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이 4회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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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 교육적인 면에서 글로벌 시티즌십을 봤을 때, 한국에서 최근에 있었던 사건들을 보면 ‘학교에서 시험공부만 잘하는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위험한 사람을 만드는 일인가'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르완다에서 대량 학살을 일으킨 사람들을 보면 무식한 사람들이 절대 아니에요. 상당히 학력이 높은 사람들이 그런 대량 학살을 구상하고 전략적으로 일을 일으킨 거거든요.
공부만 잘해서 똑똑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교육의 공적 측면을 생각해보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거고 오히려 역효 과일 수도 있죠. 한국에서도 유명 대학을 나온 국가 엘리트들이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저지른 부정부패나 정경유착, 국가권력의 남용 등 참 끔찍한 일을 많이 보잖아요. 학교교육에서 시민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 하고 다뤄야 한다는 겁니다.
CNN을 통해서 알려진 일인데 팔레스타인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죠.
학교운동장에 백린탄이 떨어졌어요.
백린탄이라는 게 폭탄이 하늘에서 폭발 하면서 조각들이 날아가 그 파편을 맞게 되면 불이 꺼지지 않아요. 불이 꺼지지 않고 살이 구멍이 나서 녹을 때까지 타게 만드는 잔인한 무기예요. 백린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과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엔지니어링과 과학적인 지식을 통해서 그런 탄을 만들 때, 거기에 동원되는 지성은 아주 잔인한 방식의 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이스라엘군의 그 폭탄이 어디에 많이 떨어지느냐 하면 팔레스타인 지역 학교거든요.
학교 건물과 운동장에 떨 어져서 아이의 머리에 구멍이 나고 살이 으깨질 때까지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폭탄이 팔레스타인 학교에 떨어지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그것을 구경한단 말이에요. 무슨 영화를 보는 것처럼요.
인간이 인간을 보면서 어떻게 그런 마인드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그렇게 유유자적하게 맥주를 즐기면서 멀리서 폭격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뉴스에 나왔을 때, 저는 제 눈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분명 교육을 받았을 것이고, 고통과 아픔을 똑같이 느끼는 사람들일 텐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함돈균- 사회학에서 회자되는 유명한 말이 있어요. "인간은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라는 말이죠. 인간이 인간에게 아주 잔인한 행위를 할 때, 또 는 그에 대해 방관하거나 그런 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을 때, 거기에는 그 사람이 감정이 없거나 잔인하다는 차원 이전에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동류의 존재로 보지 않는 의식적·무의식적 개입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상황이나 홀로코스트, 테러리즘, 난민에 대한 혐오, 이런 게 다 그에 해당하는데요.
내가 시티즌십을 갖는다는 건 상대도 시티즌으로 인 정한다는 얘기입니다.
저런 현장에서는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 시민이 되지 못하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시티즌십, 특히 글로벌 시티즌십은 국가적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동류의 인간성에 대한 인정이라는 더 보편적 차원과 관계하는 것이죠.
폴 김- 제가 이 관점에서 꼭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미국의 여자 어린이가 하나 있는데, 레이철 코리Rachel Corrie라는 아이예요. 그 여자아이가 초등학교 5 학년 때 세계의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에 대해 학교에서 발표한 것을 비디오 로 녹화한 게 있어요. “우리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저런 굶주림을 막아야 된 다”라며 발표한 겁니다.
그런데 그 여자아이가 성장해서 20대 때 팔레스타인에 가서 이스라엘 불도저에 대항했어요. 이스라엘 불도저가 팔레스타인 지역의 약국과 학교를 밀어붙이면서 유대인 거주지를 만들 때, 메가폰을 가 지고 “병원과 약국을 부수지 마세요"라고 외쳤는데, 결국은 이스라엘 불도 저가 그 친구를 밀어버려서 깔려 죽었어요. 그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 터 글로벌 시민의식을 갖고 있었어요. 슬픈 얘기예요.
그래서 저는 항상 강의할 때마다 이 여자아이를 얘기하고 비디오를 틀어 줘요. 그러면서 제가 항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공부해라.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것들을 자꾸 보고 알아야 글로벌 시민의식이 생긴다”, 이렇게 강조합니다.
스탠퍼드의 학교 프로젝트 중에는 글로벌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타인의 삶의 고통을 개선하려는 사회적 책임의식을 지닌 것들이 아주 많고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프로젝트를 기술적 혁신이나 창업으로 연결시키는 일들도 많습니다.
학교는 이런 프로젝트를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요. 대학 생활을 취직 공부에만 목매어서 자기 일자리 찾는 일밖에 생각하지 않는 한국 풍토와 많이 다르다고 느껴요. 이런 태도는 돈이 있고 없고 하는 여건 문제와 상관없는 컬처의 문제죠.
그런데 이 문제가 결국 세상에 대한 폭넓은 시야와 관련된 것이라서 지성 능력과도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글로벌 시티즌십은 옵션이 아니라 지금 세상에, 또 학교교육에 필수적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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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아픔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가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좋은 기자가 되고, 정치인이 되고, 과학자가 되고, 기업가가 되고, 올바른 투표권을 행사하고 입법을 요구하는 시민이 되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하겠죠.
힌츠페터 기자 본인,
그를 기리며 국제보도상을 만들고 저널리즘의 역할을 촉구하는 한국영상기자협회 관계자,
그리고 목숨을 걸고 참상을 취재한 기자분들 처럼요.
사회 구성원들의 시민의식과 정체성 교육이 초등부터 대학까지 이뤄져야 할 이유겠습니다.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그 점에서 .. 기득권이라는게 때에 따라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전장이나 백린탄 같은 잔인한 기술,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간접 살인을 하는 수구정권 같은 거창한 단위뿐만이 아니라요.
오늘 커뮤에서 본 글인데요.
택배 기사가 무겁지 않은 가벼운 택배까지도
엘레베이터에 안으로 발로 툭툭 차면서 밀어넣는다며
경비 아저씨에게 그 일을 전한 입주민 이야기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입주민은 경비아저씨에게 그 택배기사 얘기를 전했고,
결국 경비아저씨와 택배 기사간에 싸움이 났더군요.
물론 물건 발로 차는게 기분 나쁠 수도 있고,
물건 망가질까봐 걱정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배송받는 물건이 멀쩡했던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렇게 저렴한 배송비로, 빠르게 내 집앞에 오는 서비스를
엄청난 하루 물량을 다 쳐내면서
'나도 집에 아이도 있는 아빠야!'라고 분노를 표현할 만큼 대접은 못 받는 걸 생각하면,
허리가 아프거나 빠른 배송을 위한 나름의 관성이 생겼다거나 하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민고님의 댓글
계속 상이 유지되어서 진짜 기자들에게 기쁨을 주기를 바랍니다
민초맛치약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