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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두 번째, '10가지 이야기' - 9.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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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2025.03.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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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터지고 난 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두머리가 바로 체포되고, 관계자들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모습.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려 했던 우둔한 자의 결말을 바로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장면이 아닌가.

당연히 그리되리라 생각했고, 천만다행으로 바로 수습되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기대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에 부딪쳤다.

첫 번째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고 주춤하며 겨우내 중심을 잡았다.

음? 이게 무슨 상황이지?

조선 시대로 치자면 대역죄를 저지른 대역죄인이 어디서 감히 고개를 쳐들고

마치 별 대수롭지 않은 일에 엮여서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는 것처럼 그렇게

재판정에 나와서 항변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민주주의. 그래, 민주주의 국가라서 저런 대역죄인에게도 재판할 수 있게

기회도 주고, 충분히 자신을 소명하라고 변호사들도 붙여주는구나.

참 좋은 나라에서 대역죄인도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는구나.


그런데,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변칙적인 법적 해석을 들이밀면서

날짜 계산이 아니라 시간 계산이라며 이리저리 짜 맞추고,

넣어야 할 것을 빼고 해서.. 결론적으로 대역죄인을 풀어줘?

이게 말이 되는 건가? 멍해진다.


현실은 늘 꿈보다 거칠었다.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서늘하다.

매번 반복되는 시험에 들게 하듯 우리는 광장으로, 거리로 부른다.

우리가 어찌할 수 있을까, 함께 모여 빛을 밝히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아직 뚜껑을 열지 않는 위스키가 한 병 있다.

그날을 위해,

그날 오픈을 하고 투명한 유리잔에 한 잔을 기울이려고 준비해 둔.

그리 즐기지는 않지만,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뜨끈한 알코올을 느끼고 싶다.

이제 그만, 어서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 25년 두 번째, '10가지 이야기'를 써봅시다.

https://damoang.net/writing/353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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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팬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팬암
작성일 03.31 14:20
소론 완소에 가까운 기개십니다. 지금의 거리에는 동조하는 소론 완소의 분들이 많이 참여하고 계시지요.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03.31 14:30
@팬암님에게 답글 이 '글쓰기'에 '글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이라는 제한이 있어서, 그 기준에 맞춰서 성격을 규정해봤습니다.
개인적은 성격은 이 인물 보다는 조금 더 낙천적인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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