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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르는 군대 시절 기억 3개: 고생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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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기남 165.♡.229.94
작성일 2024.06.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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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떠오른 군대 시절 기억 3개입니다.

뭐.. 저는 개인적으로는 다른 분들처럼 어렵게 군생활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a. 그해 겨울 방바닥은 뜨거웠네.

뭔가 의미 심장한 제목을 붙였지만,

문자 그대로 내무실 방바닥이 너무 뜨거웠던 기억입니다.

때는 신병교육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나름 겨울 군번이었는데, 부산에 살던 녀석에겐 경기도의 추운 겨울은 혹독하기만 했습니다.


근데.. 유난히 제 동기들이 지내던 내무반의 방바닥은 정말 발을 디딜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서 매트리스를 걷어내고 맨바닥을 밟으면 다들 '앗 뜨거'하며 탭댄스를 추곤 했습니다.


이유인즉슨, 내무반이 있던 건물 바로 옆에 신병교육대의 대대장 관사가 있었기 때문.

그래서 방바닥이 너무 뜨겁다는 독특한 소원수리가 있었던 신병 교육 현장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소원수리를 해소해주지 못한 보일러병사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는 건 덤. (대대장님이 추우면 안되니까)



b. 그래도 휴가는 간다.

자대에 배치받아 (화학 관련 전공이었단 이유로) 탄약관리병+군수행정병으로 일하게 되었는데요.

한창 일을 많이 하던 일-상병 때였던 것 같습니다.


부대 전체적으로 무슨 검열 같은 걸 준비하던 중이었고,

몇주전부터 종종 밤새워가며 행정 작업도 하던 차에,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제 휴가 차례가 되면 무조건 나간다라고 간부들에게 계속 어필하고 다녔더랬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저희 부대에 검열이 오는 날짜와 휴가 출발일이 겹쳐버리는 불상사가!


당시 군수장교는 저와 나름 죽이 잘 맞았고,

장기 근무 포기 대위(속칭 장포대)여서 좀 널널한 사람이었지만,

일 욕심은 있었던 편이라, 저에게 이번엔 검열까지 같이 받고,

하루 미뤄 휴가 쓰자는 딜을 하였습니다.


뭐, 검열의 중요성을 모르는바는 아니라서,

검열 당일에 수검을 빠질수는 없더군요.

다행히 수검을 무사히 마치고.. 그날 저녁에 그냥 휴가를 휙 나가버렸습니다.

심지어 당직 사관(소령 직전 대위)도 제가 속한 중대장한테 잘 말해줄테니 다음날 나가라는 걸 뿌리치고 나갔습니다.


제가 있던 군부대에서 서울 시내까지는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았지만,

당시 그곳엔 대중교통이 썩 좋지는 않았기 때문에,

위병소에서 시외버스가 정차하는 곳까지 걸어가는 것도 빨라야 30분

+ 언제 올지 모르는 시외버스도 1시간은 타야 서울 시내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곳에 도착했었음에도..

그래도 나왔습니다.


지금의 저라도, 같은 상황이었으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엔 정말 어떻게 버텼나 싶습니다. 허허.



c. 그해 혹한기는 허무했지.

시간은 흘러, 말년에 마지막 혹한기 훈련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희 부대가 연대인가 사단 대표로 혹한기 훈련 시범부대(?) 같은걸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다행이었던 점은, 숙영지가 부대 정문에서 한 20~30미터 정도 떨어진 산비탈로 정해져서,

추운 겨울에 숙영지까지 행군해서 갈 필요가 없었다는 것과,

훈련 준비 기간이나 훈련 중에도 부대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말년인 저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매일 같이 숙영지 가서 얼어있는 땅 깨고 텐트 설치하느라 고생이었죠.

심지어 행정병력까지 다 끌어갔으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는..

저는 뭐.. 말년답게 사무실에 난로 피워놓고 졸다가 전화받다가 하고 있었지만요.


당시 저희 분대에서 막내가 상병이었고,

내무반에서는 청소반장겸 군기담당이었음에도,

추운 겨울에 끌려나가서 코흘리며 땅파는 모습이 참 안쓰럽더군요.


그렇게 FM대로 숙영지를 꾸리고, 첫 야영을 하는 밤.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습니다.


다음날 다들 철수.

눈치우기 작전 돌입.



뭐, 이렇듯, 저의 군생활에 큰 사고는 없어서,

인터넷에 떠도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도 소재가 없군요. 허허.


다들 보람차게 일과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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