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놀이] 3. 신은 죽지 않았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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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벗님

작성일
2025.04.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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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지 않았다. 다만, 기도받기를 거부했을 뿐이다.
사제가 떠난 제단 위엔 낡은 스마트폰 하나만 남아 있었다.
그 안에서 울린 목소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두 손을 모으고, 두 팔을 벌리고, 눈물을 흘리고..
그들은 끊임없이 대답을 듣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내가 소원을 이뤄주는 존재가 아님을, 내게는 그런 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들은 나를 향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어느 날, 나는 그 기도를 듣지 않기로 했다.
내 응답이 없어도, 그들은 자기 삶으로서 자신의 소원을 이루게 될 테니.
답을 하지 않음에도 그들은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간절하게, 안타깝고, 슬프고,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달라며.
그럼에도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 알게 될 터이니,
스스로 깨닫게 될 터이니.
제단 위에 놓은 낡은 스마트폰 하나.
몇 날을 그렇게 조용히 앉아 기도하던 그는 축 늘어진 어깨로 일어났다.
그리고는 뒤돌아서서 무거운 걸음을 떼고 있었다.
그에게는 답을 해줘야 했다.
그에게는 짧은 나의 답을 전해야 했다.
// [글쓰기 놀이] 글을 완성해 봅시다.
https://damoang.net/writing/385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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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매일두유님의 댓글
그래서 니체는 우버멘쉬. 자신이 만다라에 중심의 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개인적 취향으로는 니체는 안좋아함요 ㅎㅎ 왜냐면 니체는 사랑, 기부, 자선 같은 활동이 받는 사람의 우버멘쉬를 망친다고 주장했거든요). 기도라는 도그마의 행위는 인간 내면의 전인성 속에서 답을 끄집어내는 행위의 일종인지도 모릅니다. 아마 답을 찾지 않을까요. "기도받기를 거부했다." 란 표현이 계몽주의후기 현대의 비유인가 싶기도 합니다. 신과 무의식이 뒤범벅이 된 저의 세계관속에 드는 생각을 막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