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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계절의 정원, 태화강 이야기 - 17. 달아, 달아, 밝은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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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habash
작성일 2024.12.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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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달 인가요.…?”


한 일본인 방문객이 커다란 원형의 조형물과 토끼 형상의 조형물들로 꾸며진 겨울 정원을 보며 물었다.


“그리 보이십니까? 저 커다랗고 하얀 구슬 같은 것 말인가요?”


나는 잠시 머뭇거리며 하얀 구슬과 토끼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방금 전, 태화강 국가정원의 총 면적을 과학적 수치로 알려드렸는데, 

곧바로 이어지는 질문이 상상력의 영역이라니.

질문자의 문학적 감성과 낭만을 이해하지 못 한 것은 아니지만,

곰이 마늘을 먹으면 사람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것과 다름바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설령, 이 조형물이 정월 대보름달을 상징화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주변의 토끼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달에 토끼라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얀 구슬 위로 스쳐가는 겨울 햇살은 얼핏 달의 거친 표면을 닮았고,

그 주변의 토끼들은 저마다 달의 전설을 속삭이는 듯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동화 속 한 장면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만일 질문자가 어린아이라면, 나는 그토록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1969년에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내딛었다는 것을 알게된 시점부터,

나에게 달과 토끼는 동화 속 소재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로 자리 잡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질문자의 눈에 비친 달을 함께 상상하며 이렇게 대답했어야 했다.

“그리 보이십니까? 디자이너의 의도가 잘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한참을 걸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직 정원의 끝을 보지 못했다.

오늘 밤도 정원을 비추는 달빛을 따라 천천히 걸어갈 뿐이다.


달이 유난히도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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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2024.12.30 13:57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그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 존재를 형상으로 남겨 놓는다.
우리가 사라지고 나면, 우리의 후손에게, 또 그 후손의 후손에게. 잊지 않고 다시 찾아야 한다고.
너희들의 기원은 그곳이었으며, 그 기원으로 언젠가는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고.
그렇게 이미 잊혀진 고대인들의 바람은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언젠가는 찾아야 한다는 기원,
언젠가는 그 못다한 꿈을 이뤄야 한다는 고대인들의 바람이..



우리는 이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짙은 어둠의 둥근..
행성인가?
저 행성을 감싸고 있는 갈색의 저 금속성 구조물은 무엇인가?
알 수 없다.
언제나..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줄 누군가가 나타날테지.
선지자가 나타나 고대인의 그 꿈을 이뤄줄테지.
기원으로 나아가게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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