프트 (2004) 보이스 (2006) 파워 (2007)
세 작품을 묶어놔서 두껍습니다. 모든 작품이 어슐로 르 귄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자세한 '지도'로 출발합니다. 하지만 다 읽고 보니 지루한 벽돌책은 아닙니다. 1/3 정도 봤을 때 아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갖고 있는 어슐러 르 귄의 마지막 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다음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숨을 고르고 책장을 넘길 정도로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으로 그녀의 작품 세계에 발을 들였다면 꽤나 괜찮은 시작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결국 이것저것 따지고 계산하다가 '헤인연대기'로 입문했습니다만...
처음 '기프트'의 두 주인공 '오렉'과 '그라이'는 '보이스'와 '파워'에 모두 등장해서 반가움과 함께 세 권이 하나의 작품같은 느낌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이 작품들이 왜 연대기인지 그제서야 알게 되었죠.
'보이스'의 '메메르'는 억압으로 인한 분노와 연약함으로 보는 내내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습니다. 슬펐을 때 이야기할 사람이 없고 어떻게 할지 몰랐던 '파워'의 주인공이 결국 어느 시점엔가 이르러서 모든 것들을 쏟아내던 부분에선 잠시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기억은 꽤 오래 갈 듯 합니다.
어슐러 르 귄의 책 소개글만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샌가 대부분을 사서 읽었습니다. 끝난 건 아니지만 온갖 세계를 만난 덕분에 꽤 긴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라비니아'를 읽어볼까. 아니면 절판된 '하늘의 물레'를 구해야 하나.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시커먼사각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