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두 번째, '10가지 이야기' - 10. 신호등
페이지 정보

본문
종이 두 장을 내밀었다.
엷은 노란 빛을 띠고 있는 작은 갱지 두 장.
그는 어서 받아서 읽어보라며 미소를 흘리고 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둘 중 하나는 분명 좋지 못한 것, 내 목숨이 달린 것일 수 있다.
그에게는 이게 그저 심심풀이 놀이 중 하나일까.
“아.. 뭘 그렇게 망설여요. 그냥 단순한 선택이잖아요. 자.”
왼쪽, 오른쪽.. 아무런 표시가 없다. 둘이 구분되지도 않는다.
기다리는 게 따분했는지 그는 책상 위에 두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곤 슬쩍 아래를 들어 확인해 보더니 덮었다.
“좋아요, 제가 힌트를 하나 줄게요. 이렇게 하면 좀 쉬우려나.”
순간 일그러지는 표정, 순식간에 왼쪽에 놓은 쪽지에 칼을 찔러넣었다.
그리곤 뽑았다. 찍힌 자국인 선명하게 남은 종이.
“자, 어때요? 이렇게 하니까 훨씬 선택하기 좋지요?”
저게 무슨 의미일까,
칼자국이 남은 종이처럼 저 종이를 택하면 내가 저렇게 된다는 것인지,
저 종이가 나 대신 칼을 맞았으니 저걸 택하면 내가 온전할 것이라는지.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식은 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하.. 어르신?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요. 이거 아니면 저거. 단순하잖아.”
흥미롭게 나를 바라는 그. 부들부들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흠.. 좋아요, 좋아. 이번에는 종이가 아니라 그럼 어르신 손으로 합시다.”
“네..네?”
“택해봐요? 왼손이에요, 오른손이에요?”
“무.. 뭐..뭘 말이에요?”
“뭐긴, 칼로 표시를 하려고 그러지.”
삼색 신호등, 붉은 등이 깜빡거린다.
붉은 등이.
붉은 등이 깜빡거린다.
‘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 25년 두 번째, '10가지 이야기'를 써봅시다.
https://damoang.net/writing/353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