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면서 느낀 점_54_바다와 아버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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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kdocok 211.♡.199.133
작성일 2024.07.06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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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503074267


처가 가족들과 경포대에 왔습니다. 다낭의 리조트와 같이 프라이빗 해변은 아니지만 경치는 좋습니다. 저도 경포대는 처음입니다. 맨발로 걷다가 결국 뛰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전력질주를 하는데 술판을 벌인 젊은이들이 박수를 쳐줘서 오버페이스를 해버리고 터덜터덜 걸었습니다. 바닷물이 튀어 완전히 젖었지만 피구왕 통키 가사가 생각나더라구요.

# 끝이 없는 바닷가 맑은 공기 마시며 자! 신나게 달려보자. 너와 내가... 내일은 피구왕... 뒤돌아보지마 패배만 있을 뿐 반짝이는 눈동자로 승리를 향해가자~~! #


가타카의 한장면입니다. 자연적으로 태어나 유전적으로 열등한 형과 유전자 조합을 통하여 태어난 완벽한 동생.

항상 바닷가에서 수영대결을 하면 유전적으로 열등한 형이 이깁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대결을 하면서 그 이유를 알려줍니다.


아내가 친한 선배와 식사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아내와 안본지 오래되었는데 최근에 연락이 왔네요. 너무나 행복해보이지만 첫째 아이는 교통사고로 별이 된 경험을 수년전에 했기에 저도같이 마음이 아팠던 경험을 공유했던 분입니다. 제가 이사를 가고 싶은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최근에 했고 벤츠를 사고 남편의 연봉도 몇배나 올랐다고 합니다. 돈자랑해야하니 만나야 한다고 했답니다. 저도 한번 보았던 분이고 너무나 훌륭한 인품을 가지신 분이라 당연히 아내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돌아온 아내에게 이야기를 듣던 중 안타까운 소식을 또 전해들었습니다.

병명을 밝히긴 어렵지만 둘째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 청천병력같은 일이 또 벌어집니다. 둘째 아이는 난치병임에도 불구하고 하프를 전공하면서 예쁘게 자라 준다고합니다. 너무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선배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저도 친한 선배를 한번 본적이 있기에 돈에 대해서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정말 돈 자랑하려고 아내를 부른 것이 아닌 것을 압니다. 최근에 제가 다운증후군 아이의 어머니를 만나고 느꼈던 감정을 아내가 느낀 듯합니다.

고난은 에고에서 벗어나서 참나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평생을 에고로 살아도 불편함이 없고 자신과의 대면이 없던 사람은 그 사람만의 내러티브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수십년을 살았음에도 똑같은 1년을 수십번 살아온 사람도 있고 수십년 동안 점점 깊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두 부부는 그런 삶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사는 그분의 남편은 저보다 더한 분입니다. 저보다 5살이상 많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 고강도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하고 출근해서 밤에 와서 안마의자에서 휴식하고 잔다고 합니다. 식사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식단으로 하고 있으며 집에서는 수면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파트너급 변호사이다보니 노동강도는 최고일겁니다. 그 분을 잠깐 한번 본적 밖에없고 가끔 안부만 전해 들었던 분이지만 부모님에게 돈한푼 받은 것없이 조그마한 회사의 변호사에서 시작해서 대형로펌의 최고 변호사까지 가셨다니 삶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느껴집니다. 심지어 부모로서는 견디기 힘든 아이의 첫째의 죽음과 둘째의 난치병을 견뎌낸 아버지니까요.

누구나 자신만의 전쟁을 합니다. 검은 잉크는 아무리 많은 물이라도 검게 물들일 수 있듯이 섬성그룹회장님이든 내일 학교가기 싫은 초등학생이든 자신만의 전쟁을 합니다. 그분은 자신이 무너지면 우리가족은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벼랑끝에 한발을 고정한채 있는 힘껏 벼랑의 반대쪽으로 가족을 밀어올렸을 겁니다. 자신의 몸이 무너지면 안되기에 최고의 식단과 규칙적 운동을 통하여 최상의 컨디션을 주말도 없이 유지하는 겁니다. 망망대해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식량이 떨어져가는데 요트가 바람한점없어 조금의 이동도 못하는 상황에서 선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선원들의 눈빛을 받으며 아무말 없이 오로지 그자리에 있는 것 뿐입니다. 그분은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고립된 채 자신만을 바라보는 가족의 눈빛을 힘겹게 바라보았을 겁니다. 그 와중에 최선의 결과를 낸 것에 대해서 그리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정도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에 대해서 아낌없이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환경 탓을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불공정한 세상에 대해서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과거에는 정말 몇권 안되는 사회주의 책을 읽고 그랬으니까요. 읽은 책도 별로 없고 머리에 든게 없으니 선과 악이 너무나 명확합니다. 용감합니다. 그래서 학회에서 목소리도 크게 내기도 하고 협회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지식도 경험도 미천하지만 제가 아는게 많이 없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게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친한 선배의 남편 같은 분이 위대해 보입니다. 자신의 삶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내는 것만큼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삶이 우월하다는 기준은 없지만 그래도 그 선배 가족을, 살아있는 영웅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도 가타카의 열등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형처럼 되돌아갈 힘을 남기지 않고 바다로 뛰어드는 분들일 것 같습니다.

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50307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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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1 페이지

그저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그저 (112.♡.175.168)
작성일 07.06 06:48
사진까지 작품수준이군요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211.♡.181.120)
작성일 07.06 08:58
@그저님에게 답글 워낙 풍경이 좋았어요.

심이님의 댓글

작성자 심이 (121.♡.233.113)
작성일 07.06 06:52
누구나 자신만의 전쟁을 한다.
많은 생각이 드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211.♡.181.120)
작성일 07.06 09:11
@심이님에게 답글 남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는거죠^^

here나우님의 댓글

작성자 here나우 (115.♡.47.211)
작성일 07.06 09:56
아이가 고3입니다.  뭔가 내려놓은 듯 가벼운 마음으로 기말고사를 보고 온 아들을 보고 속이 상했습니다.
  한 때는 수술실에서 건강하게 나와만 주면 다른 욕심 가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뒤돌아서니 욕심이 자꾸 생깁니다.
아이도 자신만의 전쟁을 하고 있겠지요. 좋은 사진,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211.♡.181.120)
작성일 07.06 10:10
@here나우님에게 답글 모두 돌아 돌아 자신의 길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레드향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레드향 (222.♡.203.98)
작성일 07.06 11:14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깊은 울림을 주셔서...^^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211.♡.181.120)
작성일 07.06 17:34
@레드향님에게 답글 바다 보니 두가지 에피소드가 생각났어요. 울림까지 있었다면 나쁘지 않았나 봅니다.^^

작은하늘님의 댓글

작성자 작은하늘 (125.♡.7.6)
작성일 07.06 12:20
좋은 글 감사합니다.어제 아들 때문에 너무나 속상했는데 반성하네요.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211.♡.181.120)
작성일 07.06 17:34
@작은하늘님에게 답글 저도 첫번째 인생이라 그런지 항상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저는 아이에게도 제 잘못을 이야기 합니다. 어제 아빠가 미안했다고 편지를 쓰고 출근하는 편입니다. 그러면 아이도 심정이 많이 누그러지고 오히려 아빠도 힘들고 나약한 하나의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도 하는 것같습니다.^^

견디어낸아침님의 댓글

작성자 견디어낸아침 (114.♡.145.136)
작성일 07.06 13:17
울림이 큰 글이네요. 좋은 생각 글로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211.♡.181.120)
작성일 07.06 17:35
@견디어낸아침님에게 답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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