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은 컬트인가 사상인가 종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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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씨의 오만잡상
고차원적이고 세련된 교리를 갖춘 동학이지만, 사실 19세기 당시 밑바닥 백성과 동학의 가장 큰 접면은 도창, 주문, 주술, 부적 같은 논두렁 컬트였지요.
사실 배움이 크지 않은 백성에게 고상한 고담준론보다는 주술과 부적의 신묘함이 더 잘 통하는 이야기였을 터, 동학의 초기 포덕은 그런 부분에 기대는 바가 적지 않았습니다. 당대 각지의 로컬 무속, 도창 흐름과 결합 해 다양한 양상이 나타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후 동학이 천도교로 발전, 근대 종교의 체계 를 굳혀가면서 그런 주술적 모습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지만, 부적 의례는 오늘날까지 그 신묘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제우가 직접 영험한 부적 영부를 뭇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고 그 용례를 경전에 남겼으니, 이는 동학에서 거를 수 없는 요소일 것입니다.
오늘날 천도교의 부적 태운 물을 마시는 의식은 가톨릭의 성수 성례와 비슷한 의례적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실제로 질병을 치료한다기보다는 마음의 병을 다스리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용도인 게 지요.
동학농민군이 총알을 막아주는 방탄 부적을 두르고 다녔다 해 이를 전근대적 아둔함이라 고개를 저을 수 있겠지만, 조금 넓게 보자면 서양 병사들이 걸고 다닌 십자가 목걸이나 일본 병사들이 두르고 다닌 천인침과 아주 크게 다른 맥락은 아니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리 두루뭉술한 믿음의 영역에 무슨 계측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습니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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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격 한중일 세계사 | 15 동학농민운동과 청일전쟁 | 굽시니스트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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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발간인인 백낙청 교수님도
동학을 상당히 세련된 교리로 평가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동학이 널리 퍼지는데는 아무래도 '교리' 보다는 '부적'이 더 접점으로 작동한 것 같지만요.
굽시니스트는 기독교에서도 그런 '컬트'적인 요소가 있었다. 성수나 병사들의 십자가 목걸이도 마찬가지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영문학자시지만 동학부터 이를 계승한 천도교와 원불교에 대한 탐구를 오랜 기간 깊이 해 오셨더라고요.
그리고 그 바탕에는 '개벽 사상'이 있는데,
이를 통해 서구주의적 체제와 사유의 한계를 넘어
자본주의, 생태위기 등을 극복해 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요.
저 '개벽사상'이 뭔지는 저도 백낙청 교수님 영상도 몇 개 보고 했는데,
몇 줄이라도 써보려면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그래서 단순히 컬트적으로 치부되는 건 싫더라고요.
제가 서양문학과 동학을 동시에 백낙청 교수님 만큼 깊이 공부해 본 적이 없지만, 동학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동기는 위와 같습니다.
외행자님의 댓글
지금 상황에서 그걸 살리는건 좀 다른 차원의 얘기죠
소위 말하는 다른 주류 종교들도 그 과정을 거쳐나가는 동안 많이 깍이고 다듬어 온 결과물이 지금 형태이긴 한거라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엔알이일년만님의 댓글
삼국의 역사를 이어 소개하니 흡입력이 대단했어요.
전권 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에스까르고님의 댓글
아직도 백낙청 교수를 비롯한 몇몇 지식인들은 포럼을 만들고 동학에 대해서 논의를 진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입니다.
제 지인은 코웃음을 쳤다고 합니다마는 스승뻘인 분들이 계신 관계로 적당히 듣다가 돌아왔다고는 하지요.