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최명희 - 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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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던, '작가 최명희의 혼불' 10권이 도착했습니다.
// 작가 최명희의 '혼불'..
https://damoang.net/readingbooks/1284
최명희의 혼불은 미완성작입니다.
안타깝게도 혼불을 완성하지 못하고 향년 51세에 돌아가셨습니다.
"다만 저는, 제 고향 땅의 모국어에 의지하여 문장 하나를 세우고,
그 문장 하나에 의지하여 한 세계를 세워보려고 합니다.
한없이 고단한 길이겠지만,
이 길의 끝에 이르면 저는, 저의 삶과, 저 자신이, 서로 깊은 이해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혼불' 1권 중 40여 페이지 정도를 읽었습니다.
글을 모두 읽었거나, 절반 정도를 읽을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한 호흡을 여는 정도이기에
이 소설 '혼불'에 대해 말을 하기 보다는, 글을 읽으며 느낀 경험 정도를 전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혼불'을 읽어보며 절감하게 됩니다.
저의 어휘력이 형편없구나. 분명 한글로 쓰여 있기에 읽을 수는 있으나 뜻을 알 수 없는,
지방의 향토색이 짙은 단어들이라고 핑계를 삼고 싶으나 이 조차도 한 없이 부족한 핑계인 것이,
어떤 단어들은 이미 어렴풋하게 들어봤었고, 비슷하게 발음하는 것을 알고 있을 만큼
익숙한 단어 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그 뜻을 찾아보지 않은, 낯선 익숙함의 단어들이었습니다.
혼불의 작가는 자신의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그 문장에 적합한 '단어'를 찾기 위해
몇 번이나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찾아보고, 수도 없이 조사를 하여 그 '문장'을 쓰셨다고 하는데,
그 문장을 쉬이 읽으며 탐미하고 있는 제 자신이 낯부끄러워집니다.
'맞아, 이런 게 정말 아름다운 우리 글, 우리 말이었지' 라며 감탄합니다.
'최신 기술, 과학의 놀라운 테크놀로지, 서양의 놀라운..'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의, 전통과 문화, 풍습, 옛것들을
구차하고, 번잡스럽고, 쓸모 없는, 부질없는 것이라 하대를 하는 풍토가 저변에 깔렸었는데,
이것이 참 얼마나 멍청한 짓이었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됩니다.
서양의 옛것은 멋진 것이고,
우리의 옛것은 후진 것이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떻게 가꾸고, 어떻게 유지하고, 어떻게 되살려 내는가가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맹목적인 사대주의는 형편없이 알맹이도 없는 빈 껍데기가 되어갈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혼불' 1권의 처음은 '청사 초롱'으로 시작됩니다.
우리의 전통 혼례에 대해 표현이 되어 있는데, 예식의 아름다움과 선인들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정말 저렇게 예식을 올리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
높은 천장의 반짝이는 결혼식장, 흰 웨딩드레스와 꽃가루와 폭죽, 식이 끝나기도 전에 뷔페로 향하는,
축의금을 주고 악수를 하고, 품앗이로 인사를 주고 받는 '하하호호의 날림'처럼 치러지는 결혼식.
'혼불'을 읽으며, 이 현대의 결혼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또, '혼불'을 읽으며 이런 느낌도 듭니다.
서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어와 같은 다른 원서를 바탕으로 번역된 한국어판의 책들,
또 그런 경우가 아니었음에도 딱딱하고 재미없는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는 수 많은 책들.
내용은 이해를 할 수 있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알 수 없으나 무언가 심심하다 싶었는데,
그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혼불'의 몇 페이지를 읽으니 바로 이해가 됩니다.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책을 구매하셔도 좋고, 도서관에서 대여를 하셔도 좋습니다.
'우리 글,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경험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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