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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가지 이야기' 중 이야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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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2025.03.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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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조회
1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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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아버지가 운전하고, 어머니는 보조석에.

나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뒷좌석에서 졸고 있었다.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차가 앞으로 살짝 기우는 듯 했다.

조곤 조곤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커졌다.

흠.. 이번에도.. 또.

푹 눌러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잔뜩 눌린 머리카락.


"아 왜요? 저 아들 맞아요."


경찰의 눈초리가 매섭다.


"이봐요, 우리 아들이라니까, 참나.. 내가 아비요, 아비."


별로 믿지 않는 눈빛이다.

내가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협이라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여기요.. 여기. 자, 확인해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경찰에게 내 신분증을 건내 주자, 무전으로 주민등록번호 확인 요청을 하는 듯 했다.

잠시 몇 마디가 오고간 후, 경례를 하며 내 신분증을 돌려주었다.

뭐 나오는 게 없었겠지. 나쁜 짓을 했어야 뭐가 나오지. 선량한 시민을.


"이봐요, 경찰 양반. 내가 억울해서 그래요. 왜 우리 아들만 이렇게 잡아?"

"네.. 불심검문입니다."


"아니, 천천히 차를 타고 가는 아들을 왜 잡냐는 말이야."

"흠.. 뭐, 네. 이상 없습니다. 이제 출발하시죠."


억울하신 우리 아버지,

혹여 경찰관과 싸움이라도 날까 싶어 말리는 어머니.

부모님과의 동행은 항상 이렇다.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그냥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을 뿐인데.


시동을 넣고 출발했다.

억울함에 아버지는 숨이 거칠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어머니.



거울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거울 안에는 어떤 넘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험상궂은 얼굴, 선량하게 눈을 뜨려고 하고 있지만, 정말 그럴까.

저 눈 속에 독기가 가득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었는지,

아니면 타인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담기며 그리 되었는지 전후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저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 넘은 분명 뭔가 일을 저지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내가 봐도 저런데, 다른 이들이 볼 때는 오죽할까.


'이봐, 너 뭔 짓을 저지를 꺼지?'

'네가? 왜? 너는 알잖아. 나.. 착하고 순한 사람인 거.'


'너가? 웃기는 소리. 본색을 드러내봐. 나에게는 괜찮아.'

'너까지 나를 믿지 못하면..'


나는 안다. 아직까지 철저하게 숨기고 있지만, 언제까지 감출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아직 불이 붙지 않아서 그렇지, 단 번에 타오를거다. 모두 불태워버릴거다.

사람들의 기대 섞인 그 눈빛, '저 넘은 분명 나쁜 넘이야'라는 그 눈빛에 호응해줘야 한다.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지 않은가.

내 본색을 드러내라고.



// '14가지 이야기'를 써봅시다.

https://damoang.net/writing/334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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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레드엔젤님의 댓글

작성자 레드엔젤
작성일 03.12 12:22
오오~ 분위기가 뭔가 사건이 벌어지기 전초같네요.^^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03.12 14:39
@레드엔젤님에게 답글 흐흐, 뭔가 사단이 날 것 같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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